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에 EUV용 포토레지스트·에칭가스 수출 재개...수출 허가 손에 쥔 日 정부향후 수출 허가 여부 미지수...韓 반도체 재고까지 조정하려는 日에 업계 한숨
  • ▲ 천안 반도체 생산라인을 둘러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반도체부문 최고경영진 모습 ⓒ삼성전자
    ▲ 천안 반도체 생산라인을 둘러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반도체부문 최고경영진 모습 ⓒ삼성전자
    일본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종에 대한 수출 규제를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삼성전자에 극자외선(EUV) 포토레지스트 수출을 허가했다. 일본이 국제사회의 비판을 피하기 위해 보여주기용으로 이번 소재 수출을 허가했다는 평가에 무게가 실리면서 반도체업계는 또 한번 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일본이 이번 첫 수출허가 전에 삼성전자의 반도체 소재 재고량까지 면밀하게 살폈다는 정황까지 드러나면서 향후에도 핵심 소재 3종과 화이트리스트 제외 목록에 오른 소재 수급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 장담키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지난달 4일 부로 한국에 수출되는 EUV용 포토레지스트(감광액)와 불화수소(에칭가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를 3년 단위 포괄허가에서 개별 허가로 바꾸는 방식으로 규제를 강화한 이후 35일 만에 해당 제품들의 한국 수출 허가를 처음으로 내렸다. 이번에 수출이 허가된 품목은 EUV용 포토레지스트와 불화수소로, 각각 삼성전자 생산법인의 주문건으로 추정된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 모두발언에서 "일본이 3대 수출규제 품목의 하나인 EUV 포토레지스트의 한국 수출을 처음으로 허가했다"고 확인했다.

    이번 수출허가로 반도체업계는 당장 필요한 소재 수급에 첫 숨통이 트였다는 점에서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수출허가 이후 일본정부가 이례적으로 수출허가 의도를 공식 발표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전략적으로 명분을 내세우기 위한 결정이 아니냐는 의혹도 커지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이날 수출허가 배경을 설명하며 '금수 조치가 아니다'라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최근 일본의 수출 규제에 국제사회의 비판이 커지고 있는 점을 의식한 발언이라는 데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다.

    일본의 첫 수출 재개를 놓고 이처럼 해석이 엇갈리면서 국내 반도체업계에는 혼란이 더 가중되는 모습이다. 한달 여만에 수출허가는 다시 받게 됐지만 앞으로도 일본 정부가 적기에 소재 수출을 허가해줄지는 확신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오히려 일본이 소재 수출길을 완전히 막아놓은 것은 아니라는 명분만 만들어 놓고 실제 수출이 재개되는 결정권을 이전보다 더 완강하게 행사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특히 일본이 이번 첫 수출허가를 하기에 앞서 허가를 신청한 삼성전자 측의 반도체 재고량을 파악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일본의 의중은 더욱 오리무중인 상태다. 일본이 보다 치밀하게 한국 반도체 생산을 쥐고 흔들기 위한 상황을 만들고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일본의 소재 수출 규제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 수급상황이 오히려 개선되는 효과를 나타냈다는 분석이 나온다"며 "반도체 가격하락과 재고 확대로 시름했던 국내 반도체업계가 일본발 공급 우려 이슈 확대로 예상보다 빨리 수요를 되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출 규제로 국제 여론도 악화된 상황에서 오히려 한국 반도체업계에 유리한 결과만 만들었다는 일본 내 의견이 커지면서 다른 공격 방안을 찾는 모양새"라고 평했다.

    이같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여론까지 감안해 일본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의 재고현황을 고려한 수출허가를 이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결국은 일본 정부가 상황별로 수출 허가를 내릴지 말지 여부만 키우는 결정이었다는 지적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