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일부 제품서 '폐손상 의심물질' 미량 확인식약처에서만 ‘비타민E 아세테이트’ 검출돼 논란 예상돼“비타민E 없다”는 담배 업계, 소송까지 불사할까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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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액상형 전자담배의 유해성 검사 결과를 둘러싸고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와 담배 제조업체 간의 이견차가 커 난항이 예상된다. 

    지난 12일 식약처 조사 결과 일부 제품에서 '비타민E 아세테이트'가 미량 검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담배 제조업체들은 자사 제품에 중증 폐질환 의심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해 논란이 불붙고 있다. 과거 궐련형 전자담배 유해성을 둘러싸고 식약처와 필립모리스가 소송전도 불사했던 만큼, 같은 상황이 재현될지 이목이 집중된다.

    ◇ 식약처, 일부 제품서 '폐손상 의심물질' 미량 확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2일 한국에서 유통된 액상형 전자담배 일부 제품에서 비타민E 아세테이트 등 유해물질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미국에서 가장 문제가 된 대마 성분인 THC는 모든 제품에서 검출되지 않았다.

    관심을 모았던 비타민E 아세테이트 검출량은 13개 제품에서 0.1∼8.4ppm(mg/kg)으로, 미국 내 판매금지 제품에 비해 극소량 검출됐다. KT&G와 쥴 2개 제품에서 각각 0.1ppm·0.8ppm, 유사담배의 경우 11개 제품에서 0.1∼8.4ppm이 검출됐다. 

    앞서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미국에서 판매가 금지된 액상형 전자담배 개당 함유된 비타민E 아세테이트 농도가 23∼88%(23만∼88만ppm)이라 밝힌 바 있다. 한국 제품에서 나온 유해물질 농도가 문제가 된 미국 제품의 '1만분의 1' 수준이란 뜻이다.

    문제는 소량이라 하더라도 검출량만으로 인체 유해성 여부를 따지기엔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현재 액상형 전자담배에서 비타민E 아세테이트가 얼마나 포함돼야 인체에 위험한지와 관련한 신뢰할 만한 연구는 나와 있지 않은 상태다. 관련 규제 역시 전무하다.

    식약처 검사 결과에서만 비타민E 아세테이트가 검출된 것도 이례적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THC 전자 대마 성분과 비타민E 아세테이트 성분은 기본적으로 국내에서는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불법이기 때문에 보건복지부에서 전수조사를 해도 해당 성분이 들어간 제품이 나올 확률은 희박하다고 내다봤기 때문이다.

    비타민E는 쉽게 분해되기 때문에 초산을 첨가해 안정화된 비타민E아세테이트로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물질이다. 토코페놀 및 비누·화장품의 원료로도 사용되는 것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인터넷 쇼핑몰 등을 통해 쉽게 구매할 수 있다.

    이렇다 보니 KT&G와 쥴 각 사는 해당 성분을 원료로 사용하지 않았다며 사실 여부를 재확인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쥴(JUUL)의 경우 미국과 한국 제품 모두 ‘비타민E 아세테이트’ 성분이 함유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미국은 니코틴 함량이 3%~5%나, 우리나라는 규정상 니코틴 함량이 1% 미만으로 제한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비타민E 아세테이트는 식품이나 첨가물에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제품이다. 액상형 전자담배에 첨가물로 사용되면서 폐 손상을 일으키는 최초 물질로 지목됐다”라며 “CDC에서도 추적검사를 하고있는 만큼, 원인 규명이 정확히 밝혀져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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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왜 식약처에서만 ‘비타민E 아세테이트’ 검출됐나

    현재 식약처의 실험 방법에 대해 의문점을 제기하는 주장도 있다. 식약처는 이번 검사해서 성분마다 각기 다른 분석 방법을 선택했다. 비타민E 아세테이트의 경우 공인된 시험법 대신 식약처 자체 성분 분석 실험을 바탕으로 하다 보니, 변수나 오차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식약처는 지난 6월부터 액상형 전자담배 성분 분석에 착수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공인된 시험법이 없다 보니 시험법 개발부터 진행하고 있다. 액상형 전자담배 전체 성분분석 결과가 나오려면 궐련형 전자담배 사례처럼 1년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 보니 미국 CDC와 FDA가 폐 손상의 주요 유해성분으로 지목한 THC와 비타민E 아세테이트을 최대한 빨리 검증해 우선적으로 결과를 냈다. 먼저 대마유래성분(THC)은 미국 FDA에서 발표한 논문의 분석방법인 액체크로마토그래프법(HPLC)을 적용했다.

    반면 비타민E 아세테이트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보고된 연구 논문 등을 검토하여 최적의 분석방법을 확립·적용했다고 밝혔다. 특이성과 감도가 높은 액체크로마토그래프/질량분석기법(LC-MS/MS)을 적용했다는 것이다.

    식약처 역시 위의 검출량은 미국 FDA의 검사 결과와 비교 시 매우 적은 양임을 밝혔다. 

    식약처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별도로 담배에 사용된 원료의 명칭과 함유량을 제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지 않아 현재로서는 비타민E 아세테이트의 의도적 첨가 여부 등에 대해 알 수 없다”라며 “가향물질이나 첨가제 등 다른 원료로부터 유래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미국 CDC 역시 지난 12월 6일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비타민 E 아세테이트가 전자담배 흡연 관련 폐질환에 연관된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여러 성분과 제품 출처를 현재 조사 중이며 한 가지 이상의 원인이 존재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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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타민E 없다”는 담배 업계, 소송까지 불사할까

    향후 담배 제조업체들의 발걸음도 바빠질 것으로 예측된다. 논란이 된 제품을 단종시키거나, 신제품을 낼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이와 반대로 식약처를 상대로 ‘정보공개청구소송’을 진행할지에 대한 여부도 관심이 쏠린다. 국내에서도 담배 회사의 비슷한 법적 공세가 진행 중이다. 지난해 10월 필립모리스코리아는 식품의약품안전처를 상대로 정보공개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6월 식약처가 발표한 ‘궐련형 전자담배 유해성 분석결과’의 근거를 밝히라는 것이다. 당시 한국필립모리스는 식약처의 분석에 의문을 제기하며 검사 방법과 실험 데이터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으나 이를 거부했다.

    반면 식약처 결과와 달리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5월 필립모리스의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의 미국 내 판매를 승인했다.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 궐련 담배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해롭다는 사실을 FDA가 인정한 것이다. 

    업계는 액상형 전자담배 유해성을 둘러싼 논란이 정확한 검사 결과가 나오는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담배는 당연히 몸에 해롭다. 다만 그것이 다른 종류의 담배보다 얼마나 더 해로운지에 대해 국내에서 제대로 논의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