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페르닉 DL이앤씨 주식 67만주 매각…지분 1.74%p 하락인베스코 삼성E&A 296만주 처분…지분율 7.09%→5.58%美·이란 전쟁 탓 실적 전망 안갯 속…주택시장 불황도 원인
  • ▲ 아파트 공사현장. ⓒ뉴데일리DB
    ▲ 아파트 공사현장. ⓒ뉴데일리DB
    한달 이상 지속된 미국·이란 전쟁으로 건설업계 실적 전망에 빨간불이 켜진 가운데 외국계 '큰손'들이 국내 건설사 지분을 대거 정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매각 시점이 2~3월에 집중된 것을 감안하면 전쟁에 따른 건설업계 장기 불황을 우려해 선제적인 지분 정리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9일 건설업계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DL이앤씨는 최근 코페르닉 글로벌 인베스터스(코페르닉)가 주식 67만5861주를 매각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코페르닉이 보유한 DL이앤씨 지분도 8.46%에서 6.72%로 1.74%포인트(p) 낮아졌다. 통상 최대주주나 주식 대량보유자(5% 이상)의 지분율이 1%p 이상 변동될 경우 공시 의무가 발생한다.

    코페르닉은 운용자산 88억달러(13조원) 규모의 미국계 글로벌 자산운용사다. 해당 투자사는 지난해 하반기 들어 DL이앤씨 주식을 꾸준히 사들였고 같은해 10월엔 지분율을 기존 7.35%에서 8.46%로 늘렸다. 

    하지만 지난달 중동 전쟁이 격화 양상을 보이자 매도로 스탠스를 전환했고 3월 23일부터 27일까지 5일간 집중적으로 지분을 처분했다.

    또한 영국계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인베스코 에셋 매니지먼트 리미티드(인베스코)와 미국계 블랙록 펀드 어드바이저스(블랙록)는 삼성E&A 주식을 대거 정리했다.

    연초 이후 장내매수와 매도를 반복해오던 인베스코는 지난달부터 매도 규모를 늘렸고 지금까지 총 296만5053주를 팔아치웠다. 그에 따라 보유 지분율도 7.09%에서 5.58%로 1.51%p 줄었다.

    블랙록도 삼성E&A 주식을 208만434주 처분해 보유 지분율이 5.00%에서 3.94%로 1.06%p 하락했다. 다만 블랙록 경우 매도 시기가 전쟁 발발 이전인 1월 말에서 2월 초에 집중돼 이번 전쟁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 ▲ 이라크 바스라 정유공장. ⓒ현대건설
    ▲ 이라크 바스라 정유공장. ⓒ현대건설
    업계에서는 중동 일대 지정학적 위기가 지속될 경우 글로벌 투자사들의 지분 매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로선 향후 전망이 썩 밝지만은 않다. 휴전에 합의한지 하루만에 이란이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에 반발하며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봉쇄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추후 종전으로 이어지더라도 중동 일대 위기는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 있고 이미 천정부지로 치솟은 국제유가와 건자재값이 단기간에 떨어질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도 건설업계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실적 전망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중동 일대 해외 수주가 주춤한 가운데 건자재값이 뛰면서 국내 주택사업까지 수익성이 급감할 위기에 놓인 까닭이다. 이미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발표하는 건설공사비지수는 전쟁 전인 지난 2월 기준으로도 133.69를 기록하며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전쟁에 따른 원자재값 상승분이 반영된 3월과 4월에는 공사비가 더욱 뛸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주택시장 불황이 장기화하고 있는 것도 외국계 큰손들이 지분 정리에 나선 배경으로 꼽힌다. 회복 기미를 보였던 주택시장이 정부 대출 규제와 양도소득세 등 세제 강화로  다시 얼어붙으면서 건설사들의 실적 전망도 어두워졌고, 그로 인해 글로벌 투자자들이 등을 돌렸다는 분석이다.

    A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단순히 차익 실현을 위한 지분 정리일수도 있어 외국계 투자사들의 행보를 굳이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휴전 협상이 흐지부지돼 현지 정세가 다시 악화되거나 주택시장 불황이 길어지면 중동 및 주택사업 의존도가 높은 국내 건설사들 특성상 부정적인 평가가 커질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종전이 현실화될 경우 중동 재건시장이 건설업계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상호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중동 전쟁으로 피해를 가장 많이 본 국가는 사우디아랍에미리트(UAE)와 카타르, 쿠웨이트, 이라크 등으로 이들 국가에서 재건 발주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재건 수주는 전쟁이 완전히 종료된 뒤 1~2년 후에 본격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