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곳 만기도래 지자체 중 57% 금고 선정 완료다크호스 국민은행 곳곳 출사표 던졌지만 고배협력사업비 과당경쟁 경고 속 지자체 변화 꺼려
  • ▲ ⓒ뉴데일리DB
    ▲ ⓒ뉴데일리DB

    오는 12월 시금고 계약 기간이 만료 예정인 자치단체 중 절반 이상이 은행 선정을 마쳤다.

    특히 올해의 경우 금고 선정과 관련해 각 지자체마다 배점 조정이 있었던 만큼 시중은행에게 기회가 올 것이란 기대가 컸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지방은행의 승기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지자체 27곳 금고 선정 완료…변경은 단 2곳뿐

    14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금고 계약 만기가 예정된 자치단체는 49곳이다. 이 중 27개 자치단체는 은행 선정을 마치고 운영 계약을 체결했다.

    울산광역시, 충남도청, 경북도청, 경남도청 등 12개 자치단체는 은행 선정을 앞두고 있으며 10개 자치단체는 아직 지정계획을 밝히지 않은 상황이다.

    이제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중간평가를 하자면 지방은행의 선전이 돋보인다.

    최대 격전지 중 하나인 대구광역시의 경우 대구은행이 1금고 수성에 성공했다. 평가결과 100점 만점에 97점을 획득하며 농협은행의 추격을 단 2.6점 차이로 따돌렸다.

    국민은행은 도전장을 던졌지만, 평가결과 90.52점, 3위에 머무르며 고배를 마셨다.

    대부분 자치단체는 금고 선정과 관련된 배점을 변경한 가운데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했다.

    실제 금고 선정을 마친 27개 자치단체 중 변경된 곳은 단 2곳뿐이다.

    전북 군산시 금고 경쟁에선 2금고를 내줬던 전북은행이 탈환에 성공했다. 기존 2금고를 맡았던 국민은행은 3년 만에 금고 지위를 뺏기는 충격적 패배를 맛봤다.

    그러나 국민은행은 전남 광양시 2금고를 따내며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중간평가 결과 지방은행은 27개 금고 중 10곳을 지켜내며 자존심을 지켰다는 평가다.

    특히 경남은행은 지역 내 금고인 사천시, 거제시, 창녕군 등을 지켜냈고 대구은행도 지역 민심을 되돌리는 데 성공하며 대구시를 비롯해 구미시, 영주시, 칠곡군의 금고를 수성했다.

    구미시의 경우 예상과 다르게 총 5곳의 은행이 금고 경쟁이 뛰어들어 치열했다는 후문이다. 구미시 금고 경쟁에는 대구, 농협은행을 비롯해 국민, KEB하나은행, 새마을금고까지 접전을 벌였다.

  • ▲ ⓒ뉴데일리
    ▲ ⓒ뉴데일리
    ◆다크호스 국민은행, 주판알만 튕기다 퇴장

    올해 금고 경쟁에서 다크호스는 국민은행으로 꼽힌다.

    2015년 나라사랑카드를 쟁탈하면서 기관영업 부분에서 저력을 보여준 바 있다. 지난해에도 서울 광진구, 서울 노원구, 광주 남구 등 난공불락으로 여겼던 금고를 탈환하며 기존 금고지기를 긴장케 했다.

    하지만 올해는 기대와 다른 걸음세다.

    국민은행은 지금까지 총 6곳의 지자체 금고 경쟁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러나 전남 광양시, 경북 울진군만 성공했을 뿐 경기도 안양시, 전북 군산시, 경북 구미시, 대구광역시에선 고배를 마쳤다.

    특히 2금고였던 군산시를 뺏긴 점은 지난 3년의 노력이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일각에선 국민은행이 과감한 투자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다. 즉, 주판알만 튕기다 지방은행의 공세를 막아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5월 지자체 금고 선정과 관련해 평가 기준을 개선했다. 주요 골자는 협력사업비 과당경쟁을 막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협력사업비 배점이 4점에서 2점으로 축소돼 시중은행에게 유리한 점이 사라졌다.

    단, 지역 재투자와 지역금융 인프라 항목 평가가 강화돼 이 부분에서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졌다면 시중은행도 기회가 있었다.

    지역주민 편의성 부분에서도 전국 지점 수에서 관내 지점 수로 변경한 게 시중은행에게 불리할 수 있었지만 자치단체는 무인점포나 ATM 수도 포함시켜 불공정 시비를 줄였다.

    오히려 시중은행을 고민하게 만든 건 수시입출금식 예금금리 우대 조항이다. 저금리 상황에서 지자체만 입출금예금에 높은 금리를 주기엔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협력사업비 배점이 낮아지면서 시중은행이 유리한 부분이 사라졌다”라며 “특히 일부 지자체에서 수시입출금 또는 대출금리 부분에서 우대금리를 적용해 달라는 요구가 많아 시중은행이 설명회만 참여하고 실제 신청서를 제출하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중은행이 금고지기 지위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선 지역민을 위해 과감한 투자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올해 강원 강릉시, 경북 안동시 금고를 수성했다. 안동시의 경우 대구은행의 끈질긴 추격에도 불구하고 과감한 협력사업비 투자로 2금고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신한은행은 안동시에 1금고를 맡은 농협은행(협력비 7억2000만원)보다 많은 9억원을 협력사업비로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