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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5일 증시가 폭락했다.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7.46%(45.91포인트) 하락했고, 코스피 지수는 2.56%(51.15포인트) 하락했다.
코스피 지수는 2016년 6월 수준으로 떨어졌고, 코스닥 지수는 약 12년 만의 큰 폭 하락으로 2015년 1월 수준까지 떨어졌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2018년 내내 주가지수는 추세적으로 하락했다. 주가는 향후 기업이 창출한 이윤으로 주주에게 지급할 수 있는 혜택에 의해 결정된다.
2018년에는 기업 이윤이 전년보다 감소했기 때문에 주가는 하락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기업 이윤이 감소하고 일자리가 사라졌다. 이윤이 하락하면 기업의 고용 창출 능력이 떨어지고 소득분배가 나빠진다.
정책 당국자들은 아직도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고수한다고 하니 2019년도 주가 회복은 어려울 듯하다.
이번 증시폭락은 외국인이 주도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은 더 크다.
일본이 우리나라 기업에 실질적으로 타격을 준 것은 아직 없다. 우리나라가 ‘백색국가 목록’에 등재되지 않았을 때에도 우리나라 산업은 부정적 영향을 입지 않았다.
‘백색국가 목록’에서 제외된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지만 증권시장의 특성상 이미 반영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5일의 폭락 현상은 우리나라 정부의 대응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8월 4일 정부는 고위 당·정·청 협의회를 통해 부품·소재·장비 분야의 기술 자립을 위해 5년간 100개 전문기업을 육성한다고 발표했다.
동 분야의 기술 자립문제는 1960년대부터 추진해왔던 정책이다. 많은 성과도 있었다.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무한 경쟁 속에서 결성된 현재의 공급 사슬을 하루아침에 대체하는 것은 어렵다.
더욱이 그동안 환경을 이유로 각종 규제가 강화됐고 이에 따라서 불화수소 등 관련 소재의 개발에 어려움을 겪었다. 정부의 발표는 한일 갈등의 해결책이 없다고 선언한 것과 다름이 없었다.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기보다는 대립적 시각에서 상황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겠다는 의도로도 읽힌다. 5일 증권시장은 이러한 대책에 대해 평가를 내린 셈이다.
한일 갈등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 벌이고 있는 불매운동도 우리 증시에 반영됐다. 5일 급락 장세에도 불구하고 문구류는 상승세를 보였고 제과업종도 상승했다.
우리나라 산업을 대표하는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의 주가들이 모두 하락했고, 일본 회사와 함께 사업하는 회사들의 주가들도 하락했다. 5일 증시폭락으로 시가총액이 약 50조 원 사라진 것으로 보도됐다. 불매운동이 우리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명백해 졌다.
장이 마감될 무렵 청와대에서 "남북 간의 경제협력으로 평화경제가 실현된다면 우리는 단숨에 일본의 우위를 따라잡을 수 있다"는 주장이 보도됐다. 이 주장도 주가에는 부정적이다.
수출은 내수를 증가시키는 동력이다. 대외의존도를 낮추면 내수가 감소하여 국민소득이 줄어든다. 현재 형태의 남북경협은 자원의 비효율적 이용으로 내수만 침체시킬 수 있다.
한일 경제 협력은 글로별 경쟁력을 제고 했지만, 남북 간의 경제협력으로는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할 수 없다.
‘우리는 다시는 일본에게 지지 않겠습니다’라는 이야기도 문제의 해결과는 먼 이야기다. 경제는 축구경기가 아니다. 경제 협력으로 삼성전자가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성장했고, 자력갱생으로 북한 경제는 침몰했다.
경제를 악화시키는 정책을 내놓고,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주장을 하면, 경제가 어떻게 좋아질 수 있겠는가. 중국의 명의 ‘편작’은 ‘의사의 말을 믿지 않고 무당의 말만 믿는 것’을 불치의 병이라고 했다. 정책의 대전환으로 경제살리기에 매진하기를 바란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