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동맹유지 부담 커질듯…韓美방위비 분담금 협상 이르면 9월 중순 시작호르무즈 파병, 중거리 미사일 배치 등 현안 산적…승자는 北中 될 수도전문가들 "동북아서 韓입지 좁아질 수 있다", "소득 참사 뒷전으로 밀려" 지적
  • ▲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관련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회의 내용을 보고받고 있다. ⓒ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관련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회의 내용을 보고받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정부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폐기하면서 미국 주도의 한미일 3각 안보 공조의 틀을 박차고 나왔다. 
    문재인 정권은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지명이 몰고온 엄청난 스캔들로 궁지에 몰리자 수출규제라는 일본과의 작은 외교문제에 지소미아 폐기라는 방법으로 미국까지 얽어매 더 크게 비화시킨 셈이다.

    일본의 반도체 수출 규제로 시작된 외교문제를 한국이 안보협력 파기로 응수하면서 사태는 당분간 악화일로를 걷게 됐다. 여기에 미국이 '문재인 정부가 실망스럽다'는 직설적인 반응까지 쏟아낸 터라 당분간 우리 경제와 외교는 우군없이 북중러를 상대해야하는 처지에 놓일 전망이다.

    ◇韓 지소미아파기…日 관망, 美 실망, 中 환영

    정부는 23일 오후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초치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의사를 일본 정부에 공식 통보했다. 일본 언론들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일본 정부가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계기로 문재인 정부와 한층 더 거리를 두는 정책을 펼 것이라는 보도들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미국은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이례적으로 강한 우려와 실망감을 표시했다. 미국이 인도·태평양전략의 핵심 요소로 여겨왔던 한미일 3국 안보협력에서 한국이 이탈하려는 것으로 판단하는 모양새다. 미국 국무부와 국방부는 한국이 22일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하자 즉각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내놨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2일(현지시간) "우리(미국)는 한국이 정보공유 합의에 대해 내린 결정을 보게 돼 실망했다"고 말했다. 국무부 논평에서는 '문재인 정부'라는 표현까지 반복해서 언급하며 실망감을 강하게 표현했다.
  • ▲ 이달 3일 오후 부산 해군작전기지를 떠난 청해부대 30진 강감찬함(4천400t급)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임무를 수행할지 관심이 집중된다.ⓒ연합뉴스
    ▲ 이달 3일 오후 부산 해군작전기지를 떠난 청해부대 30진 강감찬함(4천400t급)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임무를 수행할지 관심이 집중된다.ⓒ연합뉴스
    특히 미 정부 소식통이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미국이 이해하고 있다는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며 그와 관련해 한국에 항의했다고 전한 대목에선 미국 행정부의 격앙된 기류도 감지된다. 한국이 지소미아 연장 여부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미국 측과 충분한 소통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반면 중국 정부는 한국의 지소미아 파기에 대해 "대외적으로 군사안보 협력을 개시하거나 중지하는 것은 주권 국가의 자주적 권리"라며 밝혔다. 지소미아 종료가 동북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줄이고 한미일 3국의 공조의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에서 중국이 '손대지 않고 코를 풀었다'며 내심 반긴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 미국과 동맹유지 부담 커질듯…"동북아서 韓입지 좁아질 수 있다"

    한국의 지소미아 파기는 경제와 한보가 모두 힘든 시기에 전격 결정된 것이라는 점에서 타이밍상 좋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번 사안이 한미 간 산적한 현안을 조율하는 데 껄그럽게 작용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한미 양국은 9월 중순쯤 내년부터 적용될 한국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정하기 위한 제11차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SMA) 협상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방위비 분담금의 대폭 인상을 예고한 뒤여서 어느수준까지 올라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도 걸려있다.

    미국은 한국을 비롯한 각국에 호르무즈 해협 공동호위 동참을 요청하고 있으며, 정부는 파병을 포함해 어떤 방식으로 이에 기여할지를 검토하고 있다. 또 미국이 러시아와의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에서 탈퇴하면서 한국 또는 일본에 중거리미사일을 배치할 수순에 들어가는 중이어서 어떤 방식으로 결정이 나든 한미 간의 갈등이 증폭될 수 밖에 없는 사안들이다.
  • 전문가들은 동북아에서 한국의 입지가 좁아지는 결과로 직결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일로 미국의 아시아전략 대상 국가에서 한국의 존재가 약화할 수도 있을 것 같아 우려스럽다"면서 "2+2(외교·국방장관) 회담 등을 통해 한미동맹에 대한 한미의 우려 사항과 관심 사항 등을 폭넓게 논의해 재정비하는 계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그의 페이스북에 "조국 사태, 지소미아 문제에 밀려 최악의 소득분배 참사는 뒷전으로 밀렸다"며 "세계는 물론 미국마저 경기침체 공포로 관련 대책을 만드는데 문재인정권은 경제 펀드멘탈 좋다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경기침체는 대량실업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2분기 연속 경제성장율이 마이너스면 경기침체로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 심리적 기준 경기침체는 이미 시작했다. 실업율 기준 경기침체 가능성이 1년 사이에 최소한 4배 이상 커졌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국민 각자 마음 단단히 먹고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합니다. 누구를 위한 정부인지 나라가 정상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