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장하는 중소형 마트(SSM) 확대 계획베트남 시장 안착 비결은? ‘한국식 마트 DNA’ 접목한국식 배달 ‘스피드 엘’ 인기… 11월에 베트남 직구관 론칭
  • ▲ 베트남 호찌민시 롯데마트 남사이공점에서 만난 강민호 롯데마트 베트남 법인장의 모습.ⓒ한지명 기자
    ▲ 베트남 호찌민시 롯데마트 남사이공점에서 만난 강민호 롯데마트 베트남 법인장의 모습.ⓒ한지명 기자
    “2020년까지 베트남 내 롯데마트를 14개에서 30개까지 늘릴 계획입니다. 대형점포 뿐만 아니라 최근 급성장하는 중소형 형태의 마트(SSM)도 준비 중입니다. 향후 점포 확장에 적극적으로 나설 방침입니다.”

    롯데마트가 베트남 유통 시장 공략 계획을 내비쳤다. 이미 올해 1분기까지 베트남에서만 14개의 점포를 보유하며 연 매출 2830억 원을 넘어서는 가운데, 추가로 점포 확장에 나서 베트남을 중심으로 동남아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청사진이다.

    최근 베트남 호찌민시 롯데마트 남사이공점에서 만난 강민호 롯데마트 베트남법인장은 “주요 상권들은 여전히 대형마트로 출점하겠지만, 포켓 상권들은 800~900평 사이에 중형 마트로 늘려나가려고 한다. 온라인으로 주문이 들어오면 가까운 지역 중형마켓에서 제품을 포장해 고객이 바로 찾도록 하거나 배달할 수 있게끔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 법인장은 롯데마트 인재전략부문장 등을 거쳐 지난 2018년 롯데마트 베트남 법인장에 선임됐다.
  • ▲ 베트남 호찌민시 롯데마트 남사이공점의 모습.ⓒ한지명 기자
    ▲ 베트남 호찌민시 롯데마트 남사이공점의 모습.ⓒ한지명 기자
    ◇ 베트남 시장 안착 비결은? ‘한국식 마트 DNA’ 접목

    국내 유통업체 최초로 베트남 시장에 진출한 기업은 롯데마트다. 롯데는 베트남 시장의 잠재력을 알아보고 약 10년 전인 2008년 12월 호치민에 ‘남사이공점’을 오픈했다. 

    남사이공점은 베트남에서 한국식 마트를 접목시킨 대표적인 매장이다. 현지 대형마트와의 차별화를 위해 매장 면적 6200여 평의 복합 쇼핑몰 형태로 지어졌다. 10년 전 출점 당시만 해도 마트 일대가 갯벌과 늪지가 전부였을 만큼 낙후됐던 상황에서 과감한 출점 전략이었다.

    마트 매장은 물론 영화관, 문화센터, 볼링장 등 문화·편의시설을 3200여평 규모로 갖췄다. 베트남 내 단일 쇼핑센터로는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베트남에서도 인기가 높은 인삼·인삼주 등 한국 제품 특화 매장인 ‘K푸드 존’ 구성해 판매하고, 라면·소주 등 인기 한국 상품을 특별 매장으로 구성해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제대로 적중했다. 롯데마트는 현재(7월 기준) 호치민을 비롯해 다낭, 나트랑 등 14개 지점을 운영 중이다. 이 중 남사이공점은 베트남 국가 전체로 따졌을 때 대형마트 중 단일점포로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롯데마트 베트남 법인도 승승장구 중이다. 2012년 670억에 불과했던 매출액도 2014년 1590억원으로 2배 이상 상승했으며, 지난해에는 2830억원의 연간 매출액을 기록했다. 현지 로컬 업체인 꿉 마트와 빈마트, 태국 기업이 인수한 빅씨마트와 함께 베트남 4대 마트로 불린다. 
  • ▲ 베트남 호찌민시 롯데마트 남사이공점의 모습.ⓒ한지명 기자
    ▲ 베트남 호찌민시 롯데마트 남사이공점의 모습.ⓒ한지명 기자
    다만 베트남 유통시장에 장밋빛 청사진만 있는 건 아니다. 경쟁업체의 반격도 심상치 않다. 여기에 베트남은 현재까지 재래시장의 비중이 월등히 높은 나라이기도 하다. 여기에 2010년 외국기업의 베트남 내 도소매 유통 전면 자유화가 된 이후 롯데뿐만 아니라 외국계 유통업체도 앞다퉈 베트남에 진출하고 있다. 

    강 부문장은 “베트남 전체 유통시장을 130조로 보고 있다. 이 중에서 대형마트·중형마트·편의점 등의 비중이 시장의 20%를 차지한다. 아직 80%가 전통시장에서 장을 본다.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인 셈”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한국 상품을 찾을 수 있는 한국 마트’로 이미지를 구축했던 롯데마트 베트남법인은 더 큰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롯데마트의 장점을 가져오면서도 한국 제품에 의존하지 않는 게 롯데마트 베트남의 성공 비결이었다”라며 “이제는 한국 상품존과 더불어 글로벌 상품존이 만들어져야 할 때다. 전 세계의 트렌디한 상품을 빠르게 보여주는 트렌드세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 ▲ 베트남 호찌민시 롯데마트 남사이공점의 모습.ⓒ한지명 기자
    ▲ 베트남 호찌민시 롯데마트 남사이공점의 모습.ⓒ한지명 기자
    ◇ 한국식 배달 ‘스피드 엘’ 인기… 11월 베트남 직구관 론칭

    베트남 롯데마트는 지난해 9월 근거리 배송 서비스 ‘스피드 엘(L)’을 선보였다.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고 인구가 많은 베트남 시장에서 ‘한국형 모바일 주문·배송 서비스’로 다른 유통사와 차별화 효과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앱에서 상품을 주문하면 그랩의 오토바이 배송 서비스인 ‘그랩 익스프레스’ 등을 통해 배송해준다. 현재 호치민, 다낭, 판티엣 등 베트남 전점(14개 점)에서 운영 중이다. 15만동(7000여원) 이상 주문 시 3시간 내 무료 배송된다. 거리는 점포 기준 5~15km 내외다.

    이용 고객도 매달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첫 론칭 3개월 만에 24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약 80억 정도의 매출이 예상된다. 

    배송 서비스를 이용한 객단가도 오프라인보다 훨씬 높다. 무료배송 기준 금액이 최소 15만동(7600여원)이지만, 배송을 통한 구매 평균 객단가는 60만동(3만여원)이 훌쩍 넘는다는 설명이다. 일반 오프라인 구매 금액보다 4배에 웃도는 높은 수치다.

    강 법인장은 “점포마다 배달 인력을 직접 고용하고는 했는데, 최근 ‘그랩 익스프레스’를 추가로 이용하고 있다”며 “우리 직원을 이용해 배송을 보내면 빈바구니로 돌아와야 하지만, 그랩 익스프레스를 이용하면 가는 비용만 처리해야 하니까 비용이 절감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더 나아가 베트남 롯데마트는 오는 11월 모바일 쇼핑 애플리케이션 ‘스피드 L(엘)’에 해외 직구 서비스를 론칭한다. 이를 위해 현재 현지 물류회사와 배송비 등을 산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에서 롯데마트를 운영하며 그동안 축적된 경쟁력을 직구 사업에 접목해 새로운 수익 모델을 확보하는 전략이다.

    롯데마트가 모바일 쇼핑앱 ‘스피드 L(엘)’에 베트남 직구관을 오픈한 건 늘어나는 상품 수요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롯데마트 다낭점에는 현지인들의 생필품은 물론 관광객들을 겨냥한 특산품들이 다양하게 구비됐다. 좋은 환율로 환전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다 수화물 보관과 배달 서비스까지 가능해 인기가 높다.

    강 법인장은 자신감이 넘쳤다.

    “베트남에 한국 관광객들이 꾸준히 많이 오고 있고 현지 상품도 익숙합니다. 일부 베트남 브랜드는 한국에서도 인기가 많다. 한국에서 베트남 물건을 사고 싶은 분은 여행을 간 지인을 통해 부탁해서 사는 경우가 많이 늘고 있습니다. 여기에 스마트폰 보급으로 온라인몰의 성장세와 배송 서비스는 한국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그만큼 성장 가능성도 높게 점쳐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