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 해외 ISP에 이용료 지불해 놓고 어깃장이용자 5배 폭증, '트래픽 부담에 국내 CP 역차별 논란'방통위 중재 불구 소송으로 방향 전환… "스스로 당당하지 못함 방증"
  •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간 '망 이용료' 갈등이 결국 법정 싸움으로 치닫게 됐다. 넷플릭스가 망 이용료 지불에 대해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히면서 글로벌 CP(콘텐츠사업자)의 '망 무임승차' 논란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넷플릭스의 소송에 따라 현재 재정 절차를 진행 중인 방송통신위원회까지 중재안 마련에 손을 놓게 되면서 넷플릭스를 향한 비난 여론도 더욱 거세지는 분위기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 한국법인인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는 최근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넷플릭스가 네트워크 트래픽과 관련해 망 운용 및 증설, 이용 등에 대한 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번 소송의 골자다. 

    넷플릭스 측은 "소비자에게 요금을 받고 있는 ISP(통신사업자)가 CP에게도 망 이용료를 받는 것은 부당하다"며 "부득이 소를 진행하게 됐지만 SK브로드밴드와 공동의 소비자를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며 협력 방안도 지속해서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넷플릭스 가입자 수는 현재 200만명을 돌파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018년 2월 40만명 수준이었던 점과 비교해 2년 만에 5배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SK브로드밴드 등 국내 ISP는 이 같은 가입자 증가세에 따라 과도한 네트워크 트래픽이 발생하는 만큼 망 이용료 부담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넷플릭스는 망 이용료 부담 대신 네트워크 트래픽을 감소시킬 수 있는 '오픈 커넥트 프로그램'을 무상 제공하는 방안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딜라이브, LG유플러스 등 국내 ISP가 해당 방식을 도입한 만큼 망 이용료 부담이 해법이 아니라는 게 넷플릭스 주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넷플릭스는 해외 진출 시 망 이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시장 점유율이 낮은 사업자부터 협상을 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며 "이들 사업자는 가입자 유치를 위해 사실상 넷플릭스가 제시하는 방안을 따를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미 일정수준 이상의 가입자를 확보한 ISP의 경우 상당한 네트워크 트래픽 부담을 겪을 수 밖에 없다"며 "넷플릭스가 해외에서도 망 이용료를 지불한 사례가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정당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미국의 컴캐스트, 버라이즌, AT&T, 타임워너케이블을 비롯 프랑스의 Orange 등 ISP 사업자들과 망 이용대가 지급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서비스 속도 저하 문제와 망중립성 규제에 대한 FCC(연방통신위원회) 패소 판결 등에 따른 것이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의 주장대로 오픈 커넥트 프로그램 지원 방안이 ISP의 망 부하를 발생시키지 않았다면, 미국이나 프랑스의 ISP가 넷플릭스에게 망 이용대가 요구를 하지 않았으며 실제 계약까지 이어지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SK브로드밴드는 일본의 넷플릭스 캐시서버와 트래픽을 소통하고 있으며, 한·일 구간 국제회선 비용 및 국내 구간 트래픽 소통 비용을 모두 자사 투자비로 부담하고 있다. 관련업계에선 넷플릭스가 국내 CP와 동일한 수준으로 망 이용료를 부담하더라도 국내에서 올리는 매출에 비해서는 미미한 수준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오픈 커넥트 프로그램만 설치하고 망 이용료를 부과하지 않을 경우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있는 국내 CP를 오히려 차별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며 "법원으로부터 소장이 전달되면 검토한 후 후속 대응 방안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망 이용료 갈등과 관련해 재정을 진행 중이던 방통위가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해당 절차를 중지하게 됐다. 전기통신사업법 제45조에 따르면 재정 절차 진행 중 당사자 간 소송이 제기되면 재정 절차는 중지된다. 

    앞서 방통위는 지난해 11월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와 망 이용료 협상을 중재해 달라는 내용의 재정을 신청하면서 올 상반기 중 관련 중재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방통위가 국내 규제기관인 만큼 넷플릭스는 향후 중재안에 자신들에게 불리한 내용이 포함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재정 절차 중 갑작스럽게 소송을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넷플릭스가 망 이용료 부담과 관련해 스스로 당당하지 못함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