코오롱생명과학·티슈진, 책임 회피 급급… 檢, 이웅열 전 회장 조사 착수코오롱티슈진, '최후의 반전 카드' 美 FDA 미국 임상 3상 재개에 사활업계 "인보사 미국 임상 3상 재개 가능성 높지 않다" 전망
  • ▲ 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 관련 이미지 ⓒ연합뉴스
    ▲ 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 관련 이미지 ⓒ연합뉴스

    '인보사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코오롱그룹과 코오롱생명과학, 코오롱티슈진은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 그러나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의 책임론을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지난달 28일 코오롱생명과학이 허위 자료를 제출했다며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의 품목허가를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 18일 충북 오송 식약처 본청에서 열린 비공개 청문회에 참석해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했을 뿐, 특별한 추가 자료를 제출하진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식약처가 허가 취소 결정을 번복할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졌다. 식약처는 늦어도 일주일 이내에 인보사의 품목허가 취소, 임상시험계획 승인 취소 등 행정처분에 대한 최종결정을 내릴 계획이다.

    식약처가 인보사의 품목허가 취소 결정을 내릴 경우 코오롱생명과학은 즉각 품목허가 취소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등 법적 대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되면 인보사 사태는 장기전으로 돌입하게 된다.

    ◆ 코오롱생명과학·티슈진 서로 책임 회피… 코오롱그룹 '꼬리자르기'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은 서로 인보사 사태의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코오롱티슈진은 인보사의 연구개발을 위해 설립된 미국 자회사다. 코오롱티슈진은 지난 19일 상장폐지 실질심사 기간이 연장되면서 한시름 놓았지만, 상폐 위기는 여전하다.

    이관희 인하대 교수(전 코오롱티슈진 대표)는 이날 한 매체를 통해 "미국에서 임상 시작을 위한 논의 과정에서 신장세포의 유전자 삽입 가능성을 지적하는 학자와의 토의 내용을 기억한다"고 밝혔다. 미국 임상 3상 시작 이전에 이미 인보사의 주성분이 연골유래세포가 아닌 신장유래세포일 가능성을 인지했던 셈이다.

    이 교수는 코오롱티슈진이 설립된 1999년부터 2011년 3월까지 코오롱티슈진의 대표로 재직했다. 대표 사임 이후에도 등기 이사로 남아있던 이 교수는 지난 2017년 코오롱티슈진에서 완전히 물러났다.

    그러면서도 이 교수는 이에 대해 코오롱생명과학 측에 알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주성분이 전혀 다르다는 중대한 사항을 인지했으면서도 코오롱생명과학에 알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상당한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 5일 코오롱티슈진은 이우석 대표가 대표이사직을 사임했다고 공시했다.

    회사 측에서는 이우석 대표가 코오롱생명과학의 경영에 집중하기 위한 행보라고 설명했지만, 업계에서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코오롱생명과학이 코오롱티슈진 꼬리자르기 수순을 밟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코오롱그룹은 사상 초유의 사태에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티슈진에 대한 꼬리 자르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뒷말이 무성하다.

  • ▲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은 지난 2017년 4월 코오롱생명과학 충주공장에서 '인보사 성인식'에 참석했다. ⓒ코오롱그룹
    ▲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은 지난 2017년 4월 코오롱생명과학 충주공장에서 '인보사 성인식'에 참석했다. ⓒ코오롱그룹
    ◆ '인보사 사태', 이웅열 전 회장 책임론까지 번져… 반전 가능할까?

    인보사 사태로 인한 여파가 코오롱생명과학·티슈진뿐 아니라, 코오롱그룹까지 뒤흔들고 있다.

    최근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권순정 부장검사)는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의 출국 금지를 명령했다.

    검찰은 이 전 회장에 대해 특가법(특정경제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 위반)상 사기 혐의를 적용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회장이 인보사 허가에 대한 허위 정보를 시장에 알려 코오롱티슈진 상장으로 이익을 취했다는 투자 사기 혐의에서다.

    이 전 회장은 인보사 사태가 터지기 약 4개월 전인 지난해 11월 말 돌연 경영에서 물러나 퇴직금으로 411억원이나 챙겼다. 이에 이 전 회장이 인보사 사태를 미리 인지하고 퇴직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만약 이 전 회장이 인보사 사태를 예견하고도 회장직에서 물러났다면 배임죄에 해당된다.

    이 전 회장은 인보사를 '넷째 자식'으로 칭할 정도로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왔다. 더구나 이 전 회장이 코오롱생명과학·티슈진에서 보유 중인 지분율을 고려해보면, 이 전 회장의 책임론을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코오롱그룹의 지주회사인 ㈜코오롱은 코오롱티슈진의 지분 27.26%, 코오롱생명과학의 지분 20.35%를 각각 보유 중인 최대주주다. 이 전 회장은 ㈜코오롱의 지분 45.83%를 갖고 있다.

    마지막으로 남은 유일한 카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중단 통보를 받았던 미국 임상 3상 재개 여부다. 코오롱티슈진이 상폐돼도 미국 임상 3상을 재개해 무사히 완료하면 인보사 시판이 가능해진다.

    업계에서는 인보사의 미국 임상 3상 재개 가능성에 대해 높지 않다고 보면서도, 회심의 반격이 가능할지 관망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이 전 회장이) 인보사에 대해서 언론을 통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표명해왔기 때문에 인보사와 이 전 회장을 연관짓는 게 합리적인 추론이긴 하나, 실제로 사법적으로 처벌을 받을지는 별개의 일"이라며 "그 안에 FDA 미국 임상 3상을 어떻게 풀어갈지도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인보사 사태' 일지

    <1998년>
    ▲이관희 인하대 교수, 인보사 개발 시작
    ▲11월3일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 인보사 사업 검토

    <1999년>
    ▲6월9일 이웅열 전 회장, 코오롱티슈진 설립

    <2000년>
    ▲4월21일 이웅열 전 회장, 코오롱생명과학 설립

    <2009년>
    ▲4월7일 코오롱생명과학 상장

    <2017년>
    ▲3월 코오롱티슈진, 인보사 성분 변경(신장유래세포) 인지
    ▲4월 이웅열 전 회장, 코오롱생명과학 충주공장에서 '인보사의 성인식' 참석
    ▲7월12일 식약처, '인보사케이주' 품목허가
    ▲11월6일 코오롱티슈진 상장, 인보사 국내 출시

    <2018년>
    ▲7월 美 FDA 임상 3상 돌입
    ▲11월28일 이웅열 전 회장, 사임 선언

    <2019년>
    ▲3월29일 코오롱티슈진, 미국 의약품위탁생산업체(CMO) 검증 위한 STR 검사 결과 확인
    ▲3월30일 코오롱생명과학, 美 FDA·식약처에 인보사 STR 검사 결과 전달
    ▲3월31일 식약처, 인보사 유통·판매 중지
    ▲4월1일 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 유통·판매 중지 관련 기자간담회 개최
    ▲4월11일 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 사태 관련 기자간담회 개최
    ▲4월15일 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 중간조사 결과 발표
    ▲4월15일 식약처, 인보사 성분 조사 결과 발표
    ▲4월30일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서울남부지검에 식약처,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 노문종 코오롱티슈진 고발
    ▲5월3일 코오롱티슈진, 美 FDA로부터 인보사 미국 임상 3상 중지 공문 발송
    ▲5월3일 코오롱생명과학, 2017년 3월 인보사 성분 바뀌었다는 사실을 통보 받았다고 공시
    ▲5월15일 한영회계법인, 코오롱생명과학·티슈진 재무제표 재감사 수행
    ▲5월19일 식약처, 미국 현지 실사 착수
    ▲5월26일 식약처, 미국 현지실사 완료
    ▲5월28일 식약처, 인보사 품목허가 취소
    ▲6월3일 검찰, 코오롱생명과학 압수수색
    ▲6월4일 검찰, 식약처 압수수색
    ▲6월5일 이의경 식약처장, 인보사 사태 공식 사과
    ▲6월5일 이우석 대표, 코오롱티슈진 사임
    ▲6월18일 식약처·코오롱생명과학, 비공개 청문회 실시
    ▲6월19일 거래소, 코오롱티슈진 상폐 여부 심사 기간 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