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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민족'이 우여곡절 끝에 수수료 논란을 벗어났다. 김봉진 전 대표까지 나서 '오픈서비스' 백지화를 선언하면서 가까스로 수습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악화된 여론에 냉랭해진 공정위 심사까지, 진짜 고비는 이제 시작이다. 자칫 기업결합심사가 무산될 경우 후폭풍은 예상하기 힘들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과 김범준 대표는 지난 10일 공동 사과문을 내고 "각계의 충고와 업주님들의 질타를 깊이 반성하는 심정으로 겸허히 수용해 오픈서비스 체계를 백지화하고 가장 빠른 시일 내에 이전 방식으로 복귀할 것"이라고 밝혔다.
혁신 체계라는 입장을 고수할 경우 날로 악화되는 여론을 감당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김봉진 의장까지 나서면서 사과의 진정성과 함께 책임을 더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 그나마 다행인 셈이다.
수수료 논란으로 배민은 오랜 시간 공을 들이고 투자해 온 시장의 신뢰를 상당 부분 잃었다. 파트너십에 애를 썼지만 자영업자들이 등을 돌렸고 정치권의 공세는 잦아들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결합심사를 진행할 공정위의 냉랭한 시선이 부담스럽다.
공정위는 "독일계 배달앱 딜리버리히어로(DH) 기업결합 심사에서 '시장 독과점' 여부와 함께 '정보 독점' 을 살펴보겠다"며 강도 높은 조사를 예고했다.
"기업결합 독과점 여부를 심사받는 도중 수수료 체계를 뜻대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은 소상공인 유불리를 떠나 해당 업체의 시장 지배력을 가늠할 수 있는 단적인 사례"라며 불편한 심기를 여과없이 밝혔다.정보 독점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각종 정보가 독점적으로 활용되는 것을 집중적으로 들여다 보겠다는 입장이다.
김재신 공정위 사무처장은 "가맹점으로부터 배달 관련 정보가 정당하게 수집되는지, 수집·분석된 정보가 가맹점에 필요한 수준만 적절하게 제공되는지, 다른 용도로 활용되는 것은 아닌지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기업결합 심사 과정에서 현장 조사 방법까지 동원해서라도 면밀히 살펴볼 계획"이라고 했다.배민과 요기요가 주문자의 인적사항뿐 아니라 좋아하는 메뉴, 자주 주문하는 시간대, 지역 상권 현황 등 방대한 정보를 확보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만큼, '정보 독점'에 따른 부작용 정도가 이번 기업결합 심사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양사간의 합병으로 정보독점이 나타나 다른 경쟁 사업자 탄생을 막을 우려가 있거나 서비스 품질 저하로 이어질 여지가 있다면 M&A에 부정적인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공정위 관계자는 "시장이슈를 고려할순 있지만 합병으로 인한 독과점에 따른 경쟁제한성 문제를 최우선 검토할 것"이라며 원칙론을 강조했지만 기류를 이전과 다르다.
지난해 12월 30일 우아한형제들과 DH는 공정위에 기업결합 관련 신고서를 접수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결합 심사기간은 신고일로부터 30일, 필요한 경우 90일 범위내에서 추가 연장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