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심의위원회 신청 이틀만에 영장 청구권한남용-인권보호-국민신뢰 무너져경영권 승계 혐의 입증 어려워지자 무리수 지적도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삼성전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삼성전자
    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구속영장을 신청하면서 검찰이 무리하게 수사를 끌고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시기상으로 이 부회장 측이 지난 2일 검찰에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한 이후 즉각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재계에서는 도주의 우려가 없는 이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은 무리수로 볼수 밖에 없고,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삼성이 보인 역할과 기여를 감안하면 국민 여론에도 어긋나는 결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는 이재용 부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사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이 부회장 등에게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변경에 이르는 과정을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를 위해 진행됐다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해 이 부회장의 지분이 높은 제일모직의 가치를 부풀리고 삼성물산의 주가는 떨어트리는 방식으로 합병 비율을 정당화하려 했다는 주장이다. 

    특히 검찰은 삼성바이오의 부정 회계 의혹도 맞다고 보고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도 영장에 포함했다. 

    이와 관련해 이 부회장은 지난주 두차례 검찰에 출석해 각각 17시간이 넘는 고강도 조사를 받은 바 있다.

    당시 이 부회장은 조사에서 "보고받거나 지시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혐의 입증에 진척이 안 되니까 무리수를 감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구속영장 청구 시점이 도마위에 올랐다. 이 부회장은 지난 2일 기소 타당성을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서 판단해 달라며 서울중앙지검에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하자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검찰이 이 부회장 측 조치에 맞대응 것으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문제는 이 같은 행위가 검찰 스스로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렸다는 점이다. 검찰수사심의위원히 운영지침에 따르면 제1조 '목적'에서 검찰수사의 절차 및 결과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제고하기 위해 설치하는 '검찰수사심의위윈회'의 운영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했다. 수사의 중립성을 확보하고 권한남용을 막겠다는 취지에서다.

    수사심의위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 관련 수사 계속 여부, 기소 또는 불기소 처분 여부, 구속영장 청구 및 재청구 여부, 기소 또는 불기소 처분된 사건의 수사 적정성·적법성 여부 등을 심의한다. 

    이에 수사심의위의 결정에 강제력은 없지만 관련 운영지침에 따라 검찰은 수사심의위의 권고를 존중해야 한다. 실제로 도입 이후 지난 2월까지 수사심의위를 거친 사건 8건 중 검찰이 수사심의위 결론을 벗어난 결정을 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자칫 수사심의위의 결과에 따라 수사가 차질을 빚을 수 있는 만큼 무리하게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검찰 스스로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위를 한 것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국내 업계 관계자는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하자마자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이런 제도의 존재 의미가 없다"며 "검찰의 무리한 영장으로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검찰이 삼성에 대한 뚜렷한 혐의를 입증하지 못한 채 수사의 초점을 계속 바뀌고 있는 점도 무리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검찰은 지난 1년 8개월이라는 장기간에 걸쳐 50여 차례 압수수색, 110여 명에 대한 430여회 소환 조사 등 유례가 없을 정도로 강도 높게 수사를 진행해 왔다. 

    그러나 승계 논란의 중심에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분식회계 혐의도 입증을 못한 상황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은 지난 2015년 5월 참여연대 등의 고발이 계기가 됐지만 5년이 지난 지금도 설만 무성할 뿐 뚜렷한 혐의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검찰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변경에 이르는 과정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이뤄졌다고 보고 수사에 나섰다.

    삼성그룹이 삼성바이오의 회사 가치를 실제보다 높게 평가해 제일모직의 주가를 올리는 방식으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비율을 제일모직에 유리하도록 조작했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이 보유한 제일모직의 지분(23.2%) 가치를 높이고 삼성물산의 주가를 떨어뜨렸다고 봤다. 

    그러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삼성 합병과정에서의 시세조종 의혹'으로 수사 방향을 바꾸는 모습을 보였지만 성과가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또한 삼성바이오 가치를 부풀렸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 상태다. 삼성의 바이오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삼성의 바이오 '비전' 실현이 현실화된 것은 물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시가총액 기준으로 국내 3위, 40조 규모의 초대형 회사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검찰 내부에서는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혐의와 관련 연관성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안팎에서는 검찰이 권한 남용 및 인권보호를 역행하는 조치라는 시각도 나온다. 수사 대상이 이재용이 아니라면 검찰이 인권침해라는 비판까지 받을 수 있는 정도 아니냐는 주장이다. 

    재계 관계자는 "도주의 우려도 전혀 없는 이 부회장에 대해 굳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이유를 모르겠다"며 언제까지 과거에 발목이 잡혀 있어야 하나"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