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률적 세율, 거래세 존치, 펀드투자 기본공제 제외 등 논란 확산'이중과세' 증권거래세 폐지 뜨거운 감자…정부정책 국회서 뒤바뀌나
  • 정부가 10여년을 준비한 금융세제 선전화 방안의 결과물인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이 발표 2주만에 오락가락하고 있다.

    지나친 세율로 과중한 징세라는 지적과 증권거래세 존치에 따른 이중과세 논란, 펀드 투자와의 역차별 등 논란이 불거지자 정부가 정책 재개편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기획재정부는 7일 한국조세재정연구원과 명동 은행회관에서 '금융세제 선진화 추진방향 공청회'를 열고 금융투자소득 세제 개편 방안을 논의한다.

    정부가 지난달 25일 발표한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은 오는 2023년부터 적용되며 소액주주들의 주식 투자수익에도 세금을 매기는 것이 핵심이다.

    먼저 주식투자로 1년에 4000만원을 벌었을때 35만원만 내던 세금이 421만원으로 치솟는 것을 두고 과도한 증세라는 시각이 많다. 투자자들은 정부가 제시한 기본공제 기준선인 2000만원이 지나치게 낮아 수십억 수익을 내는 고액 자본가들과 세율(최대 25%)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들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세율을 수익금 3억원 이하에 20%, 3억원 초과시 25%를 적용하는 것은 지나치게 일률적이어서 거액을 움직이는 '큰손'들을 겨냥한 것이 아닌 '개미' 투자자들만 피해를 볼 것이라는 우려다. 실제로 이미 자국에 금융소득세를 내는 외국인 투자자나 법인세를 내는 기관 투자자는 개편안에 영향을 받지 않아 소액 주주들만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기본공제액 기준선을 높이고 소액 투자자들에게는 더 낮은 세율을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증권거래세를 현행 0.25%에서 2년에 걸쳐 0.15%로 0.1%p 낮춰 존치하는 것을 두고 이중과세 논란도 뜨겁다. 주식 양도소득세를 신설한다면 증권거래세는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 증권거래세 폐지는 정치권 관심도 높다. 여야 경제통 의원들 모두 '거래세 전면 폐지'라는 일치된 법안을 앞다퉈 발의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주식 등 양도에 대해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고 양도소득세로 전환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증권거래세 폐지법안'을 발의했다. 유 의원은 "증권거래세를 존치한 가운데 주식 양도소득세의 과세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기존 증권거래세 제도가 갖고 있던 손실과세와 이중과세의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는 형태가 된다"고 강조했다.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상장지수 펀드(ETF)의 경우 기본공제가 없는 것도 역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주식 직접 투자로 연 2000만원 수익을 얻으면 세금은 0원이지만, 펀드로 수익을 내면 400만원을 내야 한다.

    정무위 여당 간사인 김병욱 의원은 "정부 개편안은 개인 투자자의 직접 투자보다 전문가가 운용하는 펀드 등 간접투자를 유도하는 정책방향과도 모순된다"며 펀드 투자수익에 대한 기본공제 적용을 주장했다. 그는 "증권거래세는 이중과세 문제가 있고 '소득있는 곳에 세금있다'는 조세원칙에 위배되는 세금"이라며 "양도세 전면 확대 시행 이전에 반드시 폐지돼야 한다"고 보완입법 추진을 예고했다.

    금융투자소득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매월 원천징수하는 것도 수정 가능성이 큰 대목이다. 주식 매매에 따른 수익에 대한 세금은 매달 내야 하지만, 손실에 따른 세액공제분은 다음해 5월에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손실이월공제 기간을 3년에서 5년이나 10년으로 늘려야 한다"며 "공제기간을 늘려야 투자자들에게 주식시장의 매력을 어필할 수 있다"고 했다.

    이같은 반발이 강해지자 기재부는 이날 공청회에서 수렴된 여론을 반영한 수정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펀드투자에 대한 공제 역차별이나 월별 징수 문제는 보완 여지가 있다"며 "합리적인 지적은 충분히 수용해 최종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증권거래세 폐지나 세율 누진구간 세분화 등에 대해서는 정부도 강경한 입장을 내세우고 있어 수정을 요구하는 여론과 맞부딪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특히 증권거래세 폐지는 국회 정무위를 중심으로 여당 의원들이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어 입법과정에서 충돌도 예상된다. 정부의 정책방향이 국회 논의과정에서 바뀌는 소위 '여의도 포비아'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다.

    정무위 관계자는 "정부는 금융투자소득에 대한 과세가 증세가 아니라고 하지만, 증권거래세를 존치하는 것은 엄연히 이중과세 논란을 자초하는 것"이라며 "신중히 접근해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