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서 오전 구속영장 심사사법리스크, 삼성 최악 경영공백 기로합병비율 등 검찰 제기 혐의 대부분 입증되지 않아도주 우려 없고, 사실관계 및 법리적 다툴 여지도 많아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뉴데일리DB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뉴데일리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년 4개월 만에 또 다시 구속 위기에 처했다.

    검찰이 지난 4일 '경영권 승계'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법원 판단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결과에 따라 검찰은 1년 7개월의 수사가 막판에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삼성은 최악의 경영 공백 사태를 다시 맞게 되는 만큼 양측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그러나 범죄 혐의가 성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작스런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무리수'라는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오는 8일 오전 10시30분 이재용 부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미전실) 실장(부회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사장)에 대해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2017년 2월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돼 1년간 수감생활을 하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지 2년 4개월 만이다.

    검찰과 삼성은 이번 영장심사에서 한치의 양보 없는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검찰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변경에 이르는 과정을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를 위해 진행됐다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해 이 부회장의 지분이 높은 제일모직의 가치를 부풀리고 삼성물산의 주가는 떨어트리는 방식으로 합병 비율을 정당화하려 했다는 주장이다. 

    반면 이 부회장 측은 검찰이 1년 7개월간 수사로 이미 수집할 수 있는 증거는 모두 수집했고, 글로벌 기업 총수인 이 부회장이 도주할 우려가 없다는 점을 들어 구속 사유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또한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의혹은 금융당국과 법원에서도 판단이 엇갈린 만큼 범죄 혐의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반박할 것으로 관측된다. 시세조종 혐의도 절차상 위법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법조계에서는 실제 구속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에서 제기한 혐의 대부분이 입증되지 않은 만큼 사실관계 및 법리적으로 다툴 여지가 있고 도망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두고 불구속 수사 원칙에 어긋난 처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형사소송법 제70조에는 구속의 사유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피의자가 일정한 주거지가 없거나 증거인멸 염려가 있거나 도주의 염려가 있는 경우다. 법원은 이러한 구속사유를 심사할 때 범죄의 중대성과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와 중요 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 우려를 고려한다.

    그러나 이 부회장의 경우 주거지가 일정하다. 최근 시민단체가 자택 앞에서 '삼겹살 파티'를 열 정도로 그 위치까지 일반에 알려져 있다. 이 부회장은 한국을 대표하는 최대기업의 총수로서 기업을 팽개치고 도주할 가능성도 전혀 없다.

    이와 함께 불구속 수사·재판은 2000년대 들어 법원이 '공판 중심주의'하에 견지해오던 원칙이다. 특히 기업인 수사의 경우에는 법리적으로 많은 쟁점이 있으며 사실관계마저 복잡한 상황에서 구속기소를 통해 자백을 받아내려는 검찰의 행동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은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에 대해 2번이나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기각된 바 있다. 검찰은 지난해 5월 증거인멸 교사 혐의, 7월에는 분식회계 의혹 사건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이와 함께 이번 사안을 두고 검찰이 무리하게 경영권 승계로 엮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검찰은 삼성이 제일모직 가치를 높이고 삼성물산 가치를 낮추는 등 시세조종으로 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혔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법 규정과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된 사안이다. 

    당시 삼성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당시 이를 반대하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과 표 대결을 벌이던 시기로 만약 삼성이 시세를 조종하려 했다면 7월10일 이전 삼성물산의 카타르 발전소 수주 사실을 알렸어야 했다. 

    합병 비율 역시 마찬가지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합병비율 산정은 자산가치가 아닌 주가를 근거로 산정됐다는 점에서 반론의 여지가 없다. 상장법인의 합병비율 산출 방식대로 ▲최근 1개월 평균 종가 ▲최근 1주일 평균 종가 ▲최근일 종가를 반영한 이상 위법 여부를 따질 수 없다.

    우리나라는 개인투자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투자자 보호를 위해 합병가액을 합병당사자의 협상결과에 따라 결정하도록 하는 외국 입법례에 비해 엄격한 기준을 정하고 있다. 

    국정농단 사건 당시 특검 수사와 수십 차례 재판 과정에서도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집중적으로 살펴봤지만 회계기준에 대한 문제는 전혀 제기되지 않았다. 

    2015년 7월 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는 미국계 해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낸 '삼성물산 주주총회 소집통지 및 결의금지 가처분신청'을 기각한 바 있다. 당시 법원은 엘리엇이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제기한 '합병비율 불공정' 주장을 "근거가 없다"며 일축했다. 

    검찰이 제기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분식회계 혐의 입증도 쉽지 않다. 

    삼성의 바이오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삼성의 바이오 '비전' 실현이 현실화된 것은 물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시가총액 기준으로 국내 3위, 40조 규모의 초대형 회사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합병 당시 추정한 삼성바이오로직스 기업가치(18~19조원)가 부풀려진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최근 주가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갖고 있던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통해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43.44%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삼성은 "삼성을 둘러싼 위기는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것"이라며 "장기간에 걸친 검찰수사로 인해 정상적인 경영은 위축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가운데 코로나19 사태와 미중 간 무역 분쟁으로 인해 대외적인 불확실성까지 심화되고 있다"며 "삼성의 경영이 정상화돼 한국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매진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