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숙박·음식업 이직자만 4만2000명3월 실업급여 신규 신청자 급증 전망고용보험 미가입자 전체 취업자의 49%정부 무급휴직자 추가 지원 수혜 제한적경제전문가 "실업·폐업 고통 없게 해줘야"
  • ▲ 실업급여 설명회장.ⓒ연합뉴스
    ▲ 실업급여 설명회장.ⓒ연합뉴스

    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 확산에 따른 실업대란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제전문가는 선거를 앞두고 '소득하위 70%'라는 궤변을 내세워 10조원의 혈세를 살포하기보다 대량 실직에 대비해 사회안전망을 촘촘히 하는 데 예산을 써야 한다고 조언한다.

    ◇ILO "일자리 2500만개 사라질 수도"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미국에서 경기침체에 대한 경고음이 잇따르고 있다. 실업자가 급증할 거라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블룸버그 통신의 설문조사 결과 경제전문가들은 미국의 3월 넷째주(22~28일) 신규 실업수당 신청 건수가 350만건(전망치 중간값)으로 2주 연속 신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3월 셋째주(15~21일)의 신규 실업수당 신청건수는 328만3000건으로 전주(28만2000건)보다 12배나 급증했다. 종전 최대 기록은 석유파동 당시인 1982년 69만5000건이다. 세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는 65만건을 기록했다.

    중국도 대규모 실직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본계 증권사 노무라증권은 최근 내놓은 중국경제 보고서에서 올 1분기 중국 성장률이 마이너스(-) 9%까지 떨어지고 수출기업 노동자 1800만명이 실직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는 6월 쏟아져 나올 870만명의 대졸 취업자도 구직난을 부채질할 거라는 분석이다.

    앞서 국제노동기구(ILO)는 지난달 18일(현지 시각) 코로나19 팬데믹(범유행)이 세계경제 성장에 끼칠 악영향을 분석한 결과 전세계에서 최대 2500만개쯤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 ▲ 발길 끊긴 상권.ⓒ연합뉴스
    ▲ 발길 끊긴 상권.ⓒ연합뉴스
    ◇2월 사업체 종사자 0.9% 증가 그쳐 역대 최저

    실업대란 우려는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31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올 2월 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에 따르면 2월 국내 1인이상 사업체의 종사자 수는 1848만800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때 0.9%(16만3000명) 증가에 그쳤다. 이는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9년 이후 최소 증가폭이다.
    이번 조사결과는 코로나19 확산에 감염병 위기경보가 '심각'으로 격상된 지난달 23일 이후 처음으로 나온 고용지표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입·이직 동향을 살펴보면 입직자는 79만4000명으로 1년전보다 8만1000명(11.3%) 증가했다. 이직자는 입직자보다 13만7000명 많은 93만1000명으로 지난해보다 20만8000명 늘었다.

    스스로 퇴직한 자발적 이직자는 9만8000명(37.8%), 고용계약종료와 구조조정, 해고 등에 따른 비자발적 이직은 43만4000명(11.7%)이 각각 증가했다. 앞선 1월 각각 1만7000명(5.8%)과 1만3000명(2.4%) 줄어들었던 것과 대조된다. 이직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숙박·음식점업에서 가장 많았다.

    문제는 이달 나올 '3월 노동시장 동향' 등 고용지표에 코로나19의 본격적인 확산세가 더 뚜렷하게 나타날 거라는 점이다. 3월 들어 구직급여(실업급여) 신규 신청자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대폭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 ▲ 서울 명동 거리의 한 가방 가게.ⓒ연합뉴스
    ▲ 서울 명동 거리의 한 가방 가게.ⓒ연합뉴스
    ◇고용유지지원금 영세사업장엔 '그림의 떡'

    실업급여 재원인 고용보험기금은 빠르게 고갈되고 있다. 노동부 설명으로는 지난해말 현재 고용보험기금 누적액은 7조3100억원이다. 2018년 9조4087억원에서 2조987억원이나 줄었다. 적자액 규모는 2018년(8082억원)보다 2.6배 증가했다.

    고용보험기금은 세계 금융위기 이후인 2010~2011년 적자를 기록하고 흑자로 전환한뒤 문재인정부 출범 이듬해 2018년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 2월 실업급여 지급액은 7819억원이다. 올들어 1·2월 누적 지급액만 벌써 1조5155억원에 달한다. 정부는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해 실업급여 지급액과 지급기간을 늘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기금이 적자를 낼수록 고용보험료 인상 가능성이 있고 이는 결국 어려움을 겪는 국민에게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점이다. 정부는 이미 지난해 10월 보험료율을 1.3%에서 1.6%로 올렸다.

    정부는 지난달 16일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은 여행, 관광숙박·운송, 공연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하는 내용의 고용대책을 내놨다. 여기에는 고용유지지원금 지원수준을 확대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고용유지원금은 사업주가 경영난에도 고용을 유지하려고 유급휴업·휴직에 들어갈 경우 정부가 휴업·휴직수당 일부를 지원하는 제도다. 대책에는 휴업·휴직수당의 최대 60%를 지원하던 것을 90%까지 높인다는 내용이 담겼다. 노동자 1인당 지원 한도도 6만6000원에서 7만원으로 올렸다. 노동부는 이런 내용의 고용보험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1일 입법 예고했다.

    외국도 비슷하게 대응하고 있다. 영국은 코로나19로 말미암은 휴업수당의 80%를 정부가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 ▲ 새벽 인력시장.ⓒ연합뉴스
    ▲ 새벽 인력시장.ⓒ연합뉴스

    그러나 고용유지지원금의 혜택을 보려면 고용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노동부의 '2월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2월 고용보험 가입자는 1380만명이다. 현 정부 들어 급격히 오른 최저임금으로 신음하는 소상공인을 달래려고 일자리안정자금을 지급하면서 그동안 상대적으로 가입이 저조했던 숙박·음식업 등을 중심으로 고용보험 가입자가 꾸준히 늘어왔다.

    하지만 여전히 영세사업장을 중심으로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사각지대가 적잖다. 통계청이 발표한 '2월 고용동향'을 보면 전체 취업자 규모는 2683만8000명이다. 2월 고용보험 가입자가 1380만명이란 것은 돌려 말하면 전체 취업자의 48.6%가 실직위기에 처했을때 고용안전망의 혜택을 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노동부는 지난달 30일 고용안전망의 사각지대에 있는 무급휴업·휴직노동자와 특수고용직, 프리랜서, 건설일용직 노동자에게 긴급생활안정 지원대책을 추가로 내놨다. 무급휴직자 총 10만명에게 최장 2달간 100만원의 생활안정 지원금을 주고, 긴급복지지원 대상을 넓혀 월평균 65만원을 주기로 했다. 이재갑 노동부 장관은 "고용안전망 사각지대에 있는 취약계층 50여만명의 생계안정을 4월부터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추가 대책에도 고용보험 혜택을 보지 못하는 취약계층은 여전히 많은 실정이다. 대규모 실업은 소비와 생산, 투자를 위축해 경제 불황을 가속한다. 이 때문에 정부의 재난지원금이 중위소득을 배제한 채 '소득하위 70%'로 묶어 헬리콥터 머니로 살포되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견해가 제기된다.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정책이 재난 극복을 위한 방안으로 포장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최근 한 유튜브 채널에 나와 "전면적인 재난기본소득 제공은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실직으로 인해 소득이 없거나 장사가 안돼 임대료도 못내는 진짜 어려운 사람에게 (예산을) 집중 지원해 실업이나 폐업의 고통을 면하게 해주는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재난기본소득을 지역상품권으로 지급하는 방식은) 선거운동 비슷한 포퓰리즘적으로는 의미가 있겠지만 경제살리기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