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줄고 취업자 증가…단기·임시직↑, 비정규직 31.9%→36.9%경제허리 4050 고용난 심각…2030도 불안정 일자리로 몰려올해도 25조 편성…코로나19 쇼크 가시화 하반기 전망 '암울'
  •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코로나19 극복 고용유지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코로나19 극복 고용유지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지난해 5월 전국민을 비통하게 만든 의정부 일가족 사망 사건은 전형적인 한국 고용시장의 불균형이 빚은 참사였다.

    40대 초반 다니던 직장에서 실직한 A(50)씨는 인근에 목공예점을 차렸지만 신통치 않았다. 어렵사리 가게를 운영하다 7년만에 결국 폐업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다시 직장을 구하려 했지만 50대 남성을 써주는 곳은 많지 않았다.

    일거리라곤 공사장 잡부나 파트타임 같은 단기·임시직뿐이었다. 학생인 딸과 아들 등 4인 가족을 부양하며 매달 갚아야 할 빚까지 있는 A씨가 선택하기는 어려운 일자리들이었다.

    식당에서 일하는 아내와 A씨가 불안정한 일터에서 돈을 벌어봐야 부부 수입 총합은 300만원을 넘기기 힘든데 갚아야 빚이 매달 200만원이 넘었다고 한다. 다달이 마이너스 생계를 벗어날 수 없다는 판단에 A씨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야 말았다.

    같은달 경기도 시흥에서는 개인회생중 실직한 30대 부부가 두자녀와 함께 차안에서 숨진채 발견됐다. 같은해 9월에는 대전에서 40대 가장이 아내와 두자녀와 함께 목숨을 끊었고 12월에는 대구에서 40대 부모와 두자녀가 번개탄으로 목숨을 끊었다.

    멀쩡한 30~40대 부부와 자녀가 사는 화목한 가정이 생계비관으로 세상을 등진 사건은 지난해에만 10여건이 넘었고 사망자만 40여명에 달했다.

    이들의 공통분모는 생계비관이었지만 들여다보면 어려운 생계를 회생할 방법, 즉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할 수 없었다는 점이 더 큰 좌절로 다가왔다.

    고난의 4050, 참혹한 고용지표

    나라경제의 허리로 불리는 4050세대의 최근 고용지표는 참혹하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비자발적으로 회사를 나간 40~50대 퇴직자는 48만9000명으로 2014년 55만2000명 이후 가장 많았다. 퇴직사유를 보면 직장의 휴업과 폐업으로 일자리를 잃거나 임시로 일하던 계약이 만료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 ▲ 40대 취업자(연두색) 수가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 40대 취업자(연두색) 수가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통계청의 고용동향에 따르면 40대 취업자는 2015년 11월 이후 53개월 연속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2014년 689만6000명이던 40대 취업자는 지난해 650만4000명으로 39만2000명이 줄었다.

    고용의 질도 나빠졌다. 2015년 40대 취업자의 월 평균 근로시간은 176.4시간이었는데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이듬해인 2018년 159.2시간으로 줄었고 2019년에는 156.1시간까지 내려갔다.

    정부는 주52시간제 도입 등으로 평균 근로시간이 줄어든 것이라 해명하지만 2015년 68.1%였던 정규직 비중이 지난해 63.6%로 떨어진 것을 보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비정규직 비율이 31.9%에서 36.9%로 치솟으면서 평균 근로시간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정규직의 비정규직화, 근로시간 감소 등으로 인생 주기중 가장 많은 돈을 벌고 소비해야 하는 4050세대가 돈에 쪼들려 생계난에 내몰리고 있다는 얘기다.

    한번 실직하면 다시 원래 소득수준으로 돌아가는 것도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0대 이상 중장년이 퇴직후 재취업한 회사에서 2년 미만 근속한 비율은 67.1%에 달했다.

    재취업한 40대 이상 구직자 10명중 7명이 2년을 채우지 못한 것이다.

    원래 다녔던 직장과 재취업한 직장의 임금차도 컸다. 전직장대비 50%미만이 26.4%에 달했고 50~60%가 21.3%, 70~80%는 18.1%였다. 전 직장보다 더 많은 임금을 받은 사례는 8.4%에 불과했다.

    全연령, 全업종 고용 나빠져… 코로나 쇼크 하반기 더 암울

    문재인정부의 일자리정책에 가장 직격탄을 맞은 것은 4050세대였지만 2030 청년층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지난 7일 성신여대 박기성 교수팀에 의뢰한 '전일제 환산 취업자수 추정 및 분석'에 따르면 문재인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 이후 전일제 환산 취업자수(FTE)는 매년 꾸준히 감소했다.

    연구조사결과 2017년 3월 FTE 취업자는 2854만1000명이었으나 2018년 3월에는 2807만8000명으로 46만3000명이 줄었다.

    이는 해마다 고용률과 취업자수가 증가했다고 발표한 통계청 자료와는 상반된 내용이다.

    박기성 교수팀은 "FTE 방식의 고용통계는 취업자들이 실질적으로 일하는 시간을 반영하는 현실성 있는 지표"라며 "100시간을 일하는 근로자와 2시간을 일하는 근로자를 동일한 1명으로 취급하는 통계청 고용지표보다 고용의 질을 파악하는데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FTE 취업자 수치는 한주에 40시간 풀타임으로 일한 사람을 전일제 환산 1명(1FTE)으로 산정하는 방식으로 주당 20시간 일하면 0.5FTE, 60시간 일하면 1.5FTE로 계산한다. 실제로 OECD는 머릿수 계산 고용지표를 보완하는 보조지표로 FTE 고용통계를 개발해 매년 발표하고 있다.
  • ▲ 한 취업박람회에서 중장년 구직자들이 채용공고를 살펴보고 있다.ⓒ뉴데일리 DB
    ▲ 한 취업박람회에서 중장년 구직자들이 채용공고를 살펴보고 있다.ⓒ뉴데일리 DB
    이 자료에 따르면 20대(20~29세) FTE 취업자는 2017년 378만명에서 2018년 373만7000명, 2019년 368만명으로 꾸준히 줄어든다.

    30대(30~39세)도 620만5000명(2017년)에서 606만8000명(2018년), 584만5000명(2019년)으로 감소했다.

    2030 청년층도 단기아르바이트나 비정규직 등 불안정한 일자리에 허덕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종별 FTE 취업자를 보면 제조업이 2017년 516만4000명에서 2019년 484만9000명으로 2년간 31만5000명이 줄었고 건설업 4만6000명, 도소매업 33만명 등 전업종에서 FTE 취업자 수치는 줄었다.

    코로나19 고용쇼크가 현실화되는 하반기 고용난은 더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3월 취업자 수치만 봐도 FTE 취업자는 2545만8000명으로 전년 2755만3000명보다 209만4000명(-7.6%)이 줄었다.

    코로나19 쇼크는 특히 20대 취업자에 더 크게 다가와 취업자수 감소율은 -10%p에 달해 전 연령층에서 가장 타격이 컸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부산대 경제학과 김현석 교수에게 의뢰한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영향으로 올해 국내 신규실업자수는 최대 33만3000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한요셉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많은 기업의 신규채용이 일시적 혹은 무기한 연기됐으며 향후 채용을 축소하거나 취소하는 기업이 증가할 것"이라며 "코로나19로 청년고용에 부정적 충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우려했다.

    文 취임 1호 지시 '일자리'…3년간 퍼부은 돈만 61.5조

    일자리정책은 문재인 정부가 최대 역점으로 내세운 국정과제다.

    문 대통령은 취임 첫 일성으로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구성을 '1호 업무지시'로 내놓을 만큼 일자리 지표 개선에 전력을 쏟았다.

    문재인 정부가 2017년부터 투입한 일자리 예산만 61조5000억원에 달한다. 2017년 18조원, 2018년 20조원, 2019년 23조5000억원 등 해마다 규모도 늘렸다.

    올해 일자리 예산은 25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본예산보다 20.1% 대폭 확대했다. 여기에 코로나 3차 추경에 담기는 고용안정 비용 10조1000억원을 포함하면 역대 최고 규모를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3년간 쏟아부은 예산은 전정부가 4년간 쓴돈을 상회하지만 고용지표는 형편없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고용률은 계속 떨어지는데다 늘어나는 비정규직 비율과 근로시간 감소에 따른 실질 근로소득 하락이 가장 큰 문제다.

    소득주도성장 이면에 감춰진 공공일자리 증가, 고령자 취업자수 증가로 왜곡된 통계 착시 그리고 주52시간제 도입에 따른 민간기업의 고용축소가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부 교수는 "일자리수가 늘었다고 정부는 얘기하지만 대부분 증가한 일자리는 주당 18시간 미만으로 쉽게 말하면 좋은 직장은 줄고 나쁜 직장은 늘었다"며 "4050세대의 일자리 지표가 마이너스를 유지하는 것은 또다른 사회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난해 국가 경제성장률 2.0%중 정부 기여도가 1.5%에 달했다"며 "늘어나는 일자리가 대부분 정부 예산으로 만든 공공일자리라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위 교수는 "정부가 창출한 공공일자리를 민간에서 흡수할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