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이코리아, 지난 12월 주식회사→유한책임회사 조직 변경유한책임회사, '외부감사법 시행령 전부 개정안' 적용 안받아외부감사·공시의무 없어 매출·세금 파악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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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마켓과 옥션, G9을 운영하는 이커머스 업계 1위 사업자 이베이코리아가 유한책임회사로 전환해 외부감사와 경영실적 공시 의무에서 자유로워졌다. 이베이코리아가 자발적으로 공개하지 않는 이상  매출과 세금 등 경영정보를 파악하기 어려워져 사업실적 미공개를 위한 '꼼수'라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베이코리아는 지난해 12월24일 '이베이코리아 주식회사'에서 '이베이코리아 유한책임회사'로 조직 변경 절차를 마무리했다.

    이베이코리아 관계자는 "글로벌 본사에서 내려온 지침으로 경영 효율성을 위해 조직 변경을 진행하게 됐다"며 "매출액 등은 자료 제공 형태로 공개할 예정이지만 공시에 감사보고서를 공개할 지 여부 등은 아직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출액 약 1조원, 거래액 약 16조원을 기록하는 이커머스 공룡이지만 유한책임회사라는 이유 하나만로 경영정보를 공개할 의무가 없어진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국내외 기업 간 역차별 문제로 외감법이 개정됐으나 유한책임회사라는 사각지대가 있다"며 "경영 투명성을 높이려는 개정안의 취지가 무색하게 외부감사에 대한 형평성 문제는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시장 규모가 확대되면서 업체 간 경쟁도 한층 치열해졌다. 이베이코리아의 성장세 둔화는 지난 감사보고서로 확인된 사항"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쿠팡과 신세계 등 경쟁사들과 비교가 부담스러웠던 것도 하나의 요인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베이코리아의 2018년도 매출액은 9812억원으로 지난해 9519억원 대비 3.1% 신장했다. 영업이익은 486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22%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2015년 801억원을 달성한 이래 2016년 670억원, 2017년 623억원으로 매년 감소세다.

    이베이코리아는 2018년 약 16조원의 거래액(G마켓 9조원, 옥션 7조원)을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에도 이와 비슷한 성적을 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앱 및 리테일 현황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와이즈리테일이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이베이코리아가 서비스하는 옥션과 G마켓이 올해 1~11월 만 20세 이상 한국인이 가장 많이 결제한 홈쇼핑·인터넷쇼핑인 것으로 나타났다. 옥션과 G마켓에서 결제된 금액은 15조6000억원으로 추정됐다. 뒤이어 쿠팡이 15조3000억원으로 근소한 차이로 2위에 올랐다.

    정부와 국회는 지난 2017년 유한회사도 주식회사처럼 외부감사를 받게 하는 외부감사법을 개정했다. 지난 11월 유예기간이 끝나 지난해 12월 결산법인 기준 일정 규모 이상의 유한회사는 2020년 1월1일 시작하는 사업 연도부터 외부감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유한책임회사는 포함되지 않아 외부감사를 공시할 필요가 없다. 정부는 국내 경제에 유한책임회사가 미치는 영향이 적다고 판단, 외부감사 대상에 유한회사만 추가했다. 유한책임회사는 조합과 유사한 구조로 주식회사 주주 역할을 하는 사원으로 구성돼있는 조직이다.

    컨설팅업계 관계자는 "주식회사에서 유한책임회사로 전환한 것은 외부감사법 회피도 있지만 비용절감 차원으로도 이해할 수도 있다"며 "위법이나 범법행위는 아니지만 법의 테두리 안에서 절세하기 위한 꼼수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회계업계 관계자들은 이미 예측된 일들이라며 외감법 개정이 외국계 기업으로 하여금 꼼수를 부리는 기회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앞서 회계 전문가들은 유한회사만 포함되는 외감법 개정의 실효성에 우려를 나타내며 선제 대응책 마련을 주장했다.

    유한책임회사의 난립에 대한 우려는 지난 2011년 상법 개정으로 유한회사 설립 규제가 크게 완화되며 유한회사가 많아진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 2011년부터 외부감사, 공시 의무가 없다는 맹점을 이용하려는 외국 기업 국내 법인들이 대거 유한회사로 조직 형태를 바꿨다. 국세청에 따르면 유한회사 수는 2010년 1만6998개에서 2018년 기준 3만3169개로 95% 급증했다.

    외국계 기업 관계자는 "외국계 기업들이 유한회사로 바꾸면서 경영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등 불투명한 경영을 추구했기 때문에 이베이코리아처럼 유한책임회사로 전환하는 기업들은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