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21년 만에 최저 수준 급락도시봉쇄, 수요부진 원인… 공급만 늘어OPEC 감산 합의에도 소비 감소 막기 역부족'코로나19' 조치 완화 6월 이후에나 상승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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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상윤 기자
    국제유가 폭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때 미국산 원유 가격이 '마이너스'까지 떨어지는 등 전례없는 상황이 발생하며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단기적으로 저유가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글로벌 최대 원유 소비국인 미국의 '드라이빙 시즌'이 도래하는 6월 이후에나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날 역대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10.01 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한 자릿수까지 떨어졌지만 10달러 선으로 올라섰다. 북해산 브렌트유도 폭락해 20달러 선이 무너졌다. 전일대비 6.24 달러 하락한 19.33 달러에 가격이 형성됐으며 두바이유도 3.41 달러 하락한 17.37 달러를 나타냈다. 

    불과 지난 1월만 해도 60 달러선에서 오르락 내리락 하던 유가는 불과 2개월 만에 3분의 1 가격으로 주저앉은 것이다. 이는 외환위기 직후인 지난 1999년 2월 이후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 같은 국제유가 '쇼크'는 글로벌 원유 시장의 수급붕괴가 이어진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사실상 멈춰선 운송수단의 원료인 휘발유, 항공유 등의 수요 부진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과거에도 저유가 상황이 있었지만 현재 상황과 같이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다는 평가다. 원유를 시장에 내놔도 구매에 나서는 업체를 찾기 힘든 만큼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수요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데는 신종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19' 여파로 미국과 유럽 국가에서 록다운(Lock down: 도시봉쇄)을 실행하면서 이동제한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원유 수요량은 하루 약 1억 배럴 수준으로 파악되는데 최근 록다운 등의 영향으로 약 2500만∼3500만 소비 감소가 이뤄진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따라 글로벌 원유 시장은 공급 과잉을 전환된 상태다.  

    특히 글로벌 국가 가운데서도 최대 소비국으로 꼽히는 미국의 수요 감소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난다. 미국의 경우 휘발유만 하루 약 1000만 배럴를 소비하는데 현재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수요가 줄다보니 미국의 재고 증가 및 저장시설 부족 현상도 빚어지고 있다.

    미국 내 정제시설 가동율은 66.8%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최근 5년 평균 대비 27% 낮은 수준이다. 지난 주 수출 물량(일산 340만 배럴)이 전주대비 80만 배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4월 현재 미국 쿠싱 지역의 저장시설 충유율은 70% 수준이지만 실제로 이용 가능한 저장시설은 이미 소진된 것으로 전해진다. 쿠싱 지역은 미국에서 현물 원유를 인도받는 지역으로 원유 저장능력은 7600만배럴이다. 

    이미 쿠싱 지역 터미널의 탱크 임대 계약률은 100%에 도달해 신규 이용자가 임차할 수 없으며, 남아 있는 저장 용량도 현재 쿠싱으로 이송 중에 있는 원유가 충유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략 비축유 구매 의사를 피력했지만 멕시코만 일대에 위치한 비축유 저장시설의 여력은 많지 않은 실정이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의 원유 재고는 지난주 2000만 배럴 가까이 증가했다. 이 밖에도 시장에서는 유조선에 실린 채 바다 위에 떠있는 재고분만 1억6000만 배럴로 추정하고 있다.

    이와 함께 주요 산유국들이 합의한 감산량이 소비 감소량을 크게 밑돈 것도 유가 폭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앞서 지난 12일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러시아 등 비산유국들과 화상회의를 열고 5∼6월 두 달 간 하루 970만 배럴의 원유를 감산하기로 합의했다. 

    물론 이번 감산량은 역대 최대 수준이지만 공급과잉을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또한 오는 5월부터 감산이 이뤄지기 때문에 최근의 유가 하방 압력을 해소하기는 어려웠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업계에서는 오는 6월 이후에나 상황은 호전될 수 있다고 내다본다. 글로벌 국가들이 5~6월 사회적 거리두기 억제조치를 점차 완화하고 휘발유 소비 시즌인 미국의 '드라이빙 시즌' 도래가 수요 회복을 이끌 것이라는 전망이다. 

    여기에 올해 하반기부터 경제활동이 정상화되면 원유 수요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에 원유 공급이 넘쳐나고 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유가가 상승하기는 역부족일 것"이라며 "코로나19 사태가 안정되야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