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금융지원, 하반기 구조조정 본격화자금줄 쥔 산은, 아시아나·두산 매각에 적극적쌍용차, 기안기금 선긋기-STX 추가지원 거부
  • 코로나19 충격에 따라 올 상반기 금융지원이 주를 이뤘다면 하반기에는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코로나19로 일시적인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대상으로 한 지원에는 적극적이지만 코로나19 이전부터 유동성에 차질을 빚은 기업에는 '자체생존' 기류가 강하다. 

    특히 자금줄을 쥔 산업은행은 '생즉사 사즉생(生卽死 死卽生)' 원칙으로 대주주와 근로자 모두의 희생을 강조하고 있다.  


    ◇ 두산그룹 자산매각 속도戰… 채권단 3.6조 지원

    두산그룹은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3조6000억원을 지원받았다. 고강도 자구안이 뒷받침되면서다. 자금난에 허덕이는 두산은 대규모 자산 매각 및 그룹 해체 수준의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두산그룹의 1호 매각 대상은 클럽모우CC(골프장)이 될 전망이다. 애초 매각가는 1000억원대 초중반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왔으나 최근 골프장이 호황을 이어가면서 입찰가로 1850억원이 제시됐다. 

    두산중공업은 29일 하나금융-모아미래도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밖에도 두산그룹 사옥인 두산타워, 두산인프라코어, 두산솔루스 등이 줄줄이 매물로 나와있다.

    채권단 측은 "채권단이 자회사 매각의 기한을 정하는 등 지나치게 강조할 수는 없다"면서도 "시간에 쫓기면 오히려 기대값 이하로 매각이 진행될 수 있어서 시간을 여유있게 줬다"고 했다. 

    채권단의 이러한 움직임과는 별도로 두산은 신속하게 자산을 매각해 '채권단 관리'에서 조기졸업 한다는 방침으로 전해졌다.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 매각도 적극적이다.

    아시아나항공이 코로나19 이전부터 매각 작업이 진행되다 항공산업 위기로 급격하게 상황이 악화된 점을 고려한 처사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인수를 주저하는 모습을 잇따라 보이자 최근에는 가격조정 여지도 열어뒀다. 이동걸 회장과 정몽규 현산 회장 간의 회동 이후, 재협상 조건을 주고 받을 전망이다. 

    금호그룹 구조조정에서 촉발된 아시아나 매각에 산은이 적극적인 만큼 장부가 인하나 정부의 금융지원이 뒷받침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 쌍용차, 기안기금 선 긋기… STX 지원 어려워

    쌍용차와 STX조선해양은 살얼음판이다. 

    쌍용차는 정부가 40조원을 쏟아 마련한 기간산업안정자금 지원도 빗껴갔다. 코로나19 이전부터 유동성에 문제가 있었던 데다가, 노사 양측 모두 고통분담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게 이유다.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은 지난 17일 온라인 간담회서 쌍용차와 관련해 "마치 산은이 돈만 넣으면 기업을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라며 "쌍용의 지속 가능성, 생존 가능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또 "현재 노사는 모든 것을 내려놔야 한다"면서 "생즉사, 사즉생이 있다. 제가 볼때 쌍용차는 살려고 하고 내려놓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쌍용차 노조는 최근 대주주 마힌드라에 보유지분 감자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새 투자자에 신규 자금 투입 비중을 낮추고 산은의 '대주주 희생' 원칙에 발을 맞추자는 의미다. 다만 마힌드라가 이러한 제안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감자 이후, 지분율까지 낮아진다면 향후 자금 회수가 더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2013년 이후 7년째 구조조정 중인 STX조선은 내달 13일까지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는다. 코로나19 이후, 올해 수주량은 0척이다. 7척의 수주잔량 역시 내년 1분기를 끝으로 남아있지 않다. 

    조선업특별고용지원을 받더라도 무급 순환 휴직보다 비용이 커 인원감축을 하지 않는한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다. 노조는 산업은행에 자금지원을 추가로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STX조선은 2018년 산업은행과 자구계획을 전제로 한 조건부 경영정상화 약정을 체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