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 항소절차 착수 … 전력 7GW 간접배출 산정 쟁점1심 법원 재량 인정 판결에 반발 … 투자계획·비용 변동성 ↑삼성전자 360조 투자계획 … 전력조달·탄소감축 계획 변수로
  • ▲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용인시
    ▲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용인시
    서울행정법원이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업단지’ 산업단지계획 승인처분을 둘러싼 취소·무효 소송을 기각했지만 논쟁은 항소심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법원은 “기후변화영향평가가 다소 미흡하더라도 ‘평가를 하지 않은 것’과 같은 수준은 아니다”라고 판단해 승인처분을 유지했다. 반면 원고인 환경단체 측은 “전력 조달과 온실가스 감축의 핵심 질문은 답이 나오지 않았다”며 항소 절차에 착수했다.

    이번 1심 판결은 두 가지 신호를 동시에 남겼다. 첫째, 기후변화영향평가의 미흡만으로 ‘승인 취소’까지 끌고 가는 문턱이 여전히 높다는 점이다. 둘째, 기후변화영향평가와 관련한 ‘원고적격’(소송을 제기할 자격)을 대상지역 밖까지 넓게 인정하면서 향후 대형 개발사업을 둘러싼 기후 소송의 문이 오히려 넓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법원 “원고적격 폭넓게 인정 … 위법 판단은 신중”

    3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판사 이상덕)는 환경단체 기후솔루션 활동가 등이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낸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계획 승인처분 무효확인·취소 소송’(2025구합53298)에서 원고 청구를 지난달 모두 기각했다. 다만 법원은 탄소중립기본법의 취지를 근거로, 환경영향평가 대상지역 밖에 거주하는 원고들까지 포함해 모든 원고에게 원고적격을 인정했다.

    사업 추진 과정도 법원 판단의 배경으로 정리됐다. 피고 보조참가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2024년 4월 17일 국토교통부에 산업단지계획 승인을 신청했고, 2024년 7월 10일 환경·기후변화영향평가서(본안)를 제출했다. 환경부는 2024년 7월 26일 조건부 협의 내용을 통보했으며, 국토교통부는 2024년 12월 31일 산업단지계획 승인처분을 하고 이를 고시했다.

    법원은 기후변화영향평가에 일부 미흡이 있더라도 그 정도가 “평가를 하지 않은 것과 다를 바 없는 정도”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온실가스 감축 이행대책 수립·점검에는 정부에 상당한 재량이 부여된다는 취지로 판시했다. 재량 판단은 내용이 현저히 불합리하거나 비례·형평 원칙에 뚜렷이 배치되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폭넓게 존중해야 한다는 논리다.

    ◇원고 측 “미흡하지만 취소 사유 아니라는 판단 … 전력·탄소의 근본 질문 남아”

    원고 측 법률대리인은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행정소송은 처분이 취소될 정도의 절차적·실체적 위법이 있는지가 핵심인데, 법원이 ‘미흡하지만 취소에 달할 정도는 아니다’로 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계획대로라면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 수급이 쉽지 않은데, 이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근본 질문은 답이 되지 않았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원고 측은 항소 절차에 들어갈 방침이지만, 대응 수위를 두고는 내부 논의가 남아 있다고 밝혔다. 법률대리인은 “행정소송에서는 행정청 재량을 폭넓게 인정하는 경향이 있어 ‘재량의 벽’을 어떻게 넘을지가 고민”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다만 원고 측은 1심의 원고적격 판단을 의미 있는 진전으로 평가했다. 기존 환경영향평가 소송에서는 평가 대상지역 밖 거주 원고가 소송을 내기 위해 추가적인 환경침해를 더 엄격하게 입증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기후변화는 온실가스 배출이 특정 지역에만 머무르지 않고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대상지역 밖 원고도 처분의 위법을 다툴 수 있다고 본 취지의 판단이 나온 것이다. 

    ◇쟁점은 7GW 간접배출과 비공개 자료 … ‘정량성’과 ‘공개 기준’이 핵심 

    원고 측이 반복적으로 문제 삼아온 핵심은 필요 전력 10GW 가운데 7GW에 해당하는 간접배출(전력 사용에 따른 배출) 산정과 감축계획이다. 쟁점은 “간접배출을 포함했느냐”에서 더 나아가, 포함했다면 어떤 범위·근거·가정으로 산정했는지, 감축 계획이 연도별·부문별로 정량화돼 있는지다. 

    비공개 협의자료 처리도 다시 불붙을 가능성이 크다. 원고 측은 간접배출과 감축계획이 비공개로 협의·제출됐고, 소송 과정에서도 일부 자료가 블라인드 처리된 점을 들어 정보접근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 피고 및 참가인 측은 기업 영업정보 보호 필요성과 후속 협의 가능성 등을 이유로 비공개 처리의 불가피성을 강조해 왔다.

    원고 측은 감축계획의 실효성도 문제 삼는다. 여러 기술을 도입하겠다는 선언에 그칠 것이 아니라, 무엇을 언제까지 얼마나 줄이겠다는 정량 목표와 이행 경로가 제시돼야 한다는 취지다. 재생에너지 직접구매계약(PPA) 확대를 언급하더라도, 현황과 제약 요인, 확대 방식이 함께 설명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산업계 “판결보다 전력·탄소 프레임이 리스크 … 일정·비용 변동성 커져”

    산업계가 보는 불확실성은 승인 취소 여부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법원이 승인처분을 유지하더라도, 전력망 구축과 재생에너지 조달, 수소 혼소 등 감축 수단의 현실성 논란이 커질수록 공정표와 비용의 변동성은 확대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은 삼성전자가 360조원을 투자하는 국가 명운을 좌우할 핵심 요충지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간접배출 7GW의 평가·산정이 어디까지 의무로 정리되는지, 감축계획이 기술 나열을 넘어 연도별 KPI와 이행 경로로 요구되는 흐름이 강화되는지가 관건”이라며 “비공개 협의자료의 공개 기준이 정리되면 대형 국가산단 인허가 전반에서 정보공개와 영업비밀의 경계선이 다시 설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글로벌 반도체 수요가 커지는 상황에서 산단 조성 속도도 중요하지만, 전력 조달·탄소중립 프레임이 커질수록 일정과 비용 변동성이 커져 경영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