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소재 3종 이어 웨이퍼·노광장비 등 수급 우려 '최고조'1차 소재 수출 규제 보다 실질적 타격 클 수 있어 업계 '촉각'이달 하순 시행 앞두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 대책 마련 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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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려했던 일본의 추가 수출 규제가 현실화됐다. 일본은 2일 오전 각의를 열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처리하며 향후 강도 높은 경제 압박을 이어갈 것임을 예고했다.

    일본의 1차 소재 수출 규제로 미래 먹거리가 저당잡힌 국내 반도체업계는 이번 화이트리스트 제외 이슈로 웨이퍼와 블랭크 마스크, 반도체 장비 등의 공급길이 막혀 보다 직접적인 곤경에 처할 위기에 직면했다.

    일본은 2일 오전 각의(국무회의)를 열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전략물자 수출심사 우대국 명단)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처리했다. 이 개정안은 향후 공포 시점으로부터 21일 후 시행되는데, 다음주 중 공포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며 이에 따라 시행 시점은 이달 하순경으로 추측된다.

    일본의 이번 개정안 처리로 당장은 생산 소재 수급에 큰 문제를 겪지 않았던 국내 반도체업체들이 실질적인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본이 앞서 진행한 수출 규제 품목은 즉각적으로 국내 반도체 산업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 것들이었다. 지난달 4일을 기점으로 수출 규제에 들어간 주요 품목은 반도체 감광제로 쓰이는 포토레지스트와 세정과정에 쓰이는 에칭가스, 디스플레이 제조에 쓰이는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3종이다.

    이 중 D램과 낸드 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생산에 주력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로 사용하는 품목은 반도체용 고순도 불화수소 정도로 일본 의존도가 90%가 넘는다고 알려진 포토레지스트의 경우 삼성의 차세대 반도체 공정인 극자외선(EUV)용에만 한정됐기 때문에 타격이 덜했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달 일본의 제재에 즉각 반응해 총수와 사장급들이 나서 현지 상황을 둘러보고 대안을 찾는 등의 적극적인 행보를 나타냈다. 한달 여만에 현실로 다가온 이번 추가 규제를 염두에 둔 움직임이었음이 증명된 셈이다. 실제로 반도체업계에서는 당시 일본이 계획하고 있는 한국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추진안에 더 큰 비중을 두고 대응 전략을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일본의 추가 규제로 1300여 가지 품목의 수입길이 막히면서 국내 반도체업계도 웨이퍼와 블랭크 마스크, 섀도 마스크 등 반도체 생산에 필수인 주요 소재를 제대로 수급할 수 있을지 위기감이 커졌다. 웨이퍼의 경우 반도체 공정 초반부터 가장 많이 쓰이는 원료 중 하나로 일본이 전세계 웨이퍼 시장의 60%를 점유하고 있다. 블랭크 마스크는 삼성이 EUV용으로 일본업체 제품을 대부분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타격이 클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

    웨이퍼의 경우 국내업체 SK실트론과 독일의 실트로닉스 등이 생산하고 있지만 일본 신에츠화학공업과 섬코가 시장의 과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상황이라 삼성과 SK가 대체제를 구하더라도 공급량이 턱없이 부족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SK실트론은 웨이퍼 시장 점유율이 한자릿수(9%)에 불과해 완전한 국산화는 불가능하다 볼 수 있다. 삼성과 SK는 실제로 일본산 웨이퍼에 50%를 의존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설상가상으로 반도체 장비도 이번 일본의 추가 규제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일본이 반도체 장비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28.2%로 미국에 이어 두번째였다. 특히 노광장비에선 니콘과 캐논 같은 곳들이 주요업체로 꼽히고 증착과 식각분야에선 도쿄 일렉트론이 손꼽힌다.

    과거 반도체 장비 시장도 과반 이상을 점유했던 일본이 최근 미국업체들에 자리를 내주면서 이번 추가 규제로 소재에 비해서는 장비시장의 타격은 크지 않다는게 업계의 시각이다. 하지만 당장 생산을 이어가야하는 삼성과 SK하이닉스 입장에선 소재에 이어 장비까지 신경써야하는 총체적 난국이 벌어졌다는 사실만으로도 부담이다.

    삼성과 SK하이닉스를 포함한 국내 반도체업체들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를 이미 예상하고 있었음에도 충격은 피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앞서 일본의 1차 소재 수출 규제를 기점으로 다양한 대응방안을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기기 위한 발걸음이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