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감자의 규모 총 3343억원… 롯데홀딩스·호텔롯데 몫 2940억원실제 자본금 감소 폭은 290억원 수준… 투자금 회수 차원 시각도롯데물산 “경영 합리화, 주주가치 제고 위한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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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롯데월드타워ⓒ롯데물산
    롯데월드타워를 운영하는 롯데물산이 이례적인 감자에 나섰다. 전체 주식의 10%를 유상으로 소각, 감자키로 한 것. 이 과정에서 롯데물산의 주요 주주인 일본의 롯데홀딩스는 약 1905억원 이상을 챙겨가게 될 전망이다. 

    6일 롯데물산에 따르면 회사 측은 29일 임의, 유상감자(유상 소각)에 대한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감자의 목적은 경영 합리화 및 주주가치 제고로 주총에서 안건이 통과될 경우 오는 6월 1일 일정으로 감자가 진행된다. 

    감자 규모는 전체 주식의 10%다. 소각되는 보통주 1주당 주주에게 지급되는 대금은 5만6249원으로 총 비용은 3343억9000만원 규모다.

    롯데물산 측은 “경영 합리화 및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유상감자”라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롯데물산의 주주들이다. 롯데물산은 일본 롯데홀딩스가 지분 56.99%를 보유하고 있고 이어 호텔롯데가 31.13%, 롯데홀딩스의 자회사로 알려진 L제3투자회사를 비롯한 오너일가 등이 11.88%를 가지고 있다. 

    롯데홀딩스는 호텔롯데의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지분대로라면 롯데홀딩스와 호텔롯데는 이번 감자를 통해 각각 1905억8000만원, 1041억원의 현금의 챙길 수 있게 된다. 기타주주 역시 약 397억원을 받을 수 있다. 

    유상감자는 기업 위기에 단행되는 무상감자와 달리 통상 회사 규모에 비해 자본금이 지나치게 많이 축적될 경우 이를 소각하는 대가로 주식의 가치를 주주에게 지급하는 방법이다. 자본금이 감소하는 만큼 몸집을 줄여 인수합병(M&A)에 대비하는 방안 등으로 검토되곤 한다. 

    하지만 롯데물산의 경우 이번 유상감자를 통한 자본금 감소가 29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지난해 3년만에 영업이익 흑자전환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이번 감자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통상 유상감자는 주식수를 줄여 주가를 올리는데 유리한 상장사에 주로 진행된다. 

    업계에서는 주주사의 투자금 회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롯데물산은 최근 몇 년간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계열사를 사고 팔았다. 지난해 롯데인천개발 보유 주식 전량을 롯데쇼핑에 1073억원에 매각했고 2018년에는 롯데케미칼의 지분 11.27%를 1조805억원에 롯데지주에 넘긴 것이 대표적이다. 

    현재 롯데물산은 금융자산으로만 현재 약 7300억원 이상의 현금을 보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주식의 액면가와 실제 소각비용에서 발생하는 감자차손은 롯데물산 입장에서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는 관측이다. 

    롯데홀딩스 입장에서는 별 자른 부담 없이 투자금 일부를 회수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달 일본 롯데홀딩스의 회장으로 선임된 것과 연결지어 보는 시각도 있다. 

    물론 변수도 있다. 롯데물산이 임의소각(자율소각) 방식을 택한 탓에 주주가 유상감자에 참여하지 않으면 해당 주주의 주식은 소각이 이뤄지지 않는다. 

    롯데물산 관계자는 “롯데홀딩스, 호텔롯데가 유상감자에 참여할지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