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이어 CFO·CHO 교체박일평 CTO만 자리 지켜내CSO 신설 C레벨 '5인 체제' 변경 눈길'미래 기술 개발 중추' CTO 조직 힘싣기구광모 회장, 미래사업 육성 미션 짊어진 LG전자 개혁 '정조준'
  • ▲ LG전자 CEO를 맡았던 조성진 부회장과 신임 CEO 권봉석 사장. ⓒLG전자
    ▲ LG전자 CEO를 맡았던 조성진 부회장과 신임 CEO 권봉석 사장. ⓒLG전자
    LG전자가 이른바 'C레벨'로 불리는 최고경영자급 임원 4명 중 3명을 바꾸고 최고전략책임자(CSO) 자리를 신설하면서 새 부대를 꾸렸다. 구광모 회장 체제를 맞은 LG그룹에서 특히 미래사업을 육성해야 하는 역할이 크게 주어진 LG전자가 개혁의 신호탄을 쐈다는 분석이다. 유일하게 교체되지 않은 최고기술책임자(CTO) 조직에는 더 힘이 실렸다는 평가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달 26일에 있었던 2020 임원인사 및 조직개편을 통해 C레벨 임원 4명 중 3명이 교체되고 CSO가 신설되는 등 사실상 새 경영진이 꾸려졌다.

    우선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해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최고인사책임자(CHO)가 모두 바뀌는 완전한 변화를 이뤘다. 특히나 LG전자 엔지니어로 출발해 43년 간 종사하며 6년 넘게 LG전자를 이끈 조성진 부회장이 CEO 자리에서 물러나며 그를 보필했던 후배 임원들이 대거 C레벨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조 부회장의 뒤를 이어 HE사업본부와 MC사업본부를 이끌던 권봉석 사장이 CEO에 올랐다. 권 사장은 1963년생 50대 CEO로 LG전자의 젊어진 C레벨 군단을 총괄 지휘하는 자리를 맡는다. LG전자로 입사해 기획과 전략 전문가로 입지를 굳힌 권 사장이 산적한 현안과 미래 비전을 어떤 리더십으로 해결해나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LG전자에서 오랜기간 살림꾼 역할을 맡았던 정도현 사장도 이번 인사를 통해 CFO 자리에서 내려와 퇴임하게 됐다. 정 사장은 조 부회장 아래서 수년 간 안정적으로 LG전자의 재무관리를 맡아오다 이번 C레벨 대변화와 함께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줬다.

    신임 CFO는 세무통상그룹장을 맡고 있던 배두용 부사장이 맡게 된다. 배 부사장은 1966년생으로 역시 50대이고 국세청 출신 세무전문가로 LG로 이직해 올해까지 14년째 근무하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 등 국제 정세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해외 생산을 확대하고 있는 LG전자가 세무전문가를 신임 CFO를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임 CHO에는 전장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VS사업본부에서 인사(HR)담당이었던 김원범 상무가 전무로 승진하며 자리했다. 신임 김 전무도 1966년생으로 50대이고  LG에 28년 재직한 인물이다. 전임 CHO였던 박철용 전무는 LG이노텍으로 건너가 CHO 역할을 이어간다.

    C레벨 중 유일하게 자리를 지킨 인물은 CTO인 박일평 사장이다. 박 사장은 2년 전 LG전자 소프트웨어센터장으로 영입돼 지난해부터 CTO를 맡고 있어 LG전자에 합류해 C레벨에 오른지 얼마되지 않았다. LG전자에 앞서 지금은 삼성전자 품에 안긴 자동차 부품 전문 기업인 하만(Harman)에 근무했던 박 사장은 이번 인사와 조직개편으로 오히려 입지를 크게 키웠다는 분석이다.

    LG전자는 이번에 CTO 산하에 '미래기술센터'를 신설해 미래핵심기술과 공통기반기술 개발에 역량을 모을 계획이다. 박 사장이 이 센터까지 총괄하며 사실상 LG전자 미래기술 개발의 최고 책임자 역할을 맡게 되는셈이다. 구광모 LG 회장이 LG전자에 특히 미래기술 개발과 육성을 주된 역할로 주문하고 있는만큼 박 사장에게 거는 기대 또한 막대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인사와 조직개편에서 그만큼의 힘을 실어준 이유로도 풀이된다.

    LG전자의 2020년 또 한가지 변화는 기존에 사실상 존재하지 않던 CSO 자리를 신설한 것이다. 거의 10년 전 외부인사 출신의 전략적 조언을 얻기 위한 자리로 CSO가 존재하기도 했지만 이내 사라졌다가 이번 인사를 통해 새롭게 자리했다. 이번에는 LG전자 내부적으로 전체 전략과 기획 방향을 책임질 수 있는 조직이 생긴 것으로, 해외전략통인 조주완 부사장이 첫 적임자로 낙점됐다. 조 부사장은 앞서 북미지역대표를 맡고 있었다.

    CSO부문은 신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전략을 짜고 LG전자의 전체 미래 대비와 디지털 전환을 위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게 된다. 신임 CEO인 권 사장이 기획과 전략에 능통한 인물임을 감안할 때 CSO부문은 권 사장을 보필해 LG전자의 미래 전략을 실행으로 옮기는데 추진력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CEO와 CSO의 시너지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번에 50대 젊은 C레벨로 물갈이를 한 LG전자가 내년부터 어떤 변화를 보여줄지에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C레벨의 쇄신과 함께 이하 임원진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지면서 젊은 조직으로 변화에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