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구속 여부에 치열한 공방 펼쳐 특검, 징역 10년 이상 의견 피력"대통령 요청 거절하면 불이익 감수"대통령 질책에 승마지원…"부정청탁 없었다"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후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공판에 출석했다.ⓒ뉴데일리DB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후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공판에 출석했다.ⓒ뉴데일리DB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파기환송심 공판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변호인단이 양형을 놓고 뜨거운 공방을 벌였다.

    이날 진행된 양형심리에 따라 이 부회장의 재구속 여부가 결정되는 만큼 양측은 한치의 물러섬 없이 팽팽한 변론 대결을 보였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6일 오후 2시5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3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날 1시30분께 검은색 카니발 차량을 타고 법원 건물로 들어섰다. 굳은 표정의 이 부회장은 특별히 준비한 말, 심경 등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법정을 향했다.

    이날 공판은 이 부회장의 양형판단 심리기일로, 재구속 여부가 결정되는 만큼 이번 파기환송심에서 가장 주요한 부분이다. 재판부는 첫 공판에서 유무죄 판단과, 양형판단 기일을 나눠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지난달 22일에는 유무죄 판단에 대한 심리가 이뤄졌다.

    대법원이 이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낼 당시 유·무죄 판단을 내놨기 때문에 특검과 변호인단은 양형심리에 집중할 것을 예고했다. 

    이 부회장 측은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고 이를 바탕으로 변론할 생각"이라며 "저희로서는 대법 판결에서 한 유무죄 판단을 달리 다투지 않고, 오로지 양형 판단을 다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날 양측은 이 부회장의 양형을 두고 치열한 법리 다툼을 펼쳤다. 항소심에서 무죄로 판단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이하 영재센터) 후원금과 승마지원 성격이 핵심 쟁점으로 다뤄졌다.

    특검은 박근혜 전 대통령 등에게 준 뇌물이 '수동적' 성격이었다는 이 부회장 측의 주장을 반박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특검은 대법원의 판결을 인용하며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의 요구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뇌물을 준 것이 아니라 요구에 편승해 대통령의 직무 행위를 매수하려 적극적으로 뇌물을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그룹의 영재센터 지원의 경우 승계작업이라는 현안이 있었고 이재용 부회장은 부정한 청탁을 하는 대가로, 즉 뇌물요구에 편승해서 직무행위를 매수할 의사로 공여한 것이라고 동일하게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는 대법관 전원 만장일치로 이재용의 뇌물공여는 적극적 뇌물공여, 직무행위 매수의사에 따른 뇌물공여라는 점을 분명히 했으며 이 사건의 본질이라는 게 특검 측 주장이다. 

    특검은 "이 부회장은 일반적인 강요죄의 피해자처럼 일방적으로 뇌물을 준 것이 아닌 서로의 이익 관계에 의해 준 것"이라며 "이 부회장은 공여한 뇌물에 비할 수 없는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얻었다"고 했다. 

    이어 "이재용이 대통령 뇌물요구에 대해서 직무행위를 매수하고자 하는 의사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공여한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며 "개인적이고 구체적인 현안에 대해서 부정한 청탁을 했다고 대법원이 판단했다는 점을 알아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에 특검은 이 부회장에게 징역 10년 8개월에서 16년 5개월 사이의 징역형을 선고하는 것이 적정하다는 의견을 냈다. 다만 이는 정식으로 이뤄진 구형 의견은 아니며 양형기준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발언이 나왔다.

    반면 이 부회장 측은 부정한 청탁도 없었을 뿐더러 강요에 의한 수동적 지원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이와 함께 특검이 국정농단 사건 피의자들과 이 부회장이 대등한 지위에 있거나 동등한 책임이 있는 것인 마냥 덮어씌두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변호인 측은 "국정농단 사건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공모에 의한 것으로 헌재는 국정농단 사건에 대해 최서원이 박 전 대통령의 지위를 이용해 사익 추구한 사건이라고 정의하고 있다"며 "그런데 특검은 이 사건을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결합이라고 하면서 피고인들이 대통령과 대등한 지위에 있거나 동등한 책임이 있는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한 국정농단 사건을 전반적으로 살펴보면 기업에 대한 지원 요구는 일부에 불과하고 그 가운데서도 이사건은 여러 기업사건 중 하나일 뿐이며 지원 규모에서도 다른 기업과 비교해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변호인 측은 "다른 기업들은 박 전 대통령과 최서원씨의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했다는 특징을 도출할 수 있다"며 "기업들이 대통령의 지시를 거절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거절하면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고 변론했다.

    이어 "승마 지원은 대통령의 강한 질책을 받고 신속하게 했고, 마필들도 삼성 소유라고 명시적으로 표시했다가 최씨의 불만에 지원한 것"이라며 "삼성물산 합병의 경우 특검은 최소 8조원이 넘는 경제적 이익 등을 얻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피고인 개인 주식이 아닌 기업이 보유한 주식을 합산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특검은 피고인이 언제 무슨 청탁을 어떻게 했다는 건지 지금까지 한 번도 구체적으로 주장하지 않았다"며 "삼성은 수동적, 비자발적 지원을 했다는 점을 고려해달라"고 말했다.

    한편 재판부는 내달 17일 제4차 공판을 진행하기로 하고 손경식 CJ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