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량생산자동차 충돌·충격시험 상당부분 완화 행정예고강도계산서·시험성적서 등 제출→국토부장관이 정한 확인방법견고한 구조·깨지지 않은 신제품 등 원론적·모호한 표현"국내 기술자 손재주 좋아" vs "사고 나면 안전은 운에 맡겨라?"
  • 수제 스포츠카.ⓒ뉴시스
    ▲ 수제 스포츠카.ⓒ뉴시스
    국토교통부가 튜닝산업과 특색 있는 자동차 개발환경을 조성한다며 수제스포츠카와 같은 소량생산자동차의 충돌·충격시험을 상당부분 완화하기로 해 안전을 최우선하는 문재인정부의 정책기조에 역행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발표한 자동차 튜닝 활성화대책의 후속조처로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을 6일부터 40일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 담긴 내용은 △소량생산자동차 기준 완화 △튜닝승인 일부 면제 등 절차 간소화 △이륜차 튜닝개선 방안 등이다.

    국토부는 이번 규제개선안이 시행되면 수제 스포츠카 등 다양하고 특색 있는 자동차에 대한 개발 환경이 조성돼 기술과 아이디어가 좋은 중소업체 중심으로 새로운 자동차산업이 육성될 거로 기대한다. 냉동탑차나 컨테이너차, 사다리차, 구급차, 캠핑카 등 정형화된 특장자동차 생산에 치중하는 국내 소규모 자동차제작이 다변화하는 계기가 될 거라는 것이다. 아울러 첨단·친환경 자동차 개발에 유연한 환경이 마련되면 업계 경쟁력 확보에도 도움이 될 거라는 설명이다.

    문제는 수제 스포츠카 같은 소량생산자동차의 규제를 완화하면서 안전과 직결되는 충돌·충격시험 항목을 느슨하게 풀 예정이라는 점이다. 국토부는 기존에 강도계산서, 전산모의 시험결과, 시험성적서 등의 서류를 통해 자기인증 하도록 했던 수제 스포츠카 등의 충돌·충격시험 안전기준을 국토부 장관이 정한 방법으로 확인하게 고쳤다.
  • 소량생산자동차 자기인증방법 개정 신·구조문대비표ⓒ국토부
    ▲ 소량생산자동차 자기인증방법 개정 신·구조문대비표ⓒ국토부
    국토부가 행정예고한 자동차·자동차부품의 인증·조사에 관한 규정안을 보면 차량총중량, 최소회전반경 등 대부분 항목에서 안전기준을 따르도록 했다. 하지만 일반기준을 보면 중고부품 사용 금지, 금이 가거나 탈락 등의 손상이 없는 부품 사용 등 원론적인 수준에서 안전기준을 정하고 있다. 또한 모든 장치는 '견고한 구조'로 설치돼야 한다는 모호한 표현을 쓰는 등 구체적이고 명확한 규정이 없다. 천정구조의 경우 주행 중 전복 사고가 났을 때 승객을 보호할 수 있는 구조여야 한다고 돼 있으나 스포츠카에 많이 적용하는 컨버터블(지붕을 따로 떼거나 접을 수 있는 차)이나 오픈카는 제외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수제 스포츠카 등의 생산을 지원하려고 2016년 소량생산자동차 별도인증제를 도입했으나 그동안 인증실적이 1건도 없다"면서 "업계에선 완화한 인증방법도 충족하기 어렵다고 해 유럽 등의 사례를 참조해 개선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고급 수제 스포츠카의 경우 1대당 가격이 수억~수십억원에 달하는 데 충돌실험을 위해 차를 부수어야 하는 상황이 업계로선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고속주행을 하는 스포츠카의 경우 사고가 나면 중대한 인명사고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점에서 정부가 새로운 시장 형성을 이유로 가장 기본이 되는 안전을 도외시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에 대해 "기존 안전기준과 비교한다면 (그 수준이) 낮은 건 맞다"고 말했다.

    국토부와 교통안전공단은 수제 자동차를 만들 정도의 기술력이면 일각에서 우려하는 안전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는 차량은 생산되지 않을 거라는 태도다. 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충돌·충격시험을 완화하지만) 안전기준을 전혀 적용하지 않는다는 건 아니다"며 "시험을 하지 않을 뿐 충격흡수 재질 사용 등의 기준은 살려놨다. 국내 엔지니어는 손재주도 좋고 기술도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기술력과 자본력, 노하우 등이 쌓인 메이저 자동차메이커도 각종 부품이나 설계 결함으로 일주일이 멀다고 리콜이 이뤄지는 게 현실이다. 안전과 직결되는 규제를 사실상 제작업체 손에 맡기는 것은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는 현 정부의 정책기조와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