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위기 딛고 본격 내실다지기 돌입해소상공인, 주택보험, 자산운용 등 강점본사 든든한 지원 속 美 파트너십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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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보험사의 경우 미국 금융시장에 진출한 지 오래됐지만 그동안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

    그만큼 우여곡절이 있었단 것인데 최근에는 본사의 든든한 지원 속에 조금씩 기지개를 피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주요 보험사들은 강력한 규제 환경 속에서 차별화된 포트폴리오로 성장기반을 마련하는 한편 리스크를 줄이는 장기 전략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시장 플레이어들의 움직임을 살피며 선진 시장의 노하우를 습득하고, 현지 상황을 모니터링 하는 역할도 담당한다.

    미국 현지법인 한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산불 및 지진, 허리케인 등 지역별 위험 차이가 크다. 하지만 해당 지역에 맞는 다양한 상품과 판매채널, 특정 리스크를 선호하는 보험사가 존재해 니치마켓이 형성돼 있어 우리나라 보험사들이 활동할 수 있는 영역도 다양하다”고 말했다.

    ◆위기 뒤 단단해진 KB손보, 리스크관리로 재도약

    KB손해보험의 미국지점 KBIC는 내년 현지 진출 30년을 맞이하지만, 그동안 우여곡절이 많았다.

    KB손보 전신인 LIG손해보험 시절 재무구조 악화로 RBC 비율이 16%까지 떨어져 미국 뉴욕 금융감독당국(DFS)으로부터 영업정지를 당한 경험이 있다. 금융당국에서 권고하는 RBC 비율은 200% 수준이며 100% 이하면 제재 대상이 된다.

    KB손보는 2012년 국내 주요 손보사들이 미국시장에 진출하면서 영업에 공격적으로 나섰고 사고 위험률이 높은 불량 물건을 대거 받으면서 손실이 발생해 영업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당시 KB손보는 DFS와 미팅을 통해 자본금 및 내부 인력 시스템 등 인프라 구축 문제를 해결할 것을 약속하며 충실히 이행한 끝에 2016년 9월 영업을 재개할 수 있게 됐다.

    이후 KB손보는 활동 영역을 재편했다. KB손보의 경우 미국 내 18개 주에서 영업이 가능했지만 3개 지역으로 나눈 것이다.

    이는 안정적 성장기반 마련을 위해 리스크를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에서다. 과거에 펜실베니아 등 여러 지역에서 공격적 영업을 하던 방식에서 보수적인 영업방식으로 바꾸었다.

    KB손보 미국지점은 400여 개의 브로커와 계약을 맺고 지역 밀착형 영업에 집중했고 뉴저지(5%), 뉴욕(45%), 캘리포니아(50%)에 포커스를 맞췄다.

    2017년 이후엔 식당 등 중소형 상공인 등 우량고객 중심으로 화재, 도난 등 비즈니스 리스크를 담보하는 상품을 판매했다.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상품을 판매한 비중은 60%에 달한다.

    그 결과 2014년 165%에 달했던 손해율은 올해 들어 73% 수준으로 개선됐다. RBC 비율도 유상증자 등을 통해 300% 수준까지 끌어올렸고 당기순손실 규모도 줄었다.

    KB손해보험 해외사업본부장 조현기 상무는 “인프라를 갖추고 안정적인 수익 기반 구축을 위해 내실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지역별, 업종별로 손해율을 보고 위험 부담이 낮은 타깃 위주로 양질의 매출을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 ▲ 현대해상 미국 지점.ⓒ뉴데일리DB
    ▲ 현대해상 미국 지점.ⓒ뉴데일리DB

    ◆현대해상, 우량물건 위주의 주택종합보험 인수  

    1994년 현대차 기업보험 등 현대 계열 물량만 취급하던 현대해상은 2015년 LA 사무소 설립 이후 주택종합보험 판매를 확대하며 틈새시장을 파고들었다.

    현대해상이 취급하는 상품은 소유자 거주 주택(Homeowner) 또는 임대주택(Dwelling Policy)을 담보하는 종합보험으로, 고객의 재산손해나 배상책임위험을 보장한다.

    미국 뉴욕의 주택화재보험 시장은 6~7조원 규모다. 이중 현대해상은 약 700억원 수준의 매출을 거두고 있다.

    거래는 대부분 뉴욕(90%)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이밖에도 뉴저지(7%), 캘리포니아(3%) 등 다른 지역에서도 점차 영업 비중을 높이고 있다.

    현대해상이 주택화재보험 시장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손해율이 크지 않고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주택화재의 경우 손해율은 50%로 전해졌다.

    현대해상은 장기간의 언더라이팅, 손해율 관리 경험을 바탕으로 대리점(에이전트) 채널 확보를 통한 우량물건 중심의 영업 전략을 펼치며 안정적 성장기반을 마련했다는 평이다.

    현지에서도 현대해상의 영업 노하우에 만족해 계약을 맺은 리테일 대리점이 200여 개에 달할 정도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주택화재보험은 1년 단위로 갱신하는데 대리점에서 집주인이 바뀔 때 영업을 하는 방식”이라며 “안정적인 언더라이팅과 손해율 관리를 통한 주택종합보험 성장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해상은 빠른 요율 산정과 언더라이팅(인수 심사)로 경쟁력을 확보했다. 통상 2~3일이 필요한 심사 작업을 온라인 검색을 통해 사전 조사한 뒤 인수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면서 시간을 단축하고 있다.

    여기에 보험금 지급까지 일정 기간의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손해율의 변동성이 크지 않다. 주택화재 시 화재 원인 조사 등으로 6개월가량의 시간이 필요하고 조사가 끝나지 않은 시점에선 50%가량만 가지급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략으로 현대해상 미국지점 매출은 10년 동안 4.7배 성장했다. 4년 전부터는 신시장 진출에 나서면서 새로운 성장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 ◆교보생명 미국법인, 본사 자산운용 숨은 조력자

    생보사들이 주력하고 있는 분야는 자산운용이다.

    교보생명은 자산운용 업무 효율 및 전략 수립 차원에서 미국 자산운용 법인을 두고 있다. 뉴욕 현지 기관투자자의 전문성을 활용해 투자위험이 낮은 우량한 투자기회를 확보한다는 취지다.

    1996년 설립된 교보생명 자산운용법인은 보험시장 조사만 담당하다 2010년부터 투자에 나섰다.

    교보생명 미국 자산운용법인은 2015부터 본사와 일임계약을 맺고 3조원 규모의 해외 채권을 미국 국공채 등에 직접 투자하고 있다. 미국 채권시장에서 실시간으로 채권 거래에 참여하면서 보다 좋은 조건으로 거래하고, 거래(매매)의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교보생명 자산운용법인은 운용 수익률을 통해 연간 5억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내고 있다.

    본사 지원을 위해 미국시장의 해외대체투자를 연계하는 역할도 담당한다. 대체투자는 기업이 발행하는 사모채권에 투자하는 것으로 통상 4%에서 7%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대체투자는 부동산, 인프라, 에너지 등으로 구분되며 부동산이 50%를 차지하고 있다. 1년에 약 4~5건의 투자가 성사되며 건당 3000억원~4000억원의 거래가 이뤄진다.

    2016년에는 미국보험사인 뉴욕생명, 메트라이프생명, 매스뮤추얼생명 등 대형보험사의 자회사 자산운용사와 협의를 맺고 2017년부터는 SMA(Separate Management Account) 형태로 일임운용 계약해 교보생명이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해당 자산운용사들이 보험사를 위해 발굴하는 투자 대상에 교보생명이 공동 투자 할 수 있는 채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서다.

    미국법인은 현지 기관투자자와의 파트너십 형태 투자 외에 개별 투자 건도 발굴해 본사에 소개하기도 한다. 교보생명 본사는 하반기 대체투자로 맨해튼 첼시마켓 인근에 위치하고 구글이 100% 임차해 사용 예정인 오피스에 대한 선순위대출 투자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정책 및 제도변화 등 현지에서 시장조사와 조사연구를 함께 진행하면서 본사의 리스크관리 전략도 지원한다.

    이처럼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첨병 역할을 묵묵히 수행한 결과 본사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교보생명 이석기 경영지원실장 부사장(CFO)은 리스크관리팀 직원 2명을 데리고 메트라이프생명의 변액보험 리스크 헷지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미국지점을 방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