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보험 사각지대에 특별 긴급고용안정지원금 등 10兆 푼다항공 지상조업·면세점 등 4월말 특별고용지원업종 추가 지정50만개 공공일자리 제공… 대규모 '한국판 뉴딜' 사업도 준비
  • ▲ 서울 명동 거리의 한 가방 가게.ⓒ연합뉴스
    ▲ 서울 명동 거리의 한 가방 가게.ⓒ연합뉴스
    정부가 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 사태로 현실화하는 실업대란을 최소화하고자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놓인 영세 소상공인과 프리랜서 등 93만명에게 3개월간 50만원씩 긴급 생계지원금을 풀기로 했다.

    일각에선 정부의 뒷북 대처를 지적하는 의견도 나온다.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놓인 영세 상인 등을 지원하는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일찌감치 제기됐는데도 총선을 겨냥한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에 빠져 조기 대응에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22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코로나19 관련 제5차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열고, 고용유지를 위한 10조원 규모의 종합패키지 대책을 추가로 내놨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일자리가 있어야 국민 삶이 있고 경제가 있다"면서 "일자리를 지키는 것은 국난 극복의 핵심 과제이고 생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고용 한파가 눈앞에 오고 있고 더 광범위하게 더 오랫동안 겪어보지 못한 고용 충격이 올 수 있다"며 "과거의 대책이나 방식을 넘어 비상한 대책을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긴급 고용안정대책에 10조1000억원을 따로 투입해 고용 충격 현실화에 대응하겠다"며 "고용유지 지원으로 실업대란을 차단하는 데 역점을 두고 사각지대를 줄여 고용안전망을 촘촘히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추가 고용안정대책으로 286만명이 고용유지·생활안정 등의 혜택을 볼 것으로 추산했다. 먼저 고용안전망의 사각지대에 있는 학습지 방문강사·대리운전원 등 프리랜서와 특수고용노동자, 영세사업자 등 93만명에게 특별 긴급고용안정지원금 1조5000억원을 푼다. 긴급 생계유지를 위해 석 달간 50만원씩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주는 실업 확산을 막으려 주는 고용유지지원금의 혜택을 보려면 고용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하지만 통계청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월 현재 전체 취업자 규모는 2683만8000명이고 이 중 고용보험 가입자는 1380만명이다. 전체 취업자의 48.6%가 실직 위기에 처했을 때 고용안전망의 혜택을 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정부가 이번에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놓인 영세 소상공인 등에게 특별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을 주기로 한 배경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늑장 대처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총선을 앞두고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이 제기됐음에도 여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이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놓고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실업대란이 코앞에 닥쳤다는 것이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한 유튜브 채널에 나와 "전면적인 재난기본소득 제공은 잘못된 것"이라며 "실직으로 인해 소득이 없거나 장사가 안돼 임대료도 못 내는 진짜 어려운 사람에게 (예산을) 집중 지원해 실업이나 폐업의 고통을 면하게 해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었다.
  • ▲ 실업급여 설명회장.ⓒ연합뉴스
    ▲ 실업급여 설명회장.ⓒ연합뉴스
    정부는 고용유지지원금과 관련해 무급휴직자까지 대상을 넓혀 신속히 지급하는 프로그램을 가동하기로 했다. 일반업종의 경우 한 달간 유급휴직 후 무급휴직으로 전환할 경우 석 달간 50만원씩 지급한다. 4800억원을 투입해 32만명이 혜택을 보게 한다는 계획이다.

    휴업수당 지급이 어려워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지 못하는 사업장에는 융자사업을 새로 추진한다. 융자를 통해 휴업수당을 먼저 지급하고 나중에 고용유지지원금으로 융자금을 갚는 방식이다.

    노사가 고용유지협약을 맺고 일정 기간 고용을 유지하면 임금감소분의 50%를 6개월간 지원하는 사업도 추진한다.

    또한 정부는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항공지상조업과 면세점업, 전시·국제회의업, 공항버스 업종을 이달 말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추가 지정하고, 국민내일배움카드 지원한도 상향, 생활안정자금 융자 우대 등에 2700억원을 투입한다. 정부는 추가로 20만명쯤이 혜택을 볼 것으로 본다.

    정부는 민간 부문의 고용 창출 여력이 부족하다고 보고 50만개의 공공일자리를 제공한다는 구상도 밝혔다. 1조원을 들여 도로·작물 등 공공 데이터 구축과 다중이용시설 방역 등 비대면·디지털 분야 정부 일자리(10만개)를 만든다. 실직자·폐업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방역과 산림재해예방, 환경보호 등 공공일자리 30만개도 제공한다. 기록물 전산작업·취약계층 IT교육 등 청년 디지털일자리(5만개)와 중소·중견기업 채용보조금(5만명) 사업 등도 벌인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연기한 공공부문 채용 절차도 하루빨리 정상화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실업급여 신청 급증을 고려해 실업급여 규모를 3조4000억원 늘리고 근로자 생계비 융자 확대, 취업성공패키지와 실업자 직업훈련 확대 등도 병행한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이번 추가 고용패키지대책은 시급성과 재원 여력 등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며 "기금변경과 예비비 등으로 8000억원은 즉각 집행하고 나머지 9조3000억원은 국회 동의를 거쳐 추진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무엇보다 속도가 중요하다"며 "1·2차 추경의 신속 집행은 물론 이번 대책에 필요한 제3차 추경과 입법도 신속히 추진해달라"고 역설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서라도 범국가적 차원에서 대규모 국가사업을 대담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면서 "관계 부처는 이른바 '한국판 뉴딜'을 추진할 기획단을 서둘러 준비해달라"고 지시했다.
  • ▲ 비상경제대책회의서 발언하는 문재인 대통령.ⓒ연합뉴스
    ▲ 비상경제대책회의서 발언하는 문재인 대통령.ⓒ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