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차 전원회의…1차 수정안 노동계 9.8%·경영계 -1.0%노동계, 초반부터 삭감안 두고 신경전…퇴장으로 파행경영계, 2년 연속 최초·1차 수정안 모두 삭감안 고수
  • ▲ 최저임금위.ⓒ연합뉴스
    ▲ 최저임금위.ⓒ연합뉴스

    노동계와 경영계가 내년도 최저임금에 대한 1차 수정안으로 각각 9430원과 8500원을 제시했다. 노동계는 올해보다 9.8% 인상안, 경영계는 1.0% 삭감안을 냈다.

    경영계의 삭감안에 반발해 근로자위원이 퇴장하면서 회의는 파행을 겪었다. 그동안 최저임금 심의·표결 과정에서 노동계나 경영계가 불만을 표시하며 퇴장했던 적은 많다. 하루 이틀 냉각기를 갖고 돌아오거나 복귀하지 않은 상태에서 상대측과 공익위원이 낸 안을 두고 표결에 부쳐 최저임금을 결정한 사례가 적잖다. 이번에는 최저임금위원장이 제시한 심의 시한을 나흘 앞두고 노동계가 퇴장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게 됐다.

    최저임금위원회는 9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제6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에 적용할 최저임금 심의를 이어갔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은 지난 7일 5차 회의에서 이날 노사 양측이 1차 수정안을 내달라고 요청했다. 애초 최저임금위는 5차 회의에서 1차 수정안을 제출받아 노사 간 견해차를 좁혀나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사용자위원이 내부 교통정리를 이유로 수정안을 내지 않으면서 노동계도 수정안 제출을 미뤘다. 최저임금 심의는 노사를 대변하는 근로자·사용자위원이 요구안을 몇 차례 내면서 차이를 좁히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지난 1일 4차 회의에서 노동계는 내년도 최저임금의 최초 요구안으로 올해보다 16.4% 오른 1만원, 경영계는 2.1% 삭감한 8410원을 각각 제시했다.

    이날 노동계는 1차 수정안으로 올해보다 9.8% 오른 9430원을 협상테이블에 올렸다. 노동계가 월 환산액 기준 200만원을 보장하려고 1차 수정안으로 지난해와 같은 9570원(11.4%)을 제시할 것으로 예측됐으나 인상률을 더 낮춰 제시했다.

    경영계는 예상대로 1차 수정안도 삭감안을 냈다. 올해보다 1.0% 내린 8500원을 제출했다. 최초 요구안보다 1.1%포인트(P) 인상한 안이지만, 2년 연속으로 최초 요구안과 1차 수정안 모두 삭감안을 내놨다.

  • ▲ 노동계, 최저임금 삭감안 규탄.ⓒ연합뉴스
    ▲ 노동계, 최저임금 삭감안 규탄.ⓒ연합뉴스

    회의는 근로자위원 중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추천 근로자위원이 경영계의 삭감안에 불만을 나타내며 퇴장하면서 파행했다. 민주노총은 회의 개회 직후 "사용자위원이 또 삭감안을 낼 게 뻔한 상황에서 자리에 앉아 회의를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민주노총 위원들 모두 퇴장했다"고 밝혔다. 근로자위원 9명 중 민주노총 추천 위원은 4명이다. 이들은 최저임금위가 전원회의 일정을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는 이유로, 지난달 11일 열린 1차 회의에 불참했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추천 근로자위원 5명도 뒤따라 퇴장했다.

    노동계는 회의 직후부터 경영계의 삭감안을 두고 신경을 곤두세웠다. 근로자위원인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모두발언에서 "삭감안은 최저임금 제도와 법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최저임금위원회가 저임금 노동자 삶의 보호가 아닌 사용자와 고용주를 위한 것으로 전락하면 심각하게 고민하겠다"고 경고했다. 윤택근 민주노총 부위원장도 "저임금 노동자의 생명줄이자 버팀목인 최저임금을 삭감하거나 동결하는 것은 저임금 노동자를 외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경영계는 이날도 1차 수정안으로 삭감안을 낼 것으로 관측됐다. 경영계는 지난해도 최초 요구안(-4.2%)에 이어 1차 수정안으로 삭감안(-2.0%)을 냈다.

    경영계는 이날 노동계의 삭감안 철회 요구에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경영계는 코로나19(우한 폐렴)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고 노동계가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최저임금이 안정돼야 한다는 견해다. 오세희 한국메이크업미용사회 회장은 "(현 시국은) 최저임금 인상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사치"라고 했다. 김문식 한국주유소운영업협동조합 이사장은 "노동계는 어려운 상황이 저임금근로자의 해고로 이어지지 않을까 가장 우려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 요구는 모순"이라며 "과거 세계 금융위기 시절에도 동결은 없었다는 (노동계) 주장은 당시의 저임금 상황 등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노동계 퇴장이 최저임금 심의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아직 미지수다. 공익위원의 중재로 노동계가 복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노총이 빠진 상태에서는 한국노총이 단독으로 수정안을 내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가 끝까지 회의에 복귀하지 않는다면 사용자위원과 공익위원이 최종안을 내고 표결에 부치는 방식으로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될 공산이 크다.

    박 위원장은 내년도 최저임금을 오는 13일까지 결론 낸다는 태도다. 박 위원장은 지난해 7월11일까지 최저임금 심의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히고, 12일 새벽 전원회의 차수를 변경한 제13차 회의에서 표결로 결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