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성장 기대감 속 완성차업체와 잇달아 '맞손'中 시장 개방에 연이은 증설 계획까지… '기대만발'중국 공격적 투자-유럽 자립정책 등 '걸림돌' 우려 여전
  • ▲ 전기차 배터리. ⓒLG화학
    ▲ 전기차 배터리. ⓒLG화학

    올 한 해 LG화학,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등 국내 전기차 배터리 3개사의 시장 선점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질 전망이다. 본격적으로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면서 배터리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이들 3사는 주요 완성차업체와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설비들을 신·증설하면서 입지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다만 중국 배터리 업체들의 인재 빼가기와 정부 주도 하의 유럽 공략 그리고 유럽시장의 자립정책 등 걸림돌이 남아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7일 완성차업계에서는 전기차 수출 비중이 점차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연합(EU)이 이산화탄소 규제를 본격화함에 따라 유럽을 중심으로 친환경 자동차에 대한 수요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유럽 완성차업체들도 배터리업체와 협약을 체결하거나 자체 배터리 플랫폼 구축을 추진하는 등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노력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배터리 수요 또한 증가할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최근 발간된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의 '2020년 글로벌 자동차 시장 전망' 보고서에서도 이와 비슷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올해 전체 자동차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1.6% 감소한 1680만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 반면, 전기차 판매량은 29.3% 증가한 555만대로 예측했다. 결과적으로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 비중이 더 커질 것이라는 뜻이다.

    에너지시장 조사업체인 SNE리서치 조사에서도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2020년 850만대로, 지난해 예상치에 비해 40%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향후 10년간 연 평균 19%의 성장을 지속, 2025년에는 2200만대, 2030년에는 3700만대의 전기차가 판매되면서 2030년께에는 전체 자동차 시장의 30%를 차지할 것으로 SNE리서치는 내다봤다.

    올해부터 EU가 이산화탄소 규제를 본격화하면서 폭스바겐 등 유럽 전기차 수요가 큰 폭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여기에 지난달에는 중국 당국이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배터리 탑재 차량에도 2년 9개월 만에 친환경차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 시장 재공략도 본격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앞서 중국 정부는 2012년부터 전기차 구매자에게 절반에 가까운 금액을 보조금으로 지급하고 있었다. 2017년부터는 국내 업체의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 방식으로 국내 업체를 견제해왔다. 국내 업체들 입장에서는 현지 내수사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상태였다.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 조사에 의하면 중국, EU와 함께 세계 3대 전기차 시장으로 손꼽히는 미국 시장의 경우 2019년 52만대에서 2021년 91만대, 2023년 132만대 등 연 평균 26% 성장이 예상된다.

  • ▲ SK이노베이션의 국내외 전기차 배터리 생산거점 현황. ⓒSK이노베이션
    ▲ SK이노베이션의 국내외 전기차 배터리 생산거점 현황. ⓒSK이노베이션

    이 같은 수요 확대를 염두에 둔 배터리업체의 시장 선점 경쟁은 진행형이다. 자동차업체와 조인트벤처(JV) 설립, 자체 공장 증설 등 동시다발적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부터 양산할 예정을 추진 중인 순수 전기차의 전용 배터리 공급사로 SK이노베이션을 선정했다. SK이노베이션은 내년 말부터 5년간 현대·기아차가 생산하는 전기차 약 50만대의 배터리를 공급하게 된다. 금액 기준으로는 약 10조원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지난달 중국 장쑤성 창저우에 베이징자동차와 합작한 공장 준공식을 개최했다. SK이노베이션은 2013년 총 10억위안을 투자해 베이징자동차, 베이징전공과 배터리 합작법인 'BESK'를 설립해 지분 49%를 갖고 있다. 또 중국 EVE에너지와도 배터리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계약했다. 장쑤성 옌청 지역을 후보지로 검토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중국 합작공장 설립으로 12.2GWh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됐으며 올해 초 완공될 헝가리 로마콤 공장까지 더하면 19.7GWh로 확대된다.

    LG화학은 지난해 6월 중국 지리자동차와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 LG화학과 지리자동차가 지분 절반씩 보유하며 각각 1034억원을 출자한다. 2021년까지 공사를 마쳐 전기차용 배터리 10GWh의 생산능력을 갖출 계획이다. 합작법인에서 생산되는 배터리는 2022년부터 지리자동차와 자회사의 중국 출시 전기차에 공급된다.

    이어 지난달 미국 1위 자동차업체인 GM과 전기차 배터리셀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하고 양사가 각 1조원씩 출자하기로 했다. 미국 오하이오주 로즈타운에 지어지는 합작법인 공장은 연내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여기에서 생산된 배터리 셀은 GM의 차세대 전기차에 공급된다. 이들은 총 2조7000억원을 투자해 30GWh 이상의 생산능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시설은 국내외 공장 증설이 마무리되고 중국 난징2공장도 본격 가동에 들어가면서 한국, 중국, 미국, 유럽 등 총 7곳으로 늘어나게 된다. 자체 생산 공장 5곳과 합작공장 2곳 등이다. 현재 70GWh 규모의 생산능력을 2020년까지 100GWh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삼성SDI는 독일의 자동차 제조사인 BMW그룹과 3조8000억원 규모의 배터리 셀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기간은 2021년부터 10년간이다. 삼성SDI와 BMW는 2009년 전기차 공동개발 프로젝트로 처음 인연을 맺은 이후 2014년 배터리 셀 공급 확대와 차세대 소재 공동개발, 글로벌 사업 전개 등을 골자로 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중국에서는 안경환신그룹, 시안고과그룹과 배터리 합작사 '삼성환신동력전지'를 설립했다. 이를 통해 중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의미다. 현재 울산과 중국 시안, 헝가리 등에 생산시설을 갖춘 삼성SDI는 지난해 5600억원의 추가 투자를 결정했으며 삼성환신의 지분 15%를 추가로 매입, 65%의 지분을 확보했다.

    삼성SDI는 전기차 배터리에서 매출액 기준 2018년(1조3860억원)의 3배 이상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유럽의 전기차 판매 증가로 올해 중형전지 부문 흑자전환도 기대하고 있다. BMW, 폭스바겐, 피아트 등을 주요 고객사로 둔 삼성SDI의 배터리는 BMW i3, Fiat 500e(이상 순수 전기차), BMW i8(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 등에 사용된다.

  • ▲ '2017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삼성SDI 부스에서 직원이 다양한 배터리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 '2017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삼성SDI 부스에서 직원이 다양한 배터리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처럼 국내 배터리 3사들이 적극적으로 영역 확장에 나서고 있지만, 유럽의 자립정책 등 걸림돌이 될 요소들이 상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 최대 배터리사이자 2년 연속 글로벌 배터리 출하량 및 탑재량 1위인 CATL이 2025년까지 총 생산목표를 100GWh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현재 CATL은 독일 에그푸르트에서 운영 중인 팩 단일공장에 18억유로를 추가 투자해 생산능력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여기에 독일 완성차 업체들과 합작사 및 파트너십을 체결하면서 생산능력을 목표보다도 더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도 내비쳤다.

    이 같은 적극적인 영역 확장에는 중국 정부의 '몰아주기' 전략이 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배터리 전문매체 ‘뎬츠왕(電池網)'의 자체 통계에 따르면 2019년 한 해 공식 발표된 중국 내 전체 배터리 산업의 투자 규모는 총 7419억위안(약 124조원) 수준으로, 전년 5710억위안보다 30% 가까이 늘었다. 반대로 배터리업체는 2018년 105개사에서 최근 80여개사로 줄어들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선두 배터리업체에 힘을 실어주면서 CATL 등은 급성장하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업체들은 하나둘 밀려났다"며 "이에 비대해진 선두업체들이 더욱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중국 배터리시장 점유율 3위였던 옵티멈나노에너지(沃特瑪電池)가 기술개발에 대한 소극적 투자로 결국 파산을 신청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후문이다.

    뿐만 아니라 EU 내에서도 전기차 배터리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최근 전기차 배터리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회원국 7개국의 17개 기업에 약 4조2200억원에 이르는 보조금을 지급하는 계획을 승인했다.

    각국의 친환경정책이 강화되면서 전기차 수요 급증에 따라 전기차 배터리 수요도 동반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아시아 기업 쪽으로 편중된 공급의존도를 낮출 필요가 있는 만큼 자립정책을 추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독일과 프랑스가 주도하는 '유럽 배터리 연합'이 출범돼 약 7조9000억원의 자본을 투입, 2022년까지 전기차 배터리를 공동으로 개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노스볼트와 폭스바겐 등 유럽 기업들도 배터리 생산설비를 늘릴 준비를 하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에서 배터리 원가 비중이 40%에 이르기 때문에 전기차 시장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전기차 배터리 수요도 커질 수밖에 없어 유럽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이 전기차 배터리 산업을 육성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며 "국내 배터리 3사의 유럽시장 입지가 흔들릴 수 있는 만큼 촉각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중국의 '인재 빼가기'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단순 인력 유출이 차원이 아니라 중국 등 경쟁사에 기술이 유출돼 결과적으로는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해외 고급 인재에게 복수비자, 1인당 100만위안의 보조금, 별도의 퇴직금과 의료보험 등을 지원해주는 '해외 우수인재 유치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도 파격적인 복지 혜택을 내걸고 있다. CATL은 7월 대규모 채용을 진행하며 기존 연봉 3~4배의 파격적 조건을 제시했다.

    헤드헌팅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기업들이 '모셔가기' 위한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자 과거엔 배터리 3사 내에서만 이직이 가능했던 국내 인력들 사이에서도 중국 기업으로의 이직을 긍정적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면서도 "다만 인재 유출이 기술 유출로 이어져 한국 배터리업계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