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작년 태풍 '미탁' 북상시 국감장 나가 위치 허위보고""올해 6월 인지 후 감사… '인국공 사태' 꼬리 자르기 아냐""2월께 직원 직위해제 논란… 최근 중노위서 '부당인사' 결론""충실의무 위반·인사비위 모두 해임 사유… 엄중히 다룰 필요"구사장 "매뉴얼 따라 퇴근 후 대기… 국토위도 문제제기 없었다""카드결제는 현장가며 지인에게 부탁… 다음날 돌려받고 취소"
  • ▲ 국토부.ⓒ뉴데일리DB
    ▲ 국토부.ⓒ뉴데일리DB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에 대한 국토교통부의 해임 건의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지난해 태풍 북상 당시 구 사장의 행적을 두고 '알리바이' 논란마저 일며 진실게임 양상을 띠는 모습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둘러싼 소위 '인국공' 사태 전환을 위해 구 사장을 꼬리 자르기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자 국토부가 해명에 나섰고 구 사장이 이를 재반박하면서 갈등이 커지는 모양새다.

    국토부는 17일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구 사장 해임 건의에 대해 해명했다. 국토부는 설명자료에서 "(자체)감사 결과 구 사장이 지난해 10월2일 국정감사 당일 태풍 '미탁'에 철저히 대비하라고 국감장을 떠나도 좋다는 승낙을 받았으나 곧바로 퇴근해 사적인 모임을 가졌다"며 "이런 사실을 감추고 당일 일정과 관련한 사유서를 국회에 허위로 제출하는 등 비위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국민 안전은 현 정부의 핵심 국정 가치"라며 "이번 사안은 누구보다 모범을 보여야 할 공공기관장이 이를 게을리하는 등 법규를 위반한 것이므로 엄중하게 다뤄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토부 감사담당관 관계자는 "지난해 10월4일 구 사장이 국회에 낸 '국감장 이석 후 시간대별 행적에 관한 사항' 사유서를 보면 오후 7~8시쯤 인천공항에 도착해 배수지 갑문 등 외곽상황을 점검하고 8시 이후 영종도 사택에서 대기한 것으로 돼 있다"면서 "그러나 감사결과 구 사장은 그 시각에 경기 안양에서 식사하고 (법인카드로) 결제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부연했다.

    국토부가 1년여 전 사안에 대해 감사를 벌인 게 인국공 사태 논란을 의식한 국면 전환용은 아니냐는 물음에는 "국토부가 이 허위 보고에 대해 인지한 시점이 지난 6월이었다"고 답했다. 책임면피용 표적 감사는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국토부는 또한 구 사장이 인사 문제로 갑질을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선 "올 2~3월쯤 직원에 대한 부당 직위해제 문제가 불거졌다"면서 "해당 사안은 이미 인천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한 인사라는 결론이 났다"고 설명했다. 중노위 결정은 지난 10일 난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 감사담당관은 "태풍 북상 상황에서 근무지를 벗어난 것은 충실의무를 어긴 것이고 인사비위 문제는 그 자체로 해임 건의 사유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는 다음 주 중순께 회의를 열고 구 사장의 해임 건의안을 안건으로 다룰 것으로 알려졌다.

  • ▲ 기자회견하는 구본환 인천공항공사 사장.ⓒ연합뉴스
    ▲ 기자회견하는 구본환 인천공항공사 사장.ⓒ연합뉴스

    이에 대해 구 사장은 위기대응매뉴얼에 따랐을 뿐 관련 규정을 어기지 않았다는 태도다.

    구 사장은 국토부 해명에 반박자료를 내고 "(지난해 태풍 북상 시) 기상특보가 발표되지 않아 비상근무를 하지 않고 오후 6시쯤 풍수해 대응매뉴얼에 따라 대기체제를 유지하도록 지시했다"며 "영종도 거주자는 1시간 이내, 다른 지역 거주자는 2시간 이내 비상근무 소집에 응할 수 있는 지역에 대기토록 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비영종도 거주자의 경우 대기 장소는 자택·식당·야외 등 무관하다"며 "(자신은) 귀가해 음식점에서 지인과 저녁을 먹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구 사장은 "국회에 낸 사유서에 '저녁 식사'를 적지 않은 것은 상임위(국토교통위원회)에서 당시 영종도 현장 방문을 중심으로 행적을 소명하도록 요구했기에 저녁·운동·커피숍 방문 등 일상생활에 관련된 내용은 뺐다"면서 "허위보고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시 국토위에서도 이런 상황을 이해하고 수용했다. 따로 문제 제기는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구 사장 해명과 국토부의 지적사항은 초점이 다르다. 구 사장은 당일 오후 6시 이후 대응매뉴얼에 따라 '대기'했던 만큼 장소는 문제 될 게 없다는 주장이다. 반면 국토부는 구 사장이 국회에 냈던 사유서에서 오후 7시 이후 인천공항과 영종도 사택에 머물렀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같은 시간대 경기도 안양에 있었던 만큼 보고를 '허위'로 한 것은 맞다는 의견이다.

    이에 대해 구 사장은 뉴데일리경제와의 통화에서 국토부가 사실을 왜곡해 언론플레이를 한다고 토로했다. 구 사장은 "당시 안양시 인덕원에서 지인과 식사를 하다가 내부 연락을 받고서 영종도로 갔다"면서 "(김영란법 등을 고려해) 지인에게 법인카드를 주고 혹시 돌아오는 게 늦어지면 계산을 하라고 했다. (내가) 8시20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자 지인들이 귀가했고 법인카드로 계산이 이뤄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구 사장은 "당일 오후 10시30분쯤 귀가한 뒤 다음 날 카드를 돌려받았다. 이튿날 법률 자문을 통해 문제 될 게 없다는 견해를 들었다"면서 "그래도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으니 카드 결제를 취소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따라 그렇게 했다"고 덧붙였다.

    구 사장은 국토부가 언론에 해명하며 자신의 중간 행적을 설명하지 않아 시간대별 동선이 엉킨 것처럼 왜곡됐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구 사장은 "이미 감사관실에 다 소명했던 내용인데 왜 새삼스럽게 문제가 됐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