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주도권 잡기 시동… '작고 유능한 정부'로 경제위기 돌파'국민을 부자로 만드는 방법' 차이… 정부 대신 민간 주도 9월2일 최종본 따라 여론 갈릴 듯… 구체적 대안 주목
  • "정부의 정책적 효과로 일자리 지표가 개선되고 고용보험 가입자수가 크게 늘고 있다. 실업급여 수혜자와 수여 금액이 늘어나는 등 고용안전망이 훨씬 강화되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 13일 수석보좌관 회의

    "소득주도성장이라고 정부 복지를 통한 소득이 성장을 견인하는 것 같은 착시현상을 불러일으켜서는 안 된다." - 김종석 의원, 지난 7일 한국당 중진연석회의

    21대 총선을 10개월 앞두고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소주성)에 대한 본격적인 평가가 이뤄질 전망이다.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민부론(民富論)'이란 타이틀로 정부 경제정책을 조목조목 비판하고 대안정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文정권 중간심판대인 2020년 총선은 여당과 야당이 벌이는 경제정책 주도권 다툼이 중요한 변곡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한국당은 '2020 경제 대전환위원회'를 꾸리고 김광림 김종석 의원 등 당내 경제통을 전면 배치, 보고서 형태의 민부론을 작성 중이다. 이미 1차 보고서가 황교안 대표에게 보고됐고, 9월2일 최종본이 공개될 예정이다.


  • ▲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0 경제대전환위원회 분과별 보고를 주재하고 있다.ⓒ뉴시스
    ▲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0 경제대전환위원회 분과별 보고를 주재하고 있다.ⓒ뉴시스
    '큰 정부' 소주성 Vs. '작은 정부' 민부론

    소주성과 민부론은 '국민이 잘 살아야 국가가 발전한다'는 인식에서 시작하는 것으로 지향점은 사실 비슷하다.

    하지만 '국민을 부자로 만드는 방법'에서 차이가 나타난다. 가계소득을 인위적으로라도 끌어올려 경기부양을 기대하는 것이 소주성이라면 민부론은 민간기업이 활발한 경제활동을 유도해 국민소득을 증대시키겠다는 개념이다.

    두 개념의 가장 극명한 차이는 정부 역할이다.

    소주성이 주창하는 고용·실업 등 각종 급여나 수당, 지원금 정책을 펼치기 위해서는 증세와 세수확보를 통해 마련한 돈을 다시 재분배하는 역할이 필수적인데 이는 정부가 맡는다. 다시말해 경제활동에 관(官)의 규제·감독 영역을 확대하는 큰 정부 이론이 필연적이다.

    반면 한국당 민부론은 '작은 정부, 큰 시장'이 슬로건이다. 소주성의 큰 정부를 '국가주의 관치경제'로 비판하고 있다. 민간기업을 규제·감독하는 역할에서 벗어나 기업이 더 큰 소득을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을 지향한다.

    김종석 의원은 "경제는 민간이 커지는 과정"이라며 "민간이 부자가 돼야지 국가가 부자가 돼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 소주성式 정부 간섭, 경제 효율성 떨어뜨려

    소주성을 꾸준히 밀어붙인 문재인 정부의 경제 성과는 그리 좋지 못하다.

    한국은행은 분기마다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하고 있고, 그나마 정부가 기대하는 2%대 성장률은 기대하기 힘들다는게 경제학자들의 중론이다.

    실업급여 지급액은 사상최대치를 기록했고,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은 해마다 고갈되는 실정이다. 일자리 정책도 정부가 직접 일자리 사업에 나선 지원비중만 늘어날 뿐 실제 체감 취업률은 바닥을 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이달 배포한 지난해 회계결산 분석 보고서를 통해 "문재인 정부의 혁신성장 정책 지원조직이 당초 구상인 민관 합동이 아닌 정부 중심으로 구성돼 정책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산정책처는 "정부 기관별로 서로 다른 중점 투자 분야를 설정하고 이를 계속 변경하는 모습도 보인다"며 "이는 민간 혼란을 유발해 안정적인 혁신성장 기반 형성을 저해할 소지도 있다"고 우려했다.

    지나친 복지정책 확대는 국가부채율을 높여 재정건전성을 해칠 수도 있다.

    예산정책처는 "우리나라의 GDP 대비 부채비율은 OECD 평균에 비해 낮은 수준이지만, 이는 국가별 재정이나 사회구조에 따라 다양하기 때문에 다른 국가와 비교할 수 있는 절대적 지표가 아니다"며 "금융위기 등 대내외 충격에 따른 경제위기를 겪을 경우 국가채무는 매우 빠르게 증가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 ▲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 여론조사. 경제정책에 대한 비판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 여론조사. 경제정책에 대한 비판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연합뉴스

    민부론 "2020년대가 마지막 기회, 자유시장경제로 극복"

    이 같은 소주성의 부작용을 극복하기 위해 한국당이 내놓은 민부론은 ▲자유로운 시장경제 ▲작고 유능한 정부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한국당은 2020년대가 저출산·고령화의 부정적 효과가 본젹적으로 나타나기 전 경기 재반등을 노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보고 있다.

    핵심은 기업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은산분리 ▲배임죄 폐지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과도한 정부 개입 자제 ▲상속·법인세 등을 인하하는 감세정책 등을 내세운다.

    특히 노조 특권 해소를 위한 ▲대체근로 허용 ▲개별근로자 권리 강화 및 근로자 대표 관련 법제 정비 등도 당론으로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

    개인과 가계 소득 증대를 위해서는 ▲소득세 정산제 도입을 통한 실질소득 확대 ▲부동산 실수요자 대출규제 완화 ▲3기 신도시 철회 및 1·2기 신도시 강화 ▲서울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등을 검토 중이다.

    담론만 늘어놓은 재탕 정책들… 새로운 키워드 부재

    민부론은 그동안 한국당이 자유시장경제라는 틀에서 내놓은 담론에서 한발짝 나아갔다고 자평하지만, 여전히 현정부 실정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룰 뿐 구체적 대안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선 배임죄 폐지나 상속·법인세 인하 등은 여러차례 제시된 혁신안이지만, 야당인 한국당이 입법을 추진하고 관철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찍힌다.

    또한 정책이 시행됐을때 일어날 부작용에 대한 전망이나 이에 대한 대책도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김종석 의원은 "이번에 검토중인 민부론은 한국경제의 정책방향을 바꾸자는 것"이라며 "사소한 감세니 종부세니 이런 차원의 얘기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를 강타한 '경제민주화' 같은 신선한 키워드가 부족하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당내에서도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에 빗댄 민주론이란 네이밍이 2030 세대에 쉽게 다가가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나온다.

    한국당 관계자는 "학교에서 국부론을 안 가르친지가 오래될 정도로 고전 학문"이라며 "소득주도성장을 이길 신선한 키워드를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