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 전원회의 열어 착수…코로나19 최대 변수勞 "저임금 노동자 직격탄" vs 使 "지급능력 한계"업종·규모별 차등지급 논의 주목…노사 모두 반대
  • ▲ 최저임금위원회.ⓒ연합뉴스
    ▲ 최저임금위원회.ⓒ연합뉴스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심의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 변수에 따른 노사간 견해차가 커 올해도 난항이 예상된다. 일각에선 올해야말로 최저임금 업종별·규모별 차등화 지급이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지만 노사 모두 반대하는 분위기여서 올해 심의도 진통이 예상된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1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에 착수한다. 최저임금위는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 적용과 월 환산액 병기 여부 등에 관한 논의를 거쳐 이달 말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한다.

    문재인 정부 들어 최저임금은 가파르게 올랐다. 지난 3년간 30.2% 인상됐다.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시간당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을 위해 사실상 정부가 2년 연속으로 두 자릿수 인상률을 밀어붙인 게 원인이다. 2017년에는 16.4% 오른 7530원, 2018년에는 10.9% 오른 8350원, 지난해는 240원 오른 8590원이 각각 결정됐다. 지난해 최저임금제도를 도입한 1988년 이래 3번째로 낮은 인상률(2.9%)을 기록한 것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이 컸기 때문이었다.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의 최대 변수는 올해 범유행 한 코로나19 사태가 될 전망이다. 경영계 특히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업계는 매출 급감으로 이미 지급능력에 한계가 왔다며 '최초 동결'을 주장하고 나섰다.

    반면 노동계는 코로나19 사태로 취약계층인 저임금 근로자가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다며 일정 수준의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태도다. 한국노총은 최근 입장문을 내고 "저임금 노동자를 희생시키는 최저임금 동결은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을 어렵게 하고 소비를 위축시켜 경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며 "최저임금이 오르지 않으면 임금 격차와 불평등은 더욱 확대되고 사회 양극화는 심화된다"고 주장했다.

  • ▲ 최저임금 결정.ⓒ연합뉴스
    ▲ 최저임금 결정.ⓒ연합뉴스

    노사간 견해차가 팽팽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그동안 경영계 내에서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업계가 주로 도입을 요구했던 업종·규모별 차등 지급이 올해 문제를 푸는 실마리가 될 수도 있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올해 심의에서도 최저임금 차등 지급 논의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노사 모두 차등 지급에 반대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먼저 노동계는 차등 지급 도입은 있을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견지했다. 정문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차등지급은 그동안도 그랬고, 지금도 (도입)해야 할 게(이유가) 없다"면서 "말그대로 최저임금인데 여기에 1등 최저임금, 2등 최저임금 이런 식으로 나누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잘라말했다.

    올해는 경영계도 접근 시각이 다르다. 차등 지급은 필요하지만, 그 시점이 올해는 아니라는 것이다. 김문식 한국주유소운영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지급능력을 고려해 업종별·규모별 차등 지급은 도입해야 한다"면서 "다만 올해는 (코로나19로) 특수한 상황이다. 마스크나 손세정제 등 코로나19와 관련해 특수를 누리는 몇몇 업종을 제외한다면 어느 업종 할 것 없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는 소리 하는 게 아니라 하루하루 버티는 게 어렵다. 올해는 차등 지급을 비롯해 인상 자체를 논의하는 게 어불성설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동계가 지난해 역대 3번째로 낮은 인상률을 기록했으니 올해는 (인상 폭을) 현실에 맞게 올리자는 주장이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안 좋다. 노사 간 논리의 문제가 아니다. 지급 능력이 안 돼 고용 유지가 어려운 처지에서 임금 인상 논의는 무의미하다. 내년은 최저임금 동결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김 이사장은 "노동계는 어려운 상황이 저임금근로자의 해고로 이어지지 않을까 가장 우려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 요구는 모순"이라며 "저임금근로자 고용 유지를 위해서라도 동결이 필요하다. 과거 세계 금융위기 시절에도 동결은 없었다는 (노동계) 주장은 당시의 저임금 상황 등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 ▲ 발길 끊긴 거리.ⓒ연합뉴스
    ▲ 발길 끊긴 거리.ⓒ연합뉴스

    한편 이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추천 위원들은 전원회의에 불참하기로 했다. 이들은 최저임금위가 전원회의 일정을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경영계 안팎에선 민주노총이 본격적인 심의를 앞두고 초반 신경전을 편다는 해석이 많다.

    최근 노동계는 기존 위원의 사퇴와 보직 변경 등을 이유로 근로자위원 9명 중 6명을 새로 위촉했다. 새로 위촉된 위원의 면면이 강성이어서 노동계가 올해 최저임금 인상을 위해 새판을 짰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하지만 경영계 일각에서도 노동계가 강경 투쟁을 위해 근로자위원을 물갈이한 건 아니라는 견해가 나온다. 노동계가 최저임금 인상을 위해 공익위원을 설득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야 하는 상황에서 투쟁을 전면에 내세우진 않을 거라는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