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불안이 경제리스크로… 증시·환율 영향 작지 않아미국 움직임이 관건, 자동차 부품 고율 관세 부과 우려일본 수출규제 피해 누적 우려… 국가 수출부진 악영향
  • ▲ 지난 4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세안+3 정상회의 직전 환담을 나누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제공
    ▲ 지난 4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세안+3 정상회의 직전 환담을 나누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제공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지소미아)이 23일 자정을 기해 종료된다. 정부는 막판까지 일본과 물밑 협상을 이어갔지만, 일본의 '수출 규제 철회'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협정 종료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당장 지소미아가 종료되면 외교·안보 분야에서 심각한 피해가 예상되지만, 경제적인 타격도 작지 않을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국민과의 대화'에서 "지소미아가 종료되는 한이 있어도 일본과 안보상 협력은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부터 시작된 사건인 이상 양국간 무역 및 경제 갈등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단순한 한일 양국 문제 아냐… 미국 움직임이 관건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지소미아 파기는 반미선언이며 주한미군 철수 논란을 초래해 국가 신용도 하락과 주가폭락을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지소미아 종료 직후 미국이나 일본이 즉각적인 경제보복 카드를 꺼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안보불안이 경제 리스크로 이어질 것이라는 견해에는 동의하고 있다.

    당장 문재인 정부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를 WTO에 제소하는 등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는 데다, 실질적인 협상 종료 후에도 추가 협상 여지도 남아 있어 극단적인 보복 조치가 발빠르게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 연구위원은 "일본의 지난 7월 시작한 수출규제조치에 대한 한국의 피해가 가시적으로 나타나지 않았다"며 "미국 역시 당장 경제적 압박 카드를 내밀 명분도 많지 않다"고 말했다. 정 연구위원은 다만 "당장 지소미아가 종료된다고 하더라도 결국에는 한일 양국이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기 때문에 추가 협상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이 같은 불확실성이 계속되면 대내외적 위험요소는 더욱 커진다는 점이다.

    당장 미국은 유럽과 일본산 자동차 부품에 대한 25%에 달하는 고율 관세를 검토 중이다. 한국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지소미아 종료를 앞두고 압박카드로 남겨두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는 미국의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는 사안에 대해서 수입을 제한하거나 고율 관세를 매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만약 한국이 미국의 고율관세 대상국에 포함될 경우 국내 자동차 업계는 심각한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미국 수출길은 막히는 것"이라며 "완성차 기업은 물론 부품 협력사들도 줄도산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 ▲ 지난 4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세안+3 정상회의 직전 환담을 나누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제공
    미군철수, 방위비분담금 등 코리아 리스크 급증

    미국 국무부는 성명을 통해 "지소미아 파기 결정은 한국을 방어하는 일을 더 어렵고 복잡하게 만들었다"며 "주한 미군 뿐 아니라 한국군도 더 큰 위협에 놓이게 된다"고 경고했다.

    미 연방 상원의회는 지소미아 종료 결정 취소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상정했다.

    하태경 의원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가능한 해외 주둔한 미군을 철수하겠다는 미국 고립주의자"라며 "지소미아 파기를 곧 한미동맹의 파기 선언으로 규정하고,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꺼낼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같은 코리아 리스크 증가는 국내 증시나 환율 시장 등을 불안케 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지소미아 파기 논란이 처음 시작된 지난 8월 초 외국인의 팔자 움직임은 13거래일 연속 순매도세를 보이며 폭락을 거듭했고, 국내 기관투자자는 순매도로 방어하기 급급했다.

    종료 결정이 코앞으로 다가온 지난 7일, 외국인 매도 랠리는 다시 시작돼 불과 열흘 만에 2조원에 육박하는 주식을 팔아치웠다.

    일본의 수출규제에 따른 무역 피해도 당장은 드러나지 않지만, 피해가 서서히 누적되는 모습이다.

    관세청이 발표한 이달 1~20일 수출은 282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6%나 감소했다. 29억9천만 달러에 달하는 금액이다. 전체 수출액 감소도 12개월 연속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반도체 주요부품 수출규제로 대 일본 수입액도 17.5%가 줄었다.

    전직 외교관 모임인 '나라사랑 전직 외교관'은 "국제사회의 제재가 시행되면 우리의 국가신용 등급은 '투자부적격'으로 추락하게 될 수밖에 없다"며 "은행, 기업의 신용등급도 투자부적격으로 동반 추락할 것이며 해외 의존이 엄청난 한국 경제로서는 이로 인해 파생되는 재앙적 수준의 경제적 후폭풍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용기 한국당 정책위의장도 "지소미아 종료가 한미동맹에 영향을 끼쳐서 안보 파국을 가져오고 연쇄적인 '경제파국'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