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K-푸드 해 거듭할수록 인기… 글로벌 수출 100억달러 전망韓 라면·김치 등… 박항서 감독·K드라마 인기에 힘입어 고공행진“비싸지만 한 번 먹으면 중독” K-소주 젊은 층에 인기
  • ▲ 지난 12일 오후 베트남 호찌민 롯데마트 남사이공점. 가족과 함께 장을 보던 주부 쩐 비엣 흐엉(37) 씨는 한국산 식료품을 파는 코너를 한참이나 들여다봤다. 잠시 후 손에 든 장바구니에는 한국산 미역이 수북이 담겨있었다. ‘오뚜기 자른 미역(20g)’의 현지 가격은 5만2500동, 한화로 2700원이다. 매대에는 이미 상품이 절반 이상 비어 있었다.ⓒ한지명 기자
    ▲ 지난 12일 오후 베트남 호찌민 롯데마트 남사이공점. 가족과 함께 장을 보던 주부 쩐 비엣 흐엉(37) 씨는 한국산 식료품을 파는 코너를 한참이나 들여다봤다. 잠시 후 손에 든 장바구니에는 한국산 미역이 수북이 담겨있었다. ‘오뚜기 자른 미역(20g)’의 현지 가격은 5만2500동, 한화로 2700원이다. 매대에는 이미 상품이 절반 이상 비어 있었다.ⓒ한지명 기자
    “베트남에서 한국산 미역이 유행이에요.”

    지난 12일 오후 베트남 호찌민 롯데마트 남사이공점. 가족과 함께 장을 보던 주부 쩐 비엣 흐엉(37) 씨는 한국산 식료품을 파는 코너를 한참이나 들여다봤다. 잠시 후 손에 든 장바구니에는 한국산 미역이 수북이 담겨있었다. ‘오뚜기 자른 미역(20g)’의 현지 가격은 5만2500동, 한화로 2700원이다. 미역 매대 절반이 이미 비어진 상태다. 

    그는 “한국 드라마에서 미역국을 먹는 장면이 자주 나오면서 한국산 미역이 베트남 사람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탔다”며 “요즘 베트남 임산부 사이에서도 미역국이 몸에 좋다고 소문났다. 저도 한인 식당에서 미역국을 먹어보고 맛있어서 집에서 자주 만들어 먹는다”고 말했다.

    베트남에서 한국 음식, 이른바 ‘K-푸드(케이푸드)’의 인기가 해를 거듭할수록 고공행진이다. 세계적인 스타로 떠오른 방탄소년단(BTS)의 열풍 못지않다. 유튜브에는 K-푸드 영상이 매일 쏟아지며, 조회 수도 폭발적이다. 실제로 올해 K-푸드의 글로벌 수출은 사상 처음으로 100억달러(약 10조8000억원)를 넘어설 전망이다. 

    식품업계도 최근 베트남 등 신시장으로 해외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면서 재도약에 나섰다. 수년간 지속 된 내수시장에서의 부진과 성장정체, 인건비 상승 등 경영여건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낮은 브랜드 인지도를 극복하기 위해 단순 수출을 넘어 현지 상위권 식품기업을 인수하거나 생산기지를 구축하는 식으로 방향전환에 나선 것도 과거와 달라진 점이다. 
  • ▲ 한국 면 상품은 귀한 대접을 받고 있었다. 마트 라면 코너에서 한국 라면 제품들은 가장 눈에 잘 띄는 자리에 있었다. 마트 안쪽엔 한국 면 상품만 모아놓은 진열대가 별도로 마련됐다.ⓒ한지명 기자
    ▲ 한국 면 상품은 귀한 대접을 받고 있었다. 마트 라면 코너에서 한국 라면 제품들은 가장 눈에 잘 띄는 자리에 있었다. 마트 안쪽엔 한국 면 상품만 모아놓은 진열대가 별도로 마련됐다.ⓒ한지명 기자
    ◇ 인기 No.1 ‘한국 라면’… 베트남 입맛 사로잡다

    한국 면 상품은 귀한 대접을 받고 있었다. 마트 라면 코너에서 한국 라면 제품들은 가장 눈에 잘 띄는 자리에 있었다. 마트 안쪽엔 한국 면 상품만 모아놓은 진열대가 별도로 마련됐다.

    동남아 소비자들은 원래는 라면을 먹을 때 면만 삶아서 수프를 위에 뿌려 먹는다. 라면을 한 끼 식사보다는 반찬의 개념으로 생각해 밥에 곁들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최근 면과 수프를 한꺼번에 넣고 끓여서 국물과 함께 먹는 ‘한국식 국물 라면’이 인기를 끌고 있다. 

    마트 계산대에서 만난 대학생 쯔엉 투 후옹(22) 씨는 한국 라면 매니아라고 밝혔다. 그 중에서도 오뚜기 ‘미역 라면’을 즐긴다고 했다. 그는 “미역의 고소한 맛이 라면과 잘 어울러진다. 한 번 먹어보니 맛있어서 마트에 올때마다 사가곤 한다”고 전했다. 

    2007년 베트남에 진출한 오뚜기는 현지 법인을 설립 및 공장 중축 등으로 큰 매출 상승을 보이고 있다. 2018년 약 30억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약 100% 이상의 성장률이다.

    오뚜기 관계자는 “한인 시장에서 많이 판매됐던 ‘옛날 미역’ 제품이 베트남 현지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베트남의 경우 고기와 양파가 섞인 미역 수프를 즐겨 먹는데 여기에 오뚜기 미역이 활용된다고 한다”고 전했다.
  • ▲ 신혼 부부 드엉(30)·홍(26)씨의 장바구니에도 한국 라면이 가득했다. 그중에서도 눈길을 사로 잡은건 오뚜기 ‘진라면’, 삼양 ‘불닭볶음면’, ‘불닭볶음면 까르보나라’ 등 한국식 매운 라면들이었다. 호피민 직장인의 평균 월급이 30~40만원인데 비해, 불닭볶음면은 현지에서 1300원~1400원 수준이다.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불닭볶음면은 마트에서 불티나게 팔렸다.ⓒ한지명 기자
    ▲ 신혼 부부 드엉(30)·홍(26)씨의 장바구니에도 한국 라면이 가득했다. 그중에서도 눈길을 사로 잡은건 오뚜기 ‘진라면’, 삼양 ‘불닭볶음면’, ‘불닭볶음면 까르보나라’ 등 한국식 매운 라면들이었다. 호피민 직장인의 평균 월급이 30~40만원인데 비해, 불닭볶음면은 현지에서 1300원~1400원 수준이다.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불닭볶음면은 마트에서 불티나게 팔렸다.ⓒ한지명 기자
    신혼 부부 드엉(30)·홍(26)씨의 장바구니에도 한국 라면이 가득했다. 그중에서도 눈길을 사로 잡은건 오뚜기 ‘진라면’, 삼양 ‘불닭볶음면’, ‘불닭볶음면 까르보나라’ 등 한국식 매운 라면들이었다. 호치민 직장인의 평균 월급이 30만~40만원인데 비해, 불닭볶음면은 현지에서 1300~1400원 수준이다.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불닭볶음면은 마트에서 불티나게 팔렸다.

    홍 씨는 “한국식 매운 라면을 무척 좋아한다. 남편은 매운 걸 잘 먹는데, 나는 잘 못 먹어서 스프를 반 만 넣어서 먹는다. 한국 라면은 너무 맵지만, 도전하는 재미가 있다. 한국식 매운 라면을 먹고 SNS에 인증샷을 올리기도 한다”고 전했다.

    삼양식품은 지난 1969년 국내 최초로 베트남에 면류 제품을 수출했다. 지난 2017년에는 40억, 2018년에는 50억을 수출했으며 올해는 60억으로 예상한다. 불닭볶음면이 전체 수출의 75%가량을 차지하며 높은 인기를 보이고 있다.
  • ▲ 호치민 시내 주요 빌딩과 택시에는 박항서 감독의 김치·소시지 광고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마트에서도 박 감독 사진이 들어간 종갓집 라면 제품 등이 눈에 띈다. 대상은 베트남 현지 육가공 브랜드 ‘득비엣푸드(Duc Viet Food)’와 김치 브랜드 ‘종가집’ 광고 등을 진행하고 있다.
ⓒ한지명 기자
    ▲ 호치민 시내 주요 빌딩과 택시에는 박항서 감독의 김치·소시지 광고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마트에서도 박 감독 사진이 들어간 종갓집 라면 제품 등이 눈에 띈다. 대상은 베트남 현지 육가공 브랜드 ‘득비엣푸드(Duc Viet Food)’와 김치 브랜드 ‘종가집’ 광고 등을 진행하고 있다. ⓒ한지명 기자
    호치민 시내 주요 빌딩과 택시에는 박항서 감독의 김치·소시지 광고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마트에서도 박 감독 사진이 들어간 종갓집 라면 제품 등이 눈에 띈다. 대상은 베트남 현지 육가공 브랜드 ‘득비엣푸드(Duc Viet Food)’와 김치 브랜드 ‘종가집’ 광고 등을 진행하고 있다.

    베트남 현지의 박항서 감독 인기에 힘입어 대상의 현지 식품사업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베트남은 대상의 동남아 시장의 약 45%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매출액은 박항서 감독 광고가 온에어 된 6월 이후 증가세를 보이며 전년 대비 약 15% 이상 성장했다.

    미원 베트남 식품BU 신상호 대표는 “베트남 현지에서 엄청난 인기를 모으고 있는 박항서 감독을 TV와 지면 광고 모델로 활용하면서 주 소비층인 젊은 층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글로벌 식품업체들의 공격적인 진출을 통해 다양한 가공식품 카테고리와 신규 소비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베트남에서 기존 바이오, 전분당 사업과 함께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통해 종합식품사업에서도 우위를 차지하겠다”고 밝혔다.
  • ▲ 하이트진로는 국내 주류업계 중 가장 먼저 2016년 3월 베트남에 법인을 세우고 해외 사업 거점으로 삼고 있다. 이곳에서 ‘소주의 세계화'를 목표로 교민이 아닌 현지인 위주의 영업을 처음 시작했다. 2017년 하노이에 한국식 실내포차인 ‘진로포차’를 열고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
ⓒ한지명 기자
    ▲ 하이트진로는 국내 주류업계 중 가장 먼저 2016년 3월 베트남에 법인을 세우고 해외 사업 거점으로 삼고 있다. 이곳에서 ‘소주의 세계화'를 목표로 교민이 아닌 현지인 위주의 영업을 처음 시작했다. 2017년 하노이에 한국식 실내포차인 ‘진로포차’를 열고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 ⓒ한지명 기자
    ◇ “비싸지만 한 번 먹으면 중독” K-소주 젊은 층에 인기

    “한국 드라마를 보면 남녀 주인공이 포장마차에서 소주 한 잔을 하잖아요. 작년에 한국에 갔을 때도 포장마차부터 찾았어요. 한국에서 먹은 소주가 생각나서 베트남에서도 종종 한국 음식에 소주를 먹고는 해요.”

    호치민의 한 한국식 식당에서 만난 뀡아잉(23) 씨는 고기(BBQ)에 소주 한 잔을 즐겨 먹는다고 했다. 실제로 먹어 본 베트남 현지식 생선 튀김 요리와 소주의 궁합도 좋았다.

    현지 음식점에서 하이트진로의 참이슬 오리지널의 가격은 13만동. 현지 가격으로 6000원으로 매우 높은 편이다. 마트와 편의점에서는 참이슬이 절반 가격인 5만9900동에 판매된다.

    그럼에도 현지에서 소주의 인기는 높은 편이다. K팝과 한국 드라마의 인기가 만들어 낸 국가 호감도에 박항서 베트남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의 ‘매직’이 더해지면서 한국 소주도 덩달아 승승장구했다. 국내 양대 소주 브랜드는 호재를 놓치지 않고 소주 전문 포장마차를 선보이고 현지 법인을 세우는 등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국내 주류업계 중 가장 먼저 2016년 3월 베트남에 법인을 세우고 해외 사업 거점으로 삼고 있다. 이곳에서 ‘소주의 세계화'를 목표로 교민이 아닌 현지인 위주의 영업을 처음 시작했다. 2017년 하노이에 한국식 실내포차인 ‘진로포차’를 열고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소주 한 병당 가격이 약 4000원으로 현지 물가를 수준으로 고가이지만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 베트남의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은 59억1000만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1.5% 증가했다. 
  • ▲ 호치민의 한 한국식 식당에서 만난 뀡아잉(23) 씨는 고기(BBQ)에 소주 한 잔을 즐겨 먹는다고 했다. 현지 음식점에서 하이트진로의 참이슬 오리지널의 가격은 13만동. 현지 가격으로 6000원으로 매우 높은 편이다. 마트와 편의점에서는 참이슬이 절반 가격인 5만9900동에 판매된다. ⓒ한지명 기자
    ▲ 호치민의 한 한국식 식당에서 만난 뀡아잉(23) 씨는 고기(BBQ)에 소주 한 잔을 즐겨 먹는다고 했다. 현지 음식점에서 하이트진로의 참이슬 오리지널의 가격은 13만동. 현지 가격으로 6000원으로 매우 높은 편이다. 마트와 편의점에서는 참이슬이 절반 가격인 5만9900동에 판매된다. ⓒ한지명 기자
    시장 확대에 롯데주류는 연내 베트남 법인 설립을 염두에 두고 현지에 태스크포스(TF)를 가동 중이다. K팝·한국 드라마, 박항서 감독의 인기에 베트남에서 소주 ‘처음처럼’의 판매가 늘어나면서 본격적인 베트남 시장 공략의 발판을 마련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베트남 현지에 사람을 파견해 법인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연내가 될지 내년 초가 될지 정해지지 않았지만, 시장조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처음처럼은 베트남에서 지난 5년간 연평균 약 28%의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30% 증가한 약 300만병의 판매고를 올려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그동안 베트남에서 교민을 대상으로 소주를 판매하는 게 전부였다면, 현재 동남아 시장은 젊은 소비층이 많고 한류 등으로 소주의 인기가 뜨겁다"며 "가격이 비싸도 한 번 맛보면 꾸준히 소주를 찾는 현지인이 늘고 있다. 현지 법인 설립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