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대표소송제·3% 의결권 제한 등 9월 정기국회 최대 쟁점화경제계 "경영부담 가중, 경기회복 찬물"… 기업방어권 제시해야추경호 "해외 투기자본 기업사냥 우려 보완" 여야 이견 첨예
  • ▲ 국회 본회의장ⓒ뉴데일리 DB
    ▲ 국회 본회의장ⓒ뉴데일리 DB
    대표적인 기업 규제법인 상법 개정안이 9월 정기국회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5일 상법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해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여야는 대주주의 권한을 제한하고 소액주주의 권한을 늘리는 내용의 개정안을 상임위를 거쳐 본회의에서 최종 통과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외국계 자금 국내기업 사냥 늘어날 것…경영권 위협하는 상법 개정안

    정부의 상법 개정안은 ▲다중대표소송제도 신설 ▲감사위원 분리선임 ▲3% 의결권 제한규정 개편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경제계는 정부안이 그대로 국회를 통과할 경우 코로나19 경제위기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의 경영 부담이 한층 가중될 것이며 우리 경제의 회복에도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다중대표소송제도는 모(母)회사의 주주가 1%의 지분만 가지고도 자회사 이사에 대해 책임을 추궁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다. 상장의 경우 0.01%만 보유해도 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 자회사에 출자도 하지 않은 모회사의 주주에 의해 자회사가 소송에 휘말리는 등 소송 리스크가 커질뿐 아니라 자회사 주주 권리도 상대적으로 침해될 소지가 다분하다. 실제로 다중대표소송제 신설시 상장사의 소송 리스크는 3.9배 상승할 것으로 경제계는 내다보고 있다.

    감사위원을 분리 선임해야 하는 내용도 논란이다. 이사를 먼저 선임하고 선임된 이사중에서 감사위원을 선임하던 현행제도에서 감사위원 1인이상을 이사 선출단계에서부터 분리 선임해야 한다. 감사위원도 다른 이사들과 권리⸱의무가 동일한 직책이지만 정당성이 부족한 분리선임 규제로 인해 주주의 재산권이 침해되고 대주주에 대한 의결권 제한으로 자본다수결 원칙도 훼손될 전망이다.

    가장 논란이 큰 3% 의결권 제한규정 개편내용은 감사위원 선임시 최대주주가 특수관계인과 합해 3%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최대주주 의결권 제한을 무기로 헤지펀드들이 감사위원을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선임하는 등 경영권이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2003년 SK와 영국계 펀드 소버린, 2005년 KT&G와 미국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 사이에 경영권 다툼이 있었다. 또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이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반대, 2016년 삼성전자 분할 요구, 2018년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 반대 등 연이은 국내 기업에 대한 경영권 위협이 지속되면서 기업들의 우려가 높아진 상황이다.

    기업들은 이같은 기업사냥에 대응해 사외이사를 포함한 감사위원의 수를 전체적으로 축소하거나 감사위원회제도를 상근감사제도로 전환하는 등 감사제도를 경직적으로 운용하는 추세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개정안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극복에 집중해야 할 시기에 기업의 역량을 불필요한 규제에 순응하는데 소진하도록 하고 있다"며 "정기국회에서 경제계 의견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주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 ▲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뉴데일리 DB
    ▲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뉴데일리 DB
    與 "이번엔 반드시 통과" 野 "기업 방어권 마련"

    여당은 상법 개정안 통과에 적극적이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은 경제 정의 실현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과제"라며 "21대 국회에선 상법 개정안을 비롯한 공정경제 입법을 완성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정부안에서 빠진 집중투표제를 국회 논의과정에서 보완해 더 강화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집중투표제는 1주당 선임되는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로 소액 주주도 특정후보에 표를 집중해 외국 투기자본의 경영권 위협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

    야당은 상법 개정안에 전면적인 반대 입장은 아니지만, 기업에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대응수단을 쥐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7일 차등의결권과 신주인수선택권(포이즌필)을 도입하는 상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차등의결권은 일부 주식에 특별히 많은 수의 의결권을 부여해 적대적 M&A에 방어하는 등 일부 주주의 지배권을 강화하는 것으로 집중투표제의 대척점에 서 있는 제도다. 미국·프랑스·일본 등 선진국에선 이미 시행되고 있다.

    신주인수선택원은 해외 투기자본이 적대적 M&A 등 경영권 침해를 시도하면 신주 발행 때 기존 주주에겐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지분을 매입할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다. 하지만 주식이 헐값으로 발행돼 기업가치가 떨어질 위험이 있어 포이즌필(Poison Pill, 독약처방)이라고 불린다.

    두 제도는 '1주 1의결권' 원칙과 배치되고, 대주주 권한 남용과 견제 무력화가 우려된다는 지적에 국내에 도입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외국 자본과 국내 기업 간 경영권 분쟁이 잇따르는 데다 정부의 이번 상법 개정안이 외국 투기자본의 경영권 간섭에 길을 열어줄 우려가 있어 이들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추 의원은 설명했다.

    추 의원은 "전시경제에 준한다던 정부가 기업의 목소리를 듣기는커녕 과도한 규제로 부담만 늘리고 있다"며 "우리 기업들이 외국 투기자본에 의한 경영권 위협이 잦아진만큼 경영권 방어 장치를 마련하는 등 균형 잡힌 제도 마련으로 기업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했다.

    지난달 OECD가 발표한 '한국 경제 보고서'는 "상품시장의 엄격한 규제가 첨단기술 확산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경쟁과 생산성 향상을 저해하고 있다"며 "지속적인 규제완화를 시행하는 정책적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여당 내부에서도 개정안의 강도를 다소 완화하는 법안 제안이 나왔다. 김병욱 민주당 의원이 지난 2일 대표발의한 상장회사법은 자산총액 1000억원 미만의 상장사는 사외이사 선임 의무를 면제하고, 현행 의무사항인 감사위원회 구성 의무도 상근감사제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3% 의결권 제한에 대해서도 최대주주의 지분에 특수관계인 지분을 제외한 개인 지분만 산출할 수 있도록 한다.

    국회 정무위 관계자는 "상법 개정안을 비롯한 각종 경제민주화 법안이 쏟아져 나오는 형국"이라며 "큰틀에서 공감대를 이루는 내용도 있지만, 각 위원들 간에도 이견이 첨예한 쟁점들도 많아 격론이 벌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