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웨이 인수 내달 마무리 총력스마트홈 시장 구독경제 목표… 승부수 전략 관심집중'게임+렌털' 기술 시너지 글쎄… 재매각 가능성도 솔솔'노사갈등' 부담 속 '브랜드 신뢰도' 저하 우려도
  • "오는 2020년까지 연간 매출 5조원을 달성, 글로벌 톱5 게임사로 도약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2016년 3월 29일 신도림 테크노마트 넷마블게임즈 임직원 워크숍 현장. 창업주 방준혁 의장이 힘찬 어조로 비전을 천명하자 장내는 술렁이기 시작했다. 2000년 자본금 1억원으로 시작한 넷마블을 연간 매출 1조원으로 만든 것에 그치지 않고, 또 한번의 새로운 역사를 쓰겠다는 그의 '꿈'에 임직원들은 힘찬 박수를 보냈다.

    방 의장의 진두지휘아래 넷마블은 2017년 연간 매출 2조원을 찍으면서 업계 1위 자리로 올라서게 된다. 모바일 MMORPG '리니지2 레볼루션'이 잭팟을 터뜨리면서 코스피 상장은 물론, 게임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게 된 것. 넷마블을 성공으로 이끈 방 의장을 지칭하는 다양한 수식어(혁신의 아이콘, 마이다스의 손)들도 생겨났다.

    이후 방 의장은 2018년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지분(25.71%)을 인수하고, 2019년에는 넥슨 인수를 검토하는 등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갔다. 2020년에는 국내 렌털업계 1위 웅진코웨이 인수를 통해 '구독경제'의 선봉에 서겠다는 포부를 밝힌 상태다. 올해가 방 의장이 4년전 다짐했던 '연매출 5조원 꿈'이 이뤄지는 원년이 될 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 게임+렌털 결합 '구독경제' 주목...이종산업 '시너지' 효과 글쎄

    넷마블이 웅진코웨이 인수를 결정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방 의장의 의지였다. 비(非) 게임 분야의 융합을 통해 글로벌 시장 진출과 캐시카우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 반영된 것. 실제 방 의장은 입버릇처럼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이종 산업 진출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해 왔다.

    국내 1위 렌털사업자인 웅진코웨이는 정수기와 비데 렌트 시장 점유율 35%를 차지하고 있으며, 국내외 렌털 계정만 700만 개에 달한다. 지난해 3분기만 매출 7596억원, 영업이익 1403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실적을 경신했다.

    방 의장은 게임사업에서 확보한 IT기술(AI,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및 IT운영 노하우를 코웨이와 접목해 스마트홈 구독경제 비즈니스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무엇보다 우량 자회사 확보로 자금을 확보해 넷마블의 안정적인 성장을 꾀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실제 넷마블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417억원으로 전년대비 52.6%나 감소했으며, 매출 역시 3년째 2조원에 머무르며 성장 침체를 겪고 있다. 중국의 판호 발급 중단, 게임에 대한 질병코드 부여 등 대내외 불확실성에도 직면한 상황이다. 웅진코웨이와의 협력을 통한 안정적 수익 창출이 방 의장의 구미를 당길 만한 요인으로 작용하기에 충분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방 의장은 웅진코웨이와의 시너지 효과를 내기위한 첫 단계로 서장원 경영전략담당 부사장을 코웨이 태스크포스팀(TFT)장으로 임명했다. 서 부사장은 최근 웅진코웨이 사내이사로 선임됐으며, 넷마블과 코웨이 간의 협업을 통한 사업다각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다만 일부 증권가와 업계에서는 넷마블의 웅진코웨이 인수에 대해 회의적의 시선을 내비친다. 게임 사업과 렌털 사업이 연령층이나 수익모델, 마케팅과 결제 방식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차이가 커 시너지 효과를 쉽게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방 의장이 연 매출 5조원을 맞추기 위해 웅진코웨이 인수를 무리하게 진행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웅진코웨이 내부적으로도 넷마블 인수에 대해 뒤숭숭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포화된 렌털 시장에서 사업 운영 경험이 없는 넷마블이 해당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일부 직원들은 넷마블과 웅진코웨이의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을 경우 언제든지 재매각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염두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넷마블과 코웨이의 결합의 관건은 실물 구독경제의 성과에 달려있다"면서 "안정적인 사업 모델을 발굴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 ◆ 해묵은 '노사갈등' 부담 여전… '브랜드 신뢰도' 저하 우려도

    오래된 넷마블과 웅진코웨이 간 CS닥터 노조(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 웅진코웨이지부) 문제도 양사의 부담 요소로 자리하고 있다. 넷마블이 다음달 중 계약금 10%를 제외한 잔금 지불을 마치면 양사의 기업결합 절차는 별 탈 없이 마무리되지만, 양측의 갈등에 대한 해법을 찾는 게 방 의장의 숙제다.

    현재 웅진코웨이 설치·수리기사로 구성된 CS닥터 노조 1500여명은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되는 CS닥터의 직접 고용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 측은 지난해 6월, 근로자 지위 소송 승소에도 웅진코웨이와 협상이 진척을 보이지 않자, 인수 기업인 넷마블에도 책임론을 제기하는 상태다. 넷마블이 웅진코웨이 인수 계획을 밝힌 직후에는 두 달 간 서울 구로구 넷마블 본사 앞에서 고용안정 보장을 촉구하는 천막농성을 벌인 바 있다.

    지난달 넷마블이 노조 측과 첫 만남을 가지면서 분위기는 다소 수그러진 상태지만, 아직까지 실질적 협상이 이뤄지지 않자 노조 내에서도 다시금 반발감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특히 최근에는 웅진코웨이와 노조의 집중교섭이 열흘 만에 결렬되면서 노조 측은 '2차 파업' 가능성을 시사했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이 '노사 합의 사항만 전파할 수 있다'는 사전 교섭 합의 사항을 위반하고 '일부 직접고용안'을 일방적으로 전파했다"며 "진척을 보이지 않을 경우 이달 말 기자회견을 열고 2차 총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관련업계에선 잇따른 노사 갈등에 따라 AS 문제 등 소비자 피해 사례가 급증하면서 인수 이후 넷마블의 렌털 사업에 일부 악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정수기 대여 민원은 전년 동기 대비 95.3%, 기타 대여 민원은 67.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 파업으로 AS 등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서 계약 해지 및 위약금 관련 문의도 급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소비자와의 장기간 계약이 이뤄지는 렌털 사업 특성상 브랜드 신뢰도가 사업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만큼 양사가 신속히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넷마블 측은 CS닥터 노조 문제와 관련해선 현재 답변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웅진코웨이 측은 "노조 측과 관련 사안에 대한 협의를 지속적으로 진행하며, 노사가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