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사전예약 30분 만에 마감 등 완판화웨이-애플 등 줄줄이 대기… 수요 급증 전망플렉서블 투명 필름 양산 코오롱인더스트리 '수혜'
  • ▲ 서울 강서구 소재 코오롱인더스트리 본사. ⓒ연합뉴스
    ▲ 서울 강서구 소재 코오롱인더스트리 본사. ⓒ연합뉴스

    폴더블 스마트폰이 출시와 동시에 잇달아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소재를 양산 중인 코오롱인더스트리에게도 긍정적 시그널이다. 증권가에서는 향후 2년간 해당 사업부 영업이익이 20배 가까이 뛸 것으로 볼 정도다.

    다만 연초부터 굵직한 대외 리스크로 불확실성이 커진데다 화학업 침체에 따른 주력 사업 부분의 부진으로 실적 성장세에 발목이 잡힐 수도 있다는 우려도 상존하는 것으로 보인다.

    4일 잠정실적 보고서 분석 결과 지난해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연결 기준 매출 4조4071억원, 영업이익 1729억원의 영업성적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2009년 말 ㈜코오롱에서 인적분할된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년 4조7525억원에 비해서는 7.26%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1149억원에 비해 19.3% 증가하는 등 2015년부터 이어진 하락세가 멈췄다. 영업이익률(3.92%)도 2016년 6.06% 이후 지속된 감소세가 반등에 성공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측은 "판매 물량 확대, 아라미드 등 고부가 제품에 대한 높은 수요, 필름사업의 턴어라운드 및 기타 부문의 적자 감소로 제조군에서는 전년대비 45% 이상의 이익을 실현했다"며 "다만 전체 영업이익은 연결 종속회사들의 실적 등이 반영되면서 전년대비 약 19%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실제 △산업자재 △패선 △화학 등 매출 비중이 높은 부문들의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감소한 반면 2017년 211억원, 2018년 144억원 등 영업손실을 기록하던 필름·전자재료 부문은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필름·전자재료는 타 사업에 비해 아직은 비중이 작지만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의 핵심 소재인 투명 폴리아미드필름(PI)사업을 10년 전부터 전략적으로 키워온 덕분에 향후 폴더블폰 시장 확대에 따라 실적 상승효과도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가에서는 코오롱인더스트리가 2021년에는 2016년(2767억원) 이후 5년 만에 영업이익 2000억원 클럽에 재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적 개선의 가장 큰 요인은 필름·전자재료의 성장이다.

    실적전망 분석 결과 2021년 필름·전자재료의 영업이익은 420억원으로 지난해 19억원의 21배에 이를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매출액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산업자재 부문과 22% 수준인 패션 부문이 각각 10.6%, 2.22%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 것에 비해 괄목할만한 성장이다.

    이 같은 분석이 가능한 것은 최근 폴더블폰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전날 중국에서 진행된 갤럭시Z플립 2차 사전예약에서 판매 개시 30분 만에 완판을 기록했다. 지난달 14일 제품 출시 이후 ▲한국 ▲미국 ▲스페인 ▲싱가포르 ▲프랑스 ▲아랍에미리트 ▲일본 등에 이은 완판 행진이 지속되고 있다.

    5일 새 폴더블폰 '메이트Xs'를 정식 판매할 예정인 화웨이 역시 예약판매 실시 7일 만에 신청자 수가 55만명을 넘어서는 등 초반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모토로라도 '레이저'를 선보였으며 애플과 LG전자 등 후발 주자의 참여도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최근 보고서에서 "글로벌 폴더블폰 출하량이 올해 800만대로 증가하고 2025년에는 1억대를 돌파할 전망이다. 지난해(100만대)대비 100배 증가한 수준"이라고 내다봤다.

    코오롱인더스트리도 "필름 사업을 메인으로 보긴 힘들지만, 사업부를 별도로 두고 전략적으로 키우고 있다"며 "누구보다 투명 PI 연구 및 양산을 오래했고, 다양한 응용처를 확보하려고 노력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폴더블 스마트폰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추가적인 실적 상승에 따른 흑자 기조 지속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 서울 강남구 디지털프라자 강남본점에 전시된 갤럭시Z 플립. ⓒ정상윤 기자
    ▲ 서울 강남구 디지털프라자 강남본점에 전시된 갤럭시Z 플립. ⓒ정상윤 기자

    다만 필름·전자재료 외 부문의 경우 높은 실적변동성에 노출돼 있다.

    당장 미국과 이란간 갈등으로 인한 국제유가 변동성 확대 및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수요 위축 등 대외변수에 따른 불확실성이 적지 않은 가운데 경쟁사를 비롯한 증설 투자 집행 등을 감안하면 경쟁 강도가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산업자재 부문의 경우 베트남 타이어코드 증설에 따른 매출 증가를 기대했으나, 글로벌 자동차 타이어 판매 부진 속에 가격 인하 경쟁이 심화되면서 증설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경기 둔화 및 아웃도어 의류 시장 침체에 따라 패션 부문의 수익성이 저하되고 있는 점과 권역 내 과잉공급 상태인 화학섬유의 원사 생산 및 판매에 집중된 기타 및 의류소재 부문의 대규모 적자는 수익성에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한화솔루션의 석유수지 진출로 국내 독점이 붕괴되면서 화학 부문 이익률이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석유수지 사업은 전세계적으로 엑손모빌이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이스트먼코닥과 코오롱인더스트리가 2~3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지난해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여수공장에 연간 1만3000t 규모의 생산설비를 증설함에 따라 생산능력으로는 세계 2위에 오를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30년 가까이 코오롱인더스트리가 독점해 오던 분야다.

    석유수지는 주로 접착제로 많이 사용되는데, 영업이익률이 20%를 웃도는 고부가 제품군으로 꼽힌다. 지난해 화학업계 시황 악화 등 부진으로 영업스프레드가 축소됐지만, 여전히 업계에서는 스페셜티로 분류된다.

    앞서 한화솔루션은 스페셜티 제품 확대를 위해 지난해 석유수지 사업에 진출했으며 연간 5만t 수준의 생산설비를 여수에 도입했다. 이는 전세계 4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들의 증설뿐만 아니라 엑손모빌과 코닥 제품까지 국내에 수입되고 있어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도 실적 개선의 가장 큰 걸림돌로 화학 부문을 꼽고 있다.

    2015년 1168억원부터 지난해 747억원으로 지속 하락한 영업이익은 올해도 567억원 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이며 매출액도 2018년 9003억원, 2019년 7602억원, 2020년 7364억원 순으로 역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만약 한화솔루션이 시장 진입을 위해 가격을 조정할 경우 코오롱인더스트리 입장에서는 물량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고, 이는 공멸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수율과 증설 공장의 가동률을 얼마나 빨리 정상화시킬 수 있을 지 여부에 실적 향방이 갈릴 것"이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