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자물류 전환·2+3자·본입찰 포기 등 3가지 방법 가능"인수 시 투자·인건비 부담 상당할 듯"
  • 신세계그룹이 로젠택배 인수를 검토한다. 예상 인수가는 약 4000억원으로, 본입찰은 이르면 이달 진행된다. 인수 성사 시 신세계는 12년 만에 물류업에 재진출하게 된다. 신세계는 지난 2008년 ㈜한진에 물류자회사 ‘세덱스’를 300억원에 매각했다.

    신세계가 밝힌 인수 배경은 자사 온라인 몰 SSG닷컴의 ‘배송 서비스강화’이다. 적자를 버티지 못해 회사를 팔았다가, 당시 매각가 10배 넘는 가격에 물류사를 다시 사들이려 하자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예상 시나리오는 총 3가지다. 인수 후 로젠택배를 자사 물량만 처리하는 ‘2자 물류사’로 전환하거나, 자사와 외부물량을 함께 처리하는 ‘2+3자’ 형태의 사업방식 변경이다. 마지막 시나리오는 실사 후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는 ‘딜 하차’다.

    업계는 신세계가 로젠을 통해 ‘쓱 배송’, ‘새벽배송’ 등의 특수 서비스를 강화할 것으로 내다본다. 사실상 로젠을 신세계 물량만 처리하는 2자 물류사로 전환한다는 의미다. 현재 로젠은 외부인 의뢰 물량을 나르는 3자 물류사로, 형태가 다소 다르다.

    2자사 전환 시엔 각 기사와의 계약 수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로젠 기사는 배송과 물량 영업을 함께할 수 있는 형태로 근무한다. 자신의 월 영업과 배송량에 따라 수입이 결정되며, 이 경우 특정 화주의 물량이 줄어도 급여 타격이 적다.

    신세계와 기사의 계약 변경은 기존 택배사의 ‘전담 배송제’와 유사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각 사는 발송량이 많은 화주에게 특정 기사를 배정하고, 매월 일정 수준의 급여를 보장한다. 특정 이슈로 화주사 물량이 줄어 손실이 발생하면 이를 회사가 메운다.

    계약 협상에 실패할 경우 대규모 인력 이탈이 발생할 수 있다. 개인사업자인 택배기사는 수수료 조건에 따라 소속 회사를 비교적 자유롭게 옮긴다. 신세계 입장에서 기존인력을 잡아두기 위해서는 상당한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는 의미다.

    2·3자사를 합친 사업을 택한다면 수백~수천억 대 시설 투자가 필요하다. 연간 약 2억 상자(점유율 7~8%)의 택배를 처리하는 로젠은 모든 시설이 포화상태다. 수년간 사모펀드 베어링 PEA가 대주주였던 만큼, 사업 확장을 위한 투자가 최근엔 거의 없었다.

    신세계가 자사 서비스 강화와 택배 사업 확장 두 가지를 염두에 둔다면, 각종 투자비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로젠은 일 60만 건의 물량을 처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물량 3분의 1수준인 20만 상자 추가 처리를 위한 터미널 구축엔 300~400억원이 든다.

  • ▲ 택배 자료사진 ⓒ 뉴데일리 DB
    ▲ 택배 자료사진 ⓒ 뉴데일리 DB

    실사 후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신세계가 밝힌 대로 자체 배송 서비스 강화가 인수 목적이라면, 기사 모집과 배송거점을 직접 구축하는 게 훨씬 경제적일 수 있다.

    일각에서는 신세계가 시장 트랜드와 사업구조를 파악하기 위해 ‘탭핑(tapping·사전 시장조사)’ 수준으로만 딜에 참여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로젠택배는 터미널, 설비 등 보유자산이 부족해 M&A 시장에서 매력도가 높은 매물은 아니다. 이에 지난 2016년부터 시도한 매각은 몇 번이나 엎어졌고, 최근에는 SK와 카카오가 인수를 검토했다 발을 뺐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신세계가 이커머스, 택배시장 성장을 염두에 둬 인수를 추진하는 것은 이해되지만, 이후 투자비 등을 따지면 리스크가 꽤 크다”면서 “현재는 신세계가 어떤 사업을 그리는지 업계도 가늠을 못 하고 있다. 본입찰 개시 후 전략변화를 살펴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