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루스·모트롤·지게차 매각 추진올 만기 차입금 4조2천억 상환엔 역부족채권단 눈치에 핵심 밥캣·인프라코어도 불똥 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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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조 수혈의 대가는 혹독하다. 두산그룹이 두산중공업 경영정상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채권단인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눈 높이에 맞출 강도 높은 경영개선 계획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지난 13일 두산그룹이 채권단에 제출한 자구안에는 두산솔루스 등 일부 계열사 매각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여전히 부족하다는게 시장 전반적인 분위기다. 당장 올해 갚아야할 차입금만 4조2000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중공업을 살려야 하는 두산그룹으로서는 결국 최후의 카드를 꺼낼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몰렸다. 여러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핵심계열사인 두산밥캣과 두산인프라코어까지 내놓을 지 관심이 쏠린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1순위 매각대상으로 지난해 (주)두산에서 분리된 두산솔루스를 삼았다.

    두산솔루스는 전기차용 배터리 동박(전지박) 뿐만 아니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유망사업을 펼치고 있다. 올해 매출 예상액은 전년 대비 27% 늘은 3340억원으로 그룹 미래를 책임지고 있는 회사다.

    두산측은 솔루스 지분 매각을 위해 다양한 접촉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9일 국내 사모펀드인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와 지분 매각을 놓고 협상을 벌였지만, 가격 차이로 최종 결렬됐다.

    두산그룹은 이튿날 "매각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공시했다. 현재 SKC 등 일부 기업이 인수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향후 공개 매각으로 전환될 시 더 많은 기업이 관심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두산그룹은 계열사인 솔루스 외 일부 사업부 매각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은 크게 전자BG, 모트롤BG, 산업차량BG 등 총 3개 사업 부문으로 나뉜다. 여기에서 매출 규모가 가장 큰 전자만 제외하고 나머지 두 사업부인 모트롤과 산업차량을 팔겠다는 것이다.

    두산은 지난해 모트롤 사업부에서 매출(순매출액 기준) 4806억원, 영업이익 389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산업차량 사업부의 매출은 9125억원, 영업이익은 61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두 사업부는 성장성이 담보되고 이익 창출이 가능하단 점에서 시장에서 군침을 흘릴 수 있다. 반대로 두산으로선 솔루스에 이어 핵심 사업부까지 내줘야 한단 대목에서 뼈아프다. 

    일각에서는 일부 계열사 및 사업부 매각만으로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올해 갚아야 할 차입금만 4조2000억원으로 솔루스를 팔고 모트롤과 산업차량 사업부를 매각해도 한참 부족하다.

    결국 굵직한 핵심 계열사를 매각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겠느냐는게 업계 판단이다. 두산그룹이 이번 자구안에 두산밥캣이나 인프라코어를 포함했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따라서 채권단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강하게 압박하면서 핵심 계열사를 매각하는 수순으로 갈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해 매출 8조1858억원, 영업이익 8404억원을 거뒀다. 건설기계 및 엔진 사업부문은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하며, 전체 매출이 전년 대비 5.9% 증가하는데 견인차 역할을 했다. 영업이익 또한 사상 최고치였던 2018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두산밥캣은 매출 4조5096억원, 영업이익 477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018년과 비교해 매출은 13.6%, 영업이익은 3.9%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두산이 자구안을 제출했다고 하나 채권단에선 오너 일가 방만경영의 책임을 물어 더 강한 개선계획을 요구할 것"이라며 "이런 분위기로 봤을 때 두산 역시 핵심계열사 두 곳을 내놓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