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개 부처·기관이 316억5500만원 선결제국외출장 막혀 1.6%인 5억1900만원만 써LCC 실사용액 없어 환불수수료만 물어대한항공 등에 선구매 편중… 배분원칙 없어
  • 항공기.ⓒ연합뉴스
    ▲ 항공기.ⓒ연합뉴스
    정부가 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국적항공사를 지원한다며 해외항공권을 미리 사들였지만, 국외출장이 어려워지면서 대부분 환불처리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보여주기 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저비용항공사(LCC)는 실제 사용된 사례가 없어 환불 수수료만 지출하게 됐다. 정부가 항공사 혹을 떼주려다 되레 붙이게 된 셈이다.

    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선(先)결제한 국적항공사의 해외항공권은 316억5500만원으로, 이 중 1.6%에 해당하는 5억1961억원만 실제 사용됐다.

    항공권 선결제는 국토부 주도로 정부 부처와 산하 공공기관 등 총 97곳이 참여했다. 선결제 금액은 △대한항공 217억4400만원 △아시아나항공 95억1100만원 △제주항공 1억6600만원 △진에어 1억2600만원 △티웨이항공 4600만원 △에어부산 4600만원 △이스타항공 700만원 △에어서울 600만원 등이다.

    송 의원은 "항공사별 운항능력이나 규모를 고려해도 배분금액이 천차만별"이라며 "국토부는 근거리 출장의 30%쯤은 LCC 항공권을 권장한다고 밝혔지만, 구체적 계획이나 배분기준 없이 멋대로 배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스타항공, 에어서울에는 직원 한두 명의 급여에 불과한 금액이 선결제 됐다. 더구나 이스타항공은 3월부터 운항을 중단한 상태에서 선결제가 이뤄졌다"며 "항공사에 대한 코로나19 사태 지원이라는 취지가 무색해지는 '탁상행정'의 극치"라고 지적했다.
  • 정부 해외항공권 선결제액.ⓒ송언석 의원실
    ▲ 정부 해외항공권 선결제액.ⓒ송언석 의원실
    더 큰 문제는 코로나19 범유행으로 국외출장이 어려워지면서 미리 구매한 해외항공권 대부분이 환급처리 됐다는 점이다. 선결제한 해외항공권 중 사용된 금액은 9월 말 현재 5억1961만원으로 전체 금액의 1.6%에 그쳤다. LCC는 사용된 금액이 없었다.

    송 의원은 "정부의 탁상행정으로 항공사는 수입 없이 환불을 위한 보증보험 수수료 등 추가 비용만 지출하게 됐다"며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선결제 금액 중 실제 사용된 금액은 6760만원인데 환급에 따른 보증보험 수수료가 더 많아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됐다"고 꼬집었다.
  • 국토부.ⓒ뉴데일리DB
    ▲ 국토부.ⓒ뉴데일리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