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링 PE, 3년 전 무산된 매각 재추진업계 "유통사 등 타업계 관심 높을 듯""시설 투자 등 인수 후 부담 커"
  • 국내 5위 택배업체 로젠택배 매각이 재추진된다. 지분 100%를 가지고 있는 홍콩계 사모펀드 베어링 PEA는 지난달 말부터 매각 작업을 다시 시작했다. 시장이 예상하는 몸값은 3000억원 대다.

    업계는 로젠을 ‘알짜’로 평가하고 있다. 점유율은 7% 대로 비교적 규모는 작지만 수익률이 좋다. 택배는 CJ대한통운, 롯데글로벌로지스, 한진 등 메이저 업체 3곳이 점유율 80%를 차지하는 시장이다.

    로젠은 기업택배 대비 단가가 높은 개인 물량에 특화돼있다. 전체 물량의 80~90%가 개인이 개인에게 발송하는 C2C(소비자 간 거래) 택배다. 대형 업체의 개인택배 소화량은 보통 5~10% 미만이다.

    로젠은 지난해 매출 3717억원과 207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이익률은 약 5.5%로, 대형 업체 수익률 1~3%와 비교해 높다. 지난해 처리 물량은 1억8500만 상자(전체 시장 25억 상자)로 추정된다. 규모는 작지만 꾸준히 안정적인 영업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베어링 PEA의 로젠 매각 시도는 처음이 아니다. 베어링은 지난 2016년 국내 PEF 운용사 스틱인베스트먼트, 글로벌 물류업체 DHL·UPS와 매각을 논의했지만 가격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무산됐다.

    업계는 이번 매각전은 분위기가 다를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는다. 택배업을 향한 시장의 관심이 예전과 비교해 크게 높아졌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인수는 동종업계보단 비물류 분야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예측이 우세하다.

    최근 시장 전반은 온라인 쇼핑 등의 영향으로 ‘문 앞 배송’을 뜻하는 라스트 마일에 대한 관심이 높다. 라스트마일을 대표하는 택배를 중심으로 새벽·당일배송 등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엔 유통사 등 비(非)물류 업계의 택배업 진출도 많다. 지난해 이커머스 기업 쿠팡은 국토교통부에 직접 택배 사업권을 신청했다. 올해는 가구업체 한샘과 식품 쇼핑몰 마켓컬리가 택배 면허를 취득했다.

  • ▲ 택배 자료사진 ⓒ 정상윤 기자
    ▲ 택배 자료사진 ⓒ 정상윤 기자

    택배업계 관계자는 “로젠은 전국 단위의 물류 인프라를 갖춘 데다, 수익도 우수해 물류업에 욕심 있는 유통사 등에서 관심을 보일 수 있다”면서 “택배 시장 자체가 성장세에 있어 사모펀드 등 금융계의 관심이 모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CJ·롯데·한진 등 대형 택배사의 경우 수천억의 예산을 들여 자체 시설을 확충하고 있는 상황이라 굳이 관심을 두진 않을 것 같다”면서 “새벽 배송 사례와 같이 차별화된 서비스를 구상하는 타 업계의 인수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생각보다 시장의 관심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인수 이후 투자 부담이 크다는 점에 선뜻 나설 인수자가 없을 수도 있다는 시각에서다. '규모의 경제'라는 개념이 중요한 택배는 성장을 위해선 터미널 증축 등 대규모 투자가 필수적이다.

    경쟁 입찰이라는 현 시장 구조상 단가가 낮아 직접 운영보단 외부 위탁이 효율이 높은 점도 있다. 앞서 농협의 경우 택배사 설립과 중소업체 인수를 고민하다 외부 위탁으로 사업을 우회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택배 사업을 위해선 시설 확충 등 대규모 투자가 필수적이라 누군가 로젠을 사들여도 비용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며 “앞서 농협도 택배업을 다각도로 검토하다 한진과의 계약 택배로 사업을 우회했다. 물류 서비스가 필요해도 효율 측면에선 외부 위탁이 나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