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협 내세운 하나로펀드, 극일 펀드로 절묘한 경로 변경 출시방치상품 '리모델링'…반일 시류타고 정치권 줄서서 가입하며 홍보업계 시선 한몸에 받고 배영훈 대표이사 취임선물 역할도 톡톡히
  • ▲ 홍남기 경제부총리 ⓒNH투자증권
    ▲ 홍남기 경제부총리 ⓒNH투자증권

    'NH-아문디 필승코리아 주식형 펀드'(필승코리아 펀드)가 문재인 대통령 가입 이후 부총리, 장관, 여권 지자체장들이 앞다퉈 가압하며 금융투자업계에서 히트상품으로 자리매김 중이다.

    반일·극일 시류가 강한 시기를 절묘하게 활용한 필승코리아 펀드는 당초 남북 화해 무드가 한창이던 지난해 '통일펀드'로 출격을 준비하다 사실상 방치됐던 펀드였지만 발빠르게 '극일펀드'로 포장을 바꿔 성공사례를 쓰고 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와 NH-아문디자산운용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출시된 필승코리아 펀드는 16일 기준 1개월 수익률 3.13%를 기록했다.

    해당 펀드의 벤치마크(비교지수)인 코스피가 같은 기간 5.7% 가량 상승한 점을 감안하면 높은 초반 수익률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특히 80% 이상을 주식 등 고위험자산에 투자하는 액티브 펀드의 특성상 원금손실 가능성을 안고 있고, 과거 정부 정책에 편승해 출시된 펀드들의 결과가 좋지 않았다는 점에서 투자위험 등급 2등급(높은 위험)의 필승코리아 펀드 역시 출시 직후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반면 필승코리아펀드 흥행의 불씨를 문재인 대통령이 당기면서 부터 정치권과 금융투자업계 내에서 필승코리아펀드는 히트상품으로 급부상했다.

    지난달 26일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펀드상품에 가입했고, 이후 약 2주 동안 50여명의 더불어민주당 소속 자치단체장, 국회의원은 물론 경제부총리·장관·시도교육감까지 펀드에 가입하고 인증에 나서며 펀드상품이 사실상 여권의 출석부로 자리를 잡았다.

    해당 펀드에 공식적으로 가입한 정치권 인사들은 70여명을 넘어섰다.

    그 결과 출시 초기 농협 계열사에서 낸 300억원의 기초 투자금을 제외하고 340억원이 추가 모집돼 현재 펀드 운용 규모는 640억원을 돌파했다.

    업계는 이같은 초반 흥행 성공을 NH-아문디자산운용의 마케팅전략 성공으로 보고 있다.

    실제 필승코리아 펀드는 당초 'NH-Amundi 하나로 코리아 증권투자신탁[주식]'(하나로 펀드)로 출시 예정이었던 상품으로 남북 경제협력 단계별로 수혜가 예상되는 업종을 발굴해 투자키로 했던 펀드였다.

    금융당국으로 부터 승인을 받았지만 당시 이미 많은 유사 펀드가 쏟아져 나온 상황에서 자금모집을 낙관하기 어려워 사실상 방치돼 있던 하나로 펀드는 필승코리아 펀드로 출시 직전 명칭을 변경해 투자설명서도 정정했다.

    기본 투자전략 역시 수정했다.

    '남북 경제협력 단계별로 수혜가 예상되는 업종'에 투자하는 것을 전략으로 했던 하나로 펀드는 필승코리아 펀드로 재탄생하는 과정에서 '산업구조개편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기술혁신성과 지속가능한 사업모델을 가진 부품, 소재, 장비업체 및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에 투자하는 것으로 전략을 변경했다.

    '남북 경제협력 연관성이 높은 업종군'·'남북협력 초기 국면의 투자업종 및 주목 영역' 등 주로 '남북협력'이 키워드였던 운용 프로세스도 '남북'의 단어를 완전히 제외하고 '국내 공급망 강화로 동반성장 가능한 업종'등으로 바꾸면서 '통일펀드'의 이미지를 '극일펀드'로 바꿨다.

    여기에 납입금액의 1% 이내로 설정했던 A클래스의 선취판매수수료를 0.5% 이내로 낮추는 등 유형별 상품의 보수를 절반 수준으로 일제히 낮춰 착한 펀드의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또 하나로 펀드의 경우 운용보수의 20%를 남북경협사업이나 관련 공익재단·사회공헌활동에 지원키로 했지만 필승코리아 펀드로 포장을 바꾸면서 운용보수의 50%를 부품, 소재, 장비 기술 분야 등의 산업특성화 대학(학과)에 장학금 지원 및 연구소 지원하거나 장학재단 등 공익단체의 사회공헌활동에 지원하는 것으로 기금 조성 방식을 바꾸고 사회공헌 성격을 더했다.

    배영훈 대표이사의 취임 후 첫 상품이라는 점을 강조한 마케팅 활용도 눈에 띈다.

    8월 1일자로 공식 취임한 배영훈 대표이사는 농협 출신이면서 NH-아문디자산운용에 몸담은 경력(마케팅총괄 전무(CMO))이 있어 조직 안정과 동시에 자산운용 업계내 순위도약 기대를 받고 있다.

    NH아문디자산운용은 지난 2015년 부터 역대 대표이사들이 '2020년 운용자산 60조원, 업계 순위 5위 진입'을 목표로 내걸었지만 여전히 운용자산 40조7000억원, 업계 순위 7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필승코리아펀드는 배영훈 대표이사 역시 취임당시 내건 운용자산 60조원, 업계 순위 5위 달성을 위한 성공적인 출발 상품으로 평가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반일·극일 감정이 고조되던 시기에 취임한 이후 약 보름만에 공적 가치를 표방하는 펀드를 출시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다"며 "농협금융 계열사의 상품에 대통령을 시작으로 정치권 인사들이 줄지어 가입하면서 자산운용 업계에 유례없는 흥행 사례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