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기적 같은 선방"…경제주체 심리지수 여전히 바닥재난지원금에 소비·지출심리 반짝, 향후 전망 제자리기초체력 고갈, 제조업 전망 '암울'…"하반기 반등 글쎄"
  • ▲ 경기불안에 금값이 치솟고 있다. 사진은 지난 29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를 찾은 시민들ⓒ권창회 사진기자
    ▲ 경기불안에 금값이 치솟고 있다. 사진은 지난 29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를 찾은 시민들ⓒ권창회 사진기자
    정부가 연일 펼치는 하반기 경기 반등론과는 다르게 실질적인 경기전망 지표는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반등에 대한 기대감은 있지만 그동안 추락했던 낙폭에는 한참 못미치는 지표들이다. 1998년 IMF외환위기, 2009년 글로벌금융위기 등 치명적 위기를 겪고난 뒤 급반등했던 과거 사례와는 달리 이번 코로나19 경제위기 이후에는 과거 수준을 복구하는 것도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 7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4.2로 6월보다 2.4p 올랐다. 지난 4월 70.8로 최저점을 찍은 이후 5월 77.6, 6월 81.8 등 꾸준히 오르고 있지만 올해 1월 104.2와 비교할 때 20p나 차이가 난다.

    CCSI는 경제주체인 소비자들의 현재생활형편·생활형편전망·가계수입전망·소비지출전망·현재경기판단·향후경기전망 등 6개 지수를 이용해 산출한 지표로 100보다 크면 장기평균보다 낙관적임을, 100보다 작으면 비관적임을 의미한다.

    7월 오른 2.4p는 가계수입전망이 0.9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소비지출전망 0.7, 현재생활형편 0.3 현재경기판단이 0.5 순이었다. 가계수입과 지출전망이 올랐다는 점은 지난 6월 집행된 긴급재난지원금과 3차 추가경정예산안의 효과로 보인다.

    하지만 정작 향후경기전망과 생활형편전망 등 장래 전망에 대한 심리지수는 제자리에 머물렀다.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소비와 지출은 다소 늘었지만, 경기전망은 여전히 부정적이라는 얘기다.
  • ▲ 소비자심리지수(CCSI) 추세ⓒ한국은행
    ▲ 소비자심리지수(CCSI) 추세ⓒ한국은행
    더 큰 문제는 과거 경제위기와는 달리 경기회복속도가 매우 더디다는 점이다. 글로벌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지표를 보면 당시 1월에 66으로 최저점을 찍은 뒤 3개월만에 90선을 회복했다. 또 6개월이 지나지 않아 낙관론을 볼 수 있는 100선을 넘어섰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7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언급한 "기적적인 선방"은 지난해 2%로 곤두박질 친 경제성장률 등 고착화된 저성장 흐름에 한국경제의 기초체력이 고갈됐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국회 기재위 한 수석전문위원은 "지난해 경제성장 2.0% 중 정부가 주도한게 1.5%일 정도로 한국경제를 이끌어가는 건 기업이 아닌 정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며 "정부주도형 경제는 코로나19와 같은 경제위기에 타격은 덜 받겠지만 회복은 더 느려 결국에는 이로운 상황이 아니다"고 했다.

    경기 흐름에 더 예민한 기업들의 하반기 전망은 더 어두웠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29일 발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 8월 전망치는 81.6을 기록했다. 전달대비 7.9p 상승한 수치지만 여전히 기준선 아래를 한참 밑돌았다. 7월 실적치 역시 84.2로 63개월 연속 기준선 아래 머물며 부진을 이어갔다.

    8월 전망치 세부부문을 보면 부문별로는 내수(82.7), 수출(83.0), 투자(83.3), 자금(88.3), 재고(105.6), 고용(88.0), 채산성(85.1) 등 전 부문에서 기준선 미만을 기록했다. 재고는 100 이상일 때 부정적 답변(재고과잉)을 의미한다.

    기업들은 코로나19 장기화 영향 외에도 여름철 휴가로 인한 조업일수 및 가동률 감소 등 계절적 요인과 전기료 및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채산성 악화를 부정적 경기 전망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특히 장기 경기부양에 역할이 큰 제조업의 경우 74.9로 전월대비 0.1p 상승에 그쳤다. 서비스업이 속한 비제조업이 90.5를 기록하며 전월대비 18.1p 급증했다. 긴급재난지원금 집행에 따른 효과로 보인다.
  • ▲ 소비자심리지수(CCSI) 추세ⓒ한국은행
    한경연은 8월 전망치의 상승은 제조업 전망치의 상승 없이 순전히 비제조업 전망치의 상승에 기인한 것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경기를 낙관적으로 전망하기 어렵다고 해석했다.

    BSI 회복폭도 CCSI와 마찬가지로 과거 경제위기에 비해 느렸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IMF 외환위기 당시에는 최저점 기록 후 3개월 간 제조업 전망치가 각각 월평균 11.9p, 7.3p 상승한 반면, 이번 위기 때는 같은 기간 월평균 5.4p 상승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기대하는 V자형 경기회복이 아닌 '나이키형(스우시 마크)' 회복 시나리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한경연은 설명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2분기 경제성장률이 –3.3%로 예상치를 밑돌았고 제조업을 중심으로 체감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하반기 경기 개선이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단기적인 땜질 처방이 아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대내외 불확실성 해소와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