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日서 투자협력 강화 강조中·동남아 협력 투자 속도… 전략적 M&A 모색경영권 확보 대신 JV 통해 리스크 줄여
  • ▲ 최태원 SK 회장. ⓒSK
    ▲ 최태원 SK 회장. ⓒSK
    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성장한 SK그룹이 최근 들어 경영권 확보 보다 현지 기업과의 협력을 통한 투자 전략을 펼치고 있다. 투자금을 분담해 현지 시장의 투자 리스크는 줄이고 시장 진입은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최태원 SK 회장은 최근 한일 경제교류의 미래와 협력방안을 주제로 열린 비즈니스 특별세션에서 한일 미래 발전 방안으로 '미래 재단' 설립을 제안했다.

    최 회장은 "도쿄포럼을 계기로 다양한 문제의 해법을 찾고 서로를 이해하고 신뢰를 구축해 나가는 협력 기반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며 "한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미래 재단(퓨처 파운데이션)'을 만들자"고 강조했다.

    또 "강력한 아시아 리더십을 이끌어내려면 무역과 투자 협력 강화와 함께 불필요한 역내 마찰을 피하기 위한 정책입안자들과 민간의 긴밀한 협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중국과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펼치던 투자 영역을 일본으로 확대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앞서 SK는 중국 최대 투자사 힐하우스캐피털과 1조원 규모의 공동투자펀드를 설립하는 등 현지 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 투자시장에 탄탄한 교두보를 확보하면서 해외서 미래 먹거리를 발굴한다는 방침이다.

    이 펀드는 중국 시장에서 SK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고 키우는 데 투자할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의 신사업을 비롯해 SK하이닉스 등 그룹 계열사의 기존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벤처기업 및 스타트업이 주요 투자 대상이다.

    지난 5월에는 베트남 1위 민영기업 '빈그룹'에 10억 달러를 투자하고 지분 6.1%를 확보했다. 양사는 향후 현지 시장에서 신규 사업 투자는 물론 국영기업 민영화 참여와 전략적 M&A 등을 적극 추진할 방침이다.

    이 외에도 SK㈜와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 E&S 등은 지난해 8월 동남아 투자 플랫폼인 'SK동남아투자법인'을 설립, 투자 속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중국에 조인트벤처(JV)를 설립, 중국 시장 전기차 판매량 2위인 베이징자동차와 손잡으며 시장 활로를 개척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EV에너지와 중국 내 두 번째 배터리 공장 JV 계약을 체결했다.

    이처럼 SK그룹의 투자 전략이 경영권 확보 중심에서 현지 기업과의 협력으로 변모하고 있다. 투자금을 분담해 리스크는 최소화하고 현지 기업과의 시너지를 강화할 수 있어 보다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SK의 이같은 행보에 인도네시아는 적극적으로 SK에 투자를 요청하기도 했다. 아구스 구미왕 카르타사스미타 인도네시아 산업부 장관은 최근 SK그룹 관계자들을 만나 "SK그룹이 석유화학 산업에 투자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는 SK그룹의 동남아 진출 전략과도 맞아떨어져 조만간 조사팀을 파견해 현지 실사를 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 SK의 동남아 진출방식은 투자 대상 기업의 경영권 확보가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현지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시너지 강화와 사회적가치 추구 등을 함께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