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소유권-영재센터 뇌물죄 여부 공방 예고대법관 반대의견, 파기환송심 영향 여부 촉각1년여 수감 및 횡령액 변제 등 '작량감경' 기대도
  •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법원의 판단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8월 대법원이 뇌물죄와 관련 원심의 판단과 달리한 만큼, 치열한 법정공방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유·무죄 판단 이후 재량으로 형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는 '작량감경' 여지가 있고 침체된 국내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집행유예가 유지될 가능성도 적잖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부는 25일 오전 10시 10분 이 부회장 등의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진행한다.

    이번 파기환송심에서는 삼성이 최순실 씨에게 제공한 34억원어치의 말 3마리와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16억원 등의 성격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앞서 대법원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말 사용료'만 뇌물액이라고 본 2심 재판부의 판단을 뒤집고 모두 뇌물로 인정했다. 3마리의 마필이 삼성 명의로 있었지만 실질적인 사용 및 처분 권한은 최순실 씨에게 있다고 봤다.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역시 달리 판단했다. 승계 작업이라는 현안과 그 대가관계가 인정됐다고 보고 이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2심의 판결을 뒤집었다. 

    만약 파기환송심이 대법원의 판단과 같이 할 경우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액 규모는 항소심이 인정한 뇌물액 36억원을 훌쩍 넘은 86억원까지 늘어나게 된다. 

    이 경우 이 부회장의 양형 판단에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죄는 횡령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일 경우 3년 이상의 징역으로, 50억원 이상일 때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한다. 집행유예는 3년 이하의 징역에만 가능하다. 

    그러나 상고심에서 13명의 대법관 중 일부 대법관들이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죄와 관련해 반대의견을 낸 만큼 치열한 법정공방이 이뤄질 가능성도 나온다. 

    이들은 삼성의 승마지원에 일반 뇌물죄가 아닌 제삼자 뇌물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봤다. 

    당시 조희대·안철상·이동원 대법관은 말 세 마리의 소유권이 삼성에 있었고 영재센터 후원금도 부정 청탁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최순실씨가 박근혜 전 대통령 권력을 배경으로 승마지원을 받아 삼성 측이 요구에 따를 수밖에 없는 관계였다 해도 말들 소유권이나 실질적 처분권한을 이전한다는 의사 합치가 있었다고 보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삼성 측은 말 3마리 외에도 차량을 최 씨 등에게 제공하면서 차량대금을 지급받았다"며 "34억원이라는 고가의 말들을 뇌물로 제공했다면 그에 비해 소액인 차량대금을 지급받은 것은 설명하기 어렵다"고 했다.

    오히려 지난 2016년 9월 23일 삼성의 정유라에 대한 승마 지원 보도 이후 최 씨가 삼성 측과 승마 지원 사실을 숨기려고 했고, 이 과정에서 나머지 2필의 말에 대한 소유권을 2018년 이후에 이전하기로 추진한다고 합의한 점은 최 씨가 말의 처분권한을 갖지 않았다는 점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영재센터 지원금이 '부정한 청탁'의 대상이 되는지에 대해서도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에 영재센터 지원금이 박 전 대통령의 직무집행 대가라는 점에 대한 공통된 인식이나 양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소수의견대로 제삼자 뇌물죄가 적용되려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삼성 측 사이에 부정한 청탁과 대가관계가 있었는지를 검찰이나 특검이 추가로 입증해야 한다.

    여기에 대법원이 재산국외도피 혐의에 대해 원심과 같이 무죄로 판단한 점은 그나마 다행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재산국외도피죄의 경우 이 부회장의 주요 기소 혐의 중에서 법정형이 가장 무거운 부분이다. 

    재산국외도피죄는 도피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일 때 5년 이상의 징역으로, 50억원 이상일 때 10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한다. 

    1심이 재산국외도피 혐의를 실형으로 선고한 데에는 이 사건의 본질을 정경유착으로 잘못 판단한 점 외에도 재산국외도피죄를 유죄로 판단한 점이 컸다.

    항소심은 1심 판결의 위법성을 지적하면서 재산국외도피죄를 무죄로 판단했는데, 대법원은 이러한 항소심 판결을 최종 확정했다. 이에 따라 이번 파기환송심에서 '작량감경'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작량감경은 판사 재량으로 형량의 상한과 하한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법률상 감경 사유가 없어도 범죄의 구체적인 정상을 고려했을 때 법률로 정한 형이 과중하다고 인정될 경우다. 

    특경법 하한형은 징역 5년이다. 작량감경을 적용할 경우 이 부회장의 형량은 징역 2년 6개월까지 줄어들게 된다. 

    이 부회장의 경우 지난 2017년 1년여의 수감생활과 1심에서 유죄로 판단한 횡령액 전부를 변제했다는 점은 정상 참작이 가능하다는 시각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국내 경제가 처한 어려움 상황 및 삼성의 역할을 감안하면 이 부회장의 집행유예 판결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적잖이 나오는 상황이다. 이 부회장이 재구속될 경우 중장기 투자에 자칫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삼성은 미중 무역분쟁 및 글로벌 경기 침체 가운데서도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대규모 투자 결정에 나서며 지역 경제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서는 상태다. 

    삼성은 지난 4월 반도체 부분에 133조원, 이달에는 퀀텀닷(QD) 디스플레이에 13조원 등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현재 경제현실을 감안하면 삼성의 총수 부재는 어려운 상황을 가중시킬 수 있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