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주 최저임금 16→20달러 인상 … 외식업계 대량해고 발표최저임금 21일 첫 심의 … 노동계 "물가상승 못 따라가" 대폭인상 주장자영업자들 "인건비 지금도 부담" … "시급 오르면 메뉴가격 올릴 수 밖에"
  • ▲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세워져 있는 최저임금 안내문ⓒ연합뉴스
    ▲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세워져 있는 최저임금 안내문ⓒ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최근 최저임금 인상으로 패스트푸드업계 종사자들이 대량 실직하거나 근무 시간이 단축되는 등의 사태가 벌어져 내년도 최저임금 1만원 돌파를 눈앞에 둔 우리 경제에 시사하는 바가 적잖다.

    지난해 9월 개빈 뉴섬 미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패스트푸드점 근로자의 최저임금을 기존 16달러(2만1600원)에서 올해 4월부터 20달러(2만7000원)로 인상하는 신속법안에 서명했다. 당시 캘리포니아 패스트푸드업계 노동자는 약 50만7000명이었다.

    법안 통과 후 피자 판매 업체인 피자헛은 지난해 12월 캘리포니아주 직영점 배달원 약 1200명 이상에 대한 감원 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실제로 전부 해고하진 않았지만, 지난 2월까지 이들에 대한 일부 해고와 근무시간 단축 등을 시행했다. 일부 매장은 배달을 중단했다.

    피자헛 레스토랑 가맹점 운영 법인인 서던캘리포니아피자에서도 약 840명의 배달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다른 업무파트로 인력을 전환 배치했다. 다른 피자 판매 업체인 엑스칼리버에서도 지난 2월 73명에 대해 해고를 통지했다.
  • ▲ 오토바이 배달.ⓒ연합뉴스
    ▲ 오토바이 배달.ⓒ연합뉴스
    9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첫 심의가 오는 21일로 예고됐다. 현재 최임위 위원들은 이달 13일 임기를 마치고 14일부터 제 13대 위원들이 새롭게 3년의 임기를 시작한다.

    우리나라는 문재인 정부에서 급격하게 최저임금이 오른 여파로 내년 최저임금이 시급 기준으로 1만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커졌다. 현재도 주휴수당 등을 적용하면 실질적인 최저임금은 1만원을 넘지만, 노동계가 느끼는 '시간당 최저임금 1만원'의 상징성은 적지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임위는 근로자(노동계)·사용자(경영계)·공익위원 각 9명으로 구성된다. 노동계에서는 2016년부터 '최저임금 1만원'을 요구해왔다. 현재 최저임금은 9860원이다. 1.4%(140원)만 올라도 1만원을 넘기게 된다. 이번 최임위에서 노동계는 최저임금 인상률을 1.4% 이상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조직인 공공운수노조는 지난 8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최저임금 투쟁 계획을 발표하며 최저임금 확대적용과 대폭인상을 촉구한 바 있다.

    박정훈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2023년 최저임금위원회가 결정한 우리 국민의 임금 때문에 2024년 오늘, 국민들은 물가 폭탄과 경제 파탄 속에서 고통받고 있다"며 "올해 적용된 최저임금은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노동계가 최저임금 차등지급을 반대하는 상황에서 영세 자영업자들이 느낄 임금 부담이 크다는 점이다. 일각에선 미 캘리포니아의 피자헛 사태처럼 파트타임(아르바이트) 근로자의 실직이나 근로시간 단축이 우려된다고 지적한다.

    서울 마포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는 "(최저임금이) 계속 올라서 가게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는게 힘들다. 이미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실질 최저임금은 1만3000원 정도가 되는 상황"이라며 "혼자서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님들은 지출 중 인건비 절감이 제일 쉽다"고 말했다.

    편의점을 운영중인 B씨는 "수입이 인건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데 시급이 더 오르면 주휴수당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아르바이트생들의 근무 시간을 줄일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최저임금 인상은 소비자에게 물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A씨는 "정부가 물가를 잡겠다 해놓고 (최저임금을) 계속 올리면 우리는 메뉴 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다"며 "1만4000원대였던 파스타가 지금은 1만8000원이다. 내년 최저임금에 따라 메뉴 가격을 다시 조정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경우 TV뉴스 채널인 폭스비즈니스 보도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의 최저임금 인상으로 캘리포니아 햄버거 한 개 가격이 20~26달러(약3만5000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맥시칸 패스트푸드 체인점을 운영하는 치폴레 멕시칸 그릴은 지난 4월 인건비 인상에 대응하기 위해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500개 매장의 메뉴 가격을 6~7% 인상했다. 햄버거 판매 체인점 브랜드인 잭인더박스도 약 7% 인상했다. 스타벅스, 세이크쉑, 타코벨 등 여러 체인점 브랜드들도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매장의 메뉴 가격을 올렸으며, 맥도날드는 지난 4월 메뉴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평균 임금 대비 최저임금 기준이 월등히 높고 우리나라처럼 매년 올리는 나라도 없다"며 "최저임금이 보통 9~10월에 정해지는데 경제계가 대응할 시기도 짧아 받는 충격이 더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우리나라 서울 물가는 동경보다 22% 이상, 식료품비는 30% 이상 높아지고 있다"면서 "결국 우리나라 전체 물가를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해 고용주뿐 아니라 소비자, 피고용자 등 모두에게 피해가 올 수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