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궐선거까지 시정공백…대외협상력 위축 불보듯2030엑스포, 동남권 메가시티 등도 표류 가능성
  • ▲ 김해 국제공항.ⓒ연합뉴스
    ▲ 김해 국제공항.ⓒ연합뉴스
    오거돈 부산시장이 지난 23일 직원 성추행 혐의로 전격 불명예 퇴진하면서 그가 추진했던 현안사업이 어떤 영향을 받을지 관심이 쏠린다. 동남권 신공항과 대륙철도 시발역 경쟁 등에서 차질이 불가피할 거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거꾸로 김해신공항 등 기존 사업 추진에 탄력이 붙을 거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오 전 시장은 이날 가진 기자회견에서 여성공무원과의 면담에서 강제 추행이 있었다고 시인한뒤 전격 사퇴 의사를 밝혔다. 보궐선거는 내년 4월 치러질 예정이다. 변성완 행정부시장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한 부산시정은 1년간 공백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오 전 시장의 전격 사퇴로 그가 벌여왔던 각종 현안사업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부산시의 기존 입장이 변하진 않더라도 오 전 시장과 함께 시청에 입성했던 정무 라인도 일괄 사퇴할 것으로 알려져 민감한 현안사업을 둘러싼 대정부 협상력에 누수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 전 시장 1호 공약인 동남권 신공항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부산은 국토교통부의 김해신공항(기존 김해공항 확장안) 결정에 반대하며 인근 경남, 울산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의 입을 통해 총리실 재검증까지 관철했지만, 추진 동력이 반감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총리실에서 총선을 의식해 검증을 차일피일 미루던 상황에서 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 사태 장기화에 이어 오 전 시장 불명예 퇴진까지 겹치면서 사실상 부산시가 밀었던 가덕도 신공항이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항공분야 전문가는 "총리실 검증 결과는 어떻게 나올지는 두고 봐야 한다"면서 "다만 주무 부처에서는 이미 김해신공항 추진이 타당하다고 결론을 낸 상황에서 정치적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대외변수도 힘이 빠지는 모양새여서 김해신공항 추진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토부는 일단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해 12월6일 총리실에서 검증위원회를 꾸려 검증에 착수했다"며 "결론이 언제쯤 날지, 오 전 시장의 사퇴가 검증과정에 어떤 영향을 줄지에 관해 국토부로선 알 수 없다. 다만 (검증에 나선 지 꽤 됐으므로 오 전 시장 사퇴의) 영향은 없을 것 같다"고 했다.
  • ▲ 남북철도 연결 기대감.ⓒ연합뉴스
    ▲ 남북철도 연결 기대감.ⓒ연합뉴스
    총선 이후 정부가 남북협력 카드를 다시 꺼내 드는 가운데 남북·대륙철도 연결에 대한 기대감에 자존심 싸움으로 번지는 양사이었던 유라시아 대륙철도 시발역 논쟁도 대결구도에 변화가 예상된다. 현 정부 들어 남북 화해 분위기를 띄우고 2018년 4수 끝에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정회원에 가입하면서 부산을 비롯해 철도 물류와 관련 있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유라시아 대륙철도 시발점을 자처하며 이슈를 선점하려고 애써왔다. 대륙철도 관문이라는 위상이 가져다줄 후광효과를 노리고 앞다퉈 시발점임을 자임하고 나섰다.

    부산의 경우 오 전 시장은 부산역을 여객 관문, 부산신항역을 화물물류거점으로 육성한다는 생각이었다. 경부선과 호남선이 만나는 길목의 충북 오송역, 국토부와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미래 유라시아 철도의 메가허브역으로 육성할 계획을 마련 중인 서울역도 시발역 논쟁에 불을 붙였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서울역이 유라시아철도의 '관문'이 돼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이 밖에도 부산지역에선 오 전 시장 퇴진 여파로 △2030엑스포 부산 유치 △부·울·경 동남권 메가시티 △경부선 철도시설 재배치 △북항 재개발사업과 연계한 원도심 재생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후속 사업 △부산 금융중심지 추진 등의 사업이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 ▲ 오거돈 전 부산시장.ⓒ연합뉴스
    ▲ 오거돈 전 부산시장.ⓒ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