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빚 819兆…30兆 3차 추경, 적자국채로 충당 예고국가채무비율 41.4%…야당시절 文대통령 "40%가 재정건전성 마지노선"재정전문가 "현정부 마이동풍·희망 안보여…차기정부 손발 묶일 것""퍼주기·땜질식 멘탈리티가 문제"… "법인세 인하로 기업 기살려야"
  • ▲ 문재인 대통령.ⓒ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연합뉴스
    적폐 청산을 기치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3년이 됐다. 정부는 △일자리 경제 △소득주도성장(소주성)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문 대통령 경제정책인 제이(J)노믹스의 네 바퀴 성장동력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세계 어디에서도 성공사례가 검증된 바 없는 소주성 정책을 시험하며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리고 편향된 노동정책으로 근로시간 단축을 '뚝딱' 시행하는 한편 대기업 때리기에 골몰하는 등 경제 혼란을 자초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설상가상 올해 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 팬데믹(범유행)으로 세계경제가 출렁이면서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의 방향키가 어떻게 돌아갈지 주목된다. J노믹스의 현주소와 앞으로 남은 과제 등에 관해 알아본다. <편집자 註>


    문재인 정부 출범 3년. 재정전문가들의 나라 살림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파티로 경제위기에 처한 베네수엘라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가시지 않는다.

    최광 한국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지금 같은 재정운용으로는) 바로 다음 정권부터 나라살림 운영이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며 "기초공사부터 새로 해야 하는 수준으로 이 집단(현 정부)은 아무리 쓴소리(조언)를 해도 쇠귀에 경 읽기"라고 탄식했다. 최 명예교수는 한국조세연구원장과 국회예산정책처장,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등을 지낸 재정전문가다. 최 명예교수는 "지금은 어렵더라도 큰 방향에서 더는 안나빠질거라는 희망이 보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 ▲ 추경.ⓒ연합뉴스
    ▲ 추경.ⓒ연합뉴스
    나라 곳간에 빨간불이 켜졌다. 코로나19로 가뜩이나 돈 쓸곳은 많은데 쓸돈은 덜 걷히는 상황이다. 지난 7일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월간 재정동향 5월호'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총수입은 119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1조5000억원 줄었다. 1년전보다 국세는 8조5000억원, 법인세는 지난해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6조원이 감소했다. 반면 총지출은 164조8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6조5000억원 늘었다.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45조3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1년전보다 적자규모가 28조원 늘었다.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4대 사회보장성기금 5조3000억원의 흑자를 뺀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상황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55조3000억원 적자다. 2011년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래 최대 규모다.

    나라 살림은 더 악화할 전망이다. 현 정부의 소주성 정책으로 지난 3년간 경제 기초체력이 약화한데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코로나19 사태가 터져 적극적으로 재정을 운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잖은 실정이다. 정부는 1차 11조7000억원, 2차 14조3000억원 등 추가경정예산(추경)으로 총 26조원의 혈세를 추가 지출한 가운데 30조원 규모의 3차 추경을 예고한 상태다. 2차 추경 편성과정에서 재정당국의 반대에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전국민 긴급재난지원금을 밀어붙이면서 기존 세출 구조조정으로 충당하려던 추경 재원은 3조4000억원의 적자국채를 발행하는 상황으로 변했다.
  • ▲ 국가재정.ⓒ연합뉴스
    ▲ 국가재정.ⓒ연합뉴스
    대한민국의 나랏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2일 제5차 비상경제회의에서 "3차 추경은 대부분 적자국채를 발행해 충당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2차 추경으로 나랏빚은 총 819조원으로 늘었다. 지난해보다 78조2000억원이나 증가했다.

    경제전문가들은 위기상황에서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에 동의하면서도 재정건전성 악화에 대한 대비책 없이 하루살이식 재정 운용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차 추경까지 41.4%로 치솟았다. 재정당국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내놓은 국가재정운용계획(2017~2021년)에서 국가채무비율을 내년에 GDP 대비 40.4%로 관리하겠다고 발표했었다. 이미 1년 앞당겨 깨져버린 셈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보고서에서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위해 대부분의 재원을 적자국채 발행에 의존하면서 국가채무비율이 2023년 45%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우려했다. 지난 2월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한국의 부채비율이 2023년 46%까지 오르면 국가신용등급이 내려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 ▲ 중앙정부 채무추이.ⓒ기재부
    ▲ 중앙정부 채무추이.ⓒ기재부
    민주당은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재정건전성이 상대적으로 좋은 편이어서 나랏빚을 더 내도 괜찮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5월16일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홍 부총리가 재정건전성 관리 마지노선으로 '국가채무비율 40%'를 언급하자 문 대통령이 직접 근거를 따져 묻기도 했다. 물론 정부가 지켜야 할 적정 나랏빚에 대한 법적 기준은 없다. 홍 부총리가 말한 마지노선은 10여년간 국가채무비율이 30%대로 유지돼온데 따른 국민의 심리적 저항선을 고려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재정건전성 마지노선은 문 대통령이 제시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5년 9월9일 야당이던 새천년민주연합 대표였던 문 대통령은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2016년 예산안에서 재정전건성을 지키는 마지노선으로 여겨왔던 국가채무비율 40%가 깨졌다"고 박근혜 정부를 비판했다. 당시 문 대표는 "박근혜 정부 3년만에 나라 곳간이 바닥나서 GDP 대비 40%에 달하는 국가채무를 국민과 다음 정부에 떠넘기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재부 설명으로는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은 2018년 기준으로 40.1%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09.2%)보다 양호하다. 미국(106.9%), 일본(224.1%), 영국(111.8%) 등 OECD 주요국보다 낮다. 하지만 미국이나 일본은 국제 결제의 기본이 되는 기축통화(基軸通貨)로 달러나 엔화를 직접 찍어내 이들의 부채비율은 우리나라와 상황이 다르다는 지적도 있다. 기축통화국과 한국을 단순 비교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기축통화국이 아닌 호주(43.5%), 스위스(41.8%), 체코(40.1%) 등은 국가채무 비율이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준이다.

    문제는 한국의 부채 증가 속도가 세계 상위권이라는 점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기재부에 따르면 2001~2018년 한국의 일반정부 부채(D2) 증가율은 연평균 11.1%다. 부채 증가율이 같은기간 경상성장률(5.8%)보다 2배나 높다. OECD 36개국 중 여섯번째다.

    일각에선 '숨은 빚'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국은 공기업을 통해 굵직한 국책사업을 벌이는 사례가 많고 공기업은 부도가 나도 정부가 보증을 선다"며 "(착시효과를 보이는) 공기업 부채까지 포함하면 국가채무비율은 사실상 100%를 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명절 고속도로 통행료 무료화를 위해 2017년 추석부터 올해 설 연휴까지 재정고속도로에서 발생한 통행료 2872억원을 한국도로공사에 떠넘겼다. 한국전력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적자경영에 빠졌다. 한전은 다음달 전기요금 개편안을 발표할 계획으로 개편안의 골자는 전기요금 인상이다.
  • ▲ 세금.ⓒ연합뉴스
    ▲ 세금.ⓒ연합뉴스
    2000년대 들어 역대 정부에서 추경은 총 17차례 있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이후 매년 추경을 편성해 왔다. '추경 중독'이란 지적도 샀다. 앞선 정부의 일부 추경도 저소득층 생계안정과 경기 진작을 위해 추진된 바 있다.

    하지만 대부분 태풍, 집중호우, 가뭄같은 재난극복,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9·11테러와 세계 금융위기 대응 등을 이유로 했다. 현 정부는 일자리 대책을 위한 추경을 집중적으로 추진했다. 미세먼지를 이유로 추경을 추진하면서 미세먼지 대응 예산은 3분의1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기존 퍼주기식 일자리사업을 확대 지원하는 수준으로 예산을 끼워 넣었다는 지적도 받았다. 일각에선 이런 선심성 예산집행으로 혈세를 낭비한 결과가 정작 코로나19 같이 국가 비상사태가 났을땐 쓸돈이 없어 나랏빚을 또 져야 하는 상황으로 귀결됐다고 비판한다.

    최광 명예교수는 "예산을 낭비하면 나라가 망한다"면서 "혈세는 아끼고 또 아껴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과 같은 포퓰리즘 정책으로 혈세를 낭비하면 다음 정권은 손발이 묶여 정책을 추진하기가 어려워진다"면서 "지난해까지 이런 문제에 관해 악을 쓰며 쓴소리를 해도 (현 정부는) 마이동풍이다.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최 명예교수는 "천주교 교리에서 나온말중 용서받지 못할 죄라는 뜻의 '페카토 모르탈레'가 있다"면서 "정치와 경제에서 용서받지 못할 죄가 2가지 있는데 하나는 공직자가 국가예산을 낭비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기업가가 이윤을 남기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이 송언석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으로부터 정부의 경제성장률 전망치에 관한 질문을 받고 즉답을 못해 질책을 받았다"면서 "5년 이상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에 있던 공직자가 정말 몰라서 대답하지 못했겠나. 실제 전망치와 예산을 편성할때 사용한 수치가 다르니 (청와대 경제수석 입으로) 세수체계가 잘못됐다는걸 시인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최 명예교수는 "전두환 정부 시절이던 1984년 전무후무하게 예산을 동결한 적이 있다. 이후 물가를 잡고 성장도 곧잘 해 국가채무비율을 낮추는 계기가 됐다"면서 "지금 같은 퍼주기·땜질식 멘탈리티로는 미안한 얘기지만 나라 곳간이 거덜 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대종 교수는 "돈 퍼주는 정부를 어느 국민이 싫어하겠나. 제일 걱정은 베네수엘라 같은 전철을 밟지 않을까 하는 것"이라면서 "국가위기 상황에서 기업과 경제를 살리는게 답이다. 기업의 해외 이전이나 자금 유출을 막기 위해 법인세율 인하 등 과감한 기업투자 독려정책을 펼 필요성이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