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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일(克日)을 강조하며 출시된 NH아문디자산운용의 '필승코리아 펀드'가 여권 지방자치단체장들의 필수 가입 펀드로 탈바꿈했다.
지난달 26일 문재인 대통령이 펀드에 가입한 이후 약 2주 동안 50여명의 더불어민주당 소속 자치단체장, 국회의원은 물론 경제부총리·장관·시도교육감까지 필승코리아 펀드에 가입하고 인증에 나서며 펀드상품이 사실상 여권의 출석부로 자리를 잡았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소재·부품·장비 분야 기업에 투자, 이른바 '극일 펀드'로 불리는 필승코리아 펀드에 전국 자치단체장들의 가입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 불매운동에 힘입어 탄생한 펀드인 만큼 화제몰이에 큰 성공을 거뒀다.
특히 문 대통령이 직접 펀드상품에 가입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대통령이 시류에 맞춰 특정 펀드에 가입하자 여권 인사들이 앞다퉈 뒤따라 가입에 나섰고, 해당 펀드는 운용자산(AUM) 550억원을 넘겼다.
NH농협은행, NH투자증권 등 농협금융 계열사 위주로 판매되던 창구도 현재는 20곳으로 늘었다.
부산·경남·대구·광주은행 등 지방은행은 물론 기업은행과 수협은행 등 특수은행도 상품을 들여왔다.
필승코리아 펀드는 일본 수출 규제 등으로 국산화를 추진하면서 수혜를 입을 수 있는 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이다.
운용보수(0.5%) 절반을 관련 분야 대학이나 연구소 또는 장학재단 등에 지원한다는 점에서 '착한 펀드'라는 인식이 강하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수출규제에 따른 반일 감정이 극에 달하던 시점에 펀드가 출시됐고, 피해가 예상되는 기업에게 투자금이 돌아갈 수 있다는 기대감을 심을 수 있는 상품"이라며 "정치권의 이번 펀드 가입은 수익률 보다는 정치적인 색깔을 분명히 하는데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특정 펀드상품이 이처럼 정치권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상황이 이례적이라는 분석도 내고 있다.
그동안 역대 대통령들이 금융위기 타계, 증시 부양 등을 목적으로 특정 펀드에 가입한 사례는 있지만 대통령 가입 이후 도·시·군·구 단체장은 물론 국회의원, 장관, 교육감까지 가입행렬이 이어진 것은 이례적 현상이다.
실제 필승코리아 펀드 출시 이후 홍남기 경제부총리,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비롯해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조명래 환경부 장관,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이 가입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민병두 국회 정무위원장 ▲정성호 국회의원 ▲박완주 국회의원 ▲김경수 경남도지사 ▲김영록 전남도지사 ▲이시종 충북지사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도성훈 인천시교육감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장석웅 전남도교육감 ▲김승환 전북도교육감 ▲김병우 충북교육감 등도 가입에 동참했다.
광역·기초자치단체장들의 가입행렬도 뜨겁다.
▲오거돈 부산시장 ▲이용섭 광주시장 ▲송철호 울산시장 ▲박남춘 인천시장 ▲허태정 대전시장 ▲이춘희 세종시장 ▲허성무 창원시장 ▲한범덕 청주시장 ▲원창묵 원주시장 ▲강인규 나주시장 ▲권오봉 여수시장 ▲최홍묵 계룡시장 ▲허석 순천시장 ▲안병용 의정부시장 ▲이성호 양주시장 ▲김정섭 공주시장 ▲조광한 남양주시장 ▲최대호 안양시장 ▲김종천 과천시장 ▲강석주 통영시장 ▲맹정호 서산시장 ▲김철수 속초시장 ▲이상천 제천시장 ▲곽상욱 오산시장 ▲엄태준 이천시장 ▲박승원 광명시장 ▲신동헌 경기광주시장 ▲장세용 구미시장 ▲서철모 화성시장 ▲오세현 아산시장 ▲변광용 거제시장 ▲이환주 남원시장 ▲유진섭 정읍시장 ▲구본영 천안시장 ▲최용덕 동두천시장 ▲윤화섭 안산시장 ▲이재수 춘천시장 ▲강석주 통영시장 ▲이차영 괴산군수 ▲장충남 남해군수 ▲박정현 부여군수 ▲김돈곤 청양군수 ▲최형식 담양군수 ▲유근기 곡성군수 ▲구총곤 화성군수 ▲이동진 진도군수 ▲김삼호 광주 광산구청장 ▲김병내 광주 남구청장 ▲임택 광주 동구청장 문인 ▲광주 북구청장 ▲서대석 광주 서구청장 ▲서은숙 부산진구청장 ▲홍순헌 해운대구청장 ▲김우룡 동래구청장 등이 가입신청서를 제출했고, 이를 알렸다.
이들 광역·기초자치단체장들은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더불어민주당 외 단체장 가운데서는 ▲정헌율 익산시장 ▲유기상 고창군수가 민주평화당, ▲김한근 강릉시장 ▲김석환 홍성군수 ▲구인모 거창군수가 자유한국당, ▲서춘수 함양군수 ▲유두석 장성군수는 무소속 단체장이다.
이밖에 이석형 산림조합중앙회장과 유정배 석탄공사 사장도 가입에 동참했고,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시작으로 이대훈 NH농협은행장,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 등 NH농협금융지주 계열사 대표이사들도 직접 가입하며 필승코리아 펀드 알리기에 앞장서고 있다.
NH투자증권의 경우 프로골프단 소속인 이승현·이가영·정윤지 프로의 펀드가입은 물론 KLPGA 보그너 MBN 여자오픈에서 시즌 첫 승을 신고한 박민지 프로가 우승상금으로 펀드에 가입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필승코리아의 펀드수익률은 현재 1% 대로 출시일을 감안하면 아직 수익률을 따지기엔 이르다.
다만 펀드 규모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고, 공모펀드라는 점에서 자연스럽게 향후 관심은 부품, 소재, 장비 섹터의 변동성과 수익률에 쏠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 시각이다.
결국 업계에서는 "정치권의 적극적인 참여로 인기몰이에 성공한 필승코리아 펀드가 자금을 모은 이후의 행보가 더욱 중요하다"며 "과거 정치색을 띄며 시류에 편승해 시장에 나온 펀드들의 실폐 사례가 반복돼서는 안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NH아문디자산운용 측 역시 펀드 출시부터 수익률을 위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기업들도 펀드에 담을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고, 특히 가입자들이 손실을 보지 않도록 관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