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학조사지원시스템 등 디지털 강국 면모… "고용률·성장률 하락폭 작아"세계공급망 위축에 수출은 '빨간불'… 부동산시장 유동성 과다유입 경고재정건전성 양호해 추가부양 여력… 소득지원은 저소득층에 집중해야낮은 노동생산성·고용률과 고령화·규제 등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 ▲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연합뉴스
    ▲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연합뉴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결과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 대응에 후한 점수를 줬다. 한국의 방역과 위기대응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마이너스(-)0.8%로 상향 조정했다. 전망 상향은 회원국 가운데 처음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이전부터 제기됐던 낮은 노동생산성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중소기업 인건비 상승,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분배정책, 고령화에 따른 잠재성장률 저하와 재정부담 심화 가능성 등은 여전히 과제로 제시됐다.

    OECD는 11일 '2020 한국 경제보고서'를 발표했다. OECD는 2년마다 회원국의 경제동향과 정책 등을 분석·평가하고 권고사항을 담은 검토보고서를 내놓는다. 보고서는 △거시경제 동향·정책 △고령화 대비 일자리 정책 △생산성 향상 등을 위한 기술 확산 등으로 구성된다.
  • ▲ 반도체.ⓒ연합뉴스
    ▲ 반도체.ⓒ연합뉴스

    ◇확장적 재정 운용 코로나19 신속 대응

    OECD는 이번 보고서에서 한국의 올 경제성장률을 -0.8%로 올렸다. 지난 6월 -1.2%보다 0.4%포인트(P) 상향 조정했다. 올 2분기 국내총생산(GDP) 실적 등을 반영한 결과다. 코로나19에도 비대면 활동이 확산하면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깜짝실적)를 기록하는 등 수출 효자품목인 반도체가 상향 조정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정부의 내수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민간소비 등 내수지표가 상향된 것도 영향을 끼쳤다.

    OECD는 코로나19 위기국면에서 한국 정부의 대응이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이뤄졌다고 봤다. 한국을 바이러스 확산을 가장 성공적으로 차단한 국가 중 하나로 평가했다. 첨단 정보통신기술(ICT) 최강국 중 하나인 한국이 이동통신사의 위치정보와 카드 사용 내용 등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역학조사 지원시스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한 자가격리, 재택근무·화상회의, 온라인수업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봉쇄조치 없이 방역에 성과를 거뒀다고 진단했다. 이를 통해 경제충격이 제한적으로 나타나며 회원국 중 경제위축이 가장 작았다고 후한 점수를 줬다. 다른 회원국과 비교할 때 고용·성장률 하락 폭도 매우 작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상대적으로 양호한 부채비율 덕분에 확장적 재정운용도 위기 대응에 적절했다는 설명이다. 한국은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 59조2000억원과 200조원 이상의 금융지원 등 GDP의 14.4%에 해당하는 277조원을 경기부양에 투입하기로 했다. OECD는 올해 대규모 재정적자가 발생하겠으나 재정을 통한 지속적인 경기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견해다.

    정부의 금융시장 위험에 대한 적극적인 조치로 금융시스템도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봤다. 다만 가계신용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등으로 증가율이 낮아지고 있으나 여전히 가계소득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부동산 시장은 전국 단위 실질주택가격이 OECD 평균에 비해 안정세를 유지한다고 진단했다. 다만 코로나19 이후 일부 지역에서 집값이 상승했고, 앞으로 시중유동성의 부동산 시장 과다 유입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OECD는 2025년까지 114조원쯤을 투입해 190만개쯤의 일자리를 만든다는 '한국판 뉴딜'에 대해서도 접근 방향은 맞다고 평가했다.

    OECD는 하반기 코로나19 2차 유행이 없다는 전제 하에 민간소비는 기존 -4.1%에서 -3.6%, 실업률은 4.5%에서 4.3%, 소비자물가는 0.5%에서 0.3%로 각각 수정 전망했다. 다만 수출 상황은 낙관론을 경계했다. 기존 -2.6% 전망치를 -5.7%로 낮춰잡았다. 세계경제 침체와 글로벌 공급망 약화 등에 따른 교역량 위축은 대외의존도가 큰 한국경제에 하방요인이라고 지적했다.

  • ▲ 한국경제 성장전망(전년대비, %)ⓒ기재부
    ▲ 한국경제 성장전망(전년대비, %)ⓒ기재부
    ◇포스트 코로나 걱정… 노동생산성 낮고 고령화 가속

    OECD는 현 정부의 포퓰리즘 정책과 고질적인 노동생산성 저하, 반기업 정서 등에 대해선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는 태도다.

    노동생산성의 경우 OECD 평균을 100으로 봤을 때 한국은 82.0으로 △영국(99.3) △프랑스(116.5) △미국(134.2) 등과 격차를 보였다. ICT 제조업에 비해 서비스업 생산성이 낮다고 평가했다. 고용률도 66.8로 OECD 평균(68.8)보다 낮았다.

    OECD는 문 대통령 경제정책(J노믹스)의 한 축으로 소득주도성장(소주성)의 핵심 정책이랄 수 있는 최저임금과 관련해서도 임금 불평등 완화에 이바지했으나, 저숙련 노동자 고용과 중소기업 인건비 상승 등에 악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OECD는 현 정부의 포퓰리즘 정책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정부가 경기 회복 때까지 가계와 기업 지원을 지속하되 추가적인 소득 지원은 저소득층에 집중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전국민 긴급재난지원금 같은 퍼주기식 정책을 지양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OECD는 재정운용에 있어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되, 부채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만큼 추가적인 경기부양 여력이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5G·인공지능(AI) 등 디지털 부문에서 성장률을 높이는 투자를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OECD는 구직 지원과 관련해선 직업교육훈련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견해다. 청년층에게 단순 자료입력 등 단기 아르바이트를 제공하는 디지털 뉴딜사업은 피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OECD는 고령화 문제도 거론했다. 한국은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는 만큼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노동공급 감소는 잠재성장률 하락과 노인인구 부양을 위한 재정부담 증가 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OECD는 한국의 노년부양비가 2060년 80%를 넘어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 될 거라고 전망했다. OECD는 정년 연장을 목표로 임금 유연성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다만 한국의 연공기반 임금제도는 정년연장이 청년고용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임금결정 방식 개선, 노동시장 이중구조 완화 등을 통해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OECD는 끝으로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했다. 엄격한 규제 수준이 첨단기술 확산에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진단했다. 규제샌드박스를 적극 활용해 신산업 분야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