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해수위 국감서 피격 사건 난타전… 與는 화제 돌리려 애써국민의힘 "국방부 자료 따라 결론 내놓고 짜깁기로 보완 수사"해경청장, 야당 질의에 입 닫고 여당엔 설명하다 결국 사과
  • ▲ 답변하는 문성혁 해수부 장관.ⓒ연합뉴스
    ▲ 답변하는 문성혁 해수부 장관.ⓒ연합뉴스

    8일 진행된 해양수산부와 해양경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서해 어업지도선에서 실종된 뒤 북한 해역에서 총살당한 해수부 소속 공무원 A(47)씨의 월북 논란과 관련해 해경의 중간수사 발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야당은 해경이 국방부 자료에 따라 결과를 정해놓고 짜깁기식 수사를 한다고 성토했다. 여당은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정책질의에 집중하자며 화제를 돌리려 애썼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이날 국회에서 해수부와 해경청에 대한 국감을 진행했다. 본질의에 들어가기 전부터 의원들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A씨 가족의 증인채택 불발을 놓고 기 싸움을 벌였다.

    야당은 해경의 중간수사결과 발표에 사실확인은 없고 추정만 난무한다며 김홍희 해경청장을 질타했다. 국민의힘 안병길 의원은 "(해경은) A씨가 타고 갔다는 '한 사람 정도가 탈 수 있는 부유물'이 무엇인지 아직도 모른다"며 "월북할 마음이 있었다면 배에 있는 뭔가 든든한 것을 가지고 뛰어내렸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한 "해경은 A씨가 조류를 거슬러 북으로 갔고 인위적인 노력 없이 단순히 떠내려갔다고 보기 어렵다 했는데 인위적인 노력이 무엇을 말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김 청장이 "부유물에 올라타 발로 수영을 했을 것으로 본다"고 답하자, 안 의원은 "30시간 넘게 걸린다는데 40대 중반인 A씨가 발장구쳐 38㎞를 갔다는 것이냐"면서 "모의실험이나 검증도 없이 국방부 자료를 가지고 판단하고 추정한다. 이게 수사냐"고 나무랐다.

  • ▲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시뮬레이션 결과.ⓒ권성동 의원실
    ▲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시뮬레이션 결과.ⓒ권성동 의원실

    같은 당 권성동 의원은 해수부 산하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에 의뢰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토대로 해경의 자진 월북 판단에 의문을 제기했다. 권 의원은 "해경은 지난달 21일 오전 1시35분쯤 A씨가 조타실을 벗어났고 통상적인 복귀 시간을 고려해 오전 2시쯤 실종됐다고 본다. 하지만 지도선의 폐쇄회로(CC)TV가 고장나 확인이 안 된다. 추정일 뿐이다. 오전 3시일 수도, 4~5시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KIOST에 시뮬레이션을 의뢰하니 해경 발표대로 오전 2시에 실종됐더라도 해류만으로 북방한계선(NLL)을 넘거나 북한 해변까지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며 "(실종 추정시간을) 뒤로 늦출수록 가능성은 급격히 커진다"고 밝혔다. 실종 당시 조류 등을 분석한 결과 인위적 노력 없이는 NLL을 넘을 수 없으므로 월북이라는 해경 수사 결과를 반박한 것이다. 권 의원은 "해경은 월북 근거로 빚을 거론한다. 빚이 있으면 다 월북하나. 해경청의 수준이 의심스러운 엉터리 수사 결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당 정점식 의원도 해경이 단정적으로 수사 결론을 내놓고 짜깁기식으로 보완하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정 의원은 "해경은 실종에 따른 조사를 한다면서 사실은 중간수사 결과에서 월북이라는 단정적 표현으로 A씨가 국가보안법을 어겼다고 결론 냈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해경은 홈페이지에 중간수사 결과를 공개했는데 이는 피의사실 공표"라며 "하다못해 어업지도선에서 부유물로 쓸 만한 것 중 없어진 게 있느냐는 질문에도 수사 중이라 말할 수 없다면서 수사 결과는 이미 다 공표한 셈이다. 국방부 자료에 따라 결론을 내놓고 수사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 의원 지적에 김 청장은 즉답하지 못했다. 정 의원은 해경이 국립해양조사원 등 국내 4개 기관의 '표류 예측' 결과를 토대로 A씨가 자진 월북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과거 사고 사례를 들어 반박했다. 그는 "2015년 낚싯배 돌고래호 전복사고 때도 표류예측시스템을 가동했지만, 배는 (조류와) 정반대 방향으로 69㎞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 2017년 영흥도 어선실종 사고 때도 마찬가지였다"며 "(해경이) 단정적으로 표현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김 청장은 "표류예측은 추정치로, 결정적인 자료는 아니다"고 답했다.

    여당은 화제를 돌리려고 애썼다. 더불어민주당 윤재갑 의원은 "월북의 상당한 징후가 있다고 본다"며 A씨가 관사에 머물며 가족과 떨어져 지낸 부분, 인터넷으로 '북한 실정'이나 '월북' 등을 검색한 사실이 있는지 등을 물었다.

    같은 당 맹성규 의원은 "이번 사건은 수사 중인 사항"이라며 "의원들이 수사 결과를 추가로 내놓으라는 것은 무리다. 다른 부처(국방부)와의 관계나 규정상 어려움도 있을 것이다. 차분히 수사를 지켜보고 그에 맞게 대응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정책질의에 집중하자고 제안했다. 일부 민주당 의원은 해경이 중간수사 결과 발표 내용을 되풀이해 설명하도록 기존 발표 내용을 유도 질문하기도 했다.

  • ▲ 해경 중간수사결과 브리핑.ⓒ연합뉴스
    ▲ 해경 중간수사결과 브리핑.ⓒ연합뉴스

    김 청장은 여야 의원의 질문에 상반된 답변 태도를 보이다 혼쭐 빠지게 질타를 받았고 결국 사과했다. 김 청장은 민주당 최인호 의원이 A씨의 실종 당일 마지막 휴대전화 통화에 대한 질문을 받고 "통신사에 확인한 결과 배터리 등이 떨어져 자동으로 꺼진 게 아니라 인위적인 힘으로 전원을 눌러 끈 것으로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김 청장은 최 의원의 "또 다른 월북 정황이 될 수 있느냐"는 물음에 "월북의 한 정황은 된다"고 덧붙였다.

    이날 야당 의원 질의에는 "수사 중"이라며 방어벽을 치고 함구했던 김 청장이 여당 의원 질의에는 상세히 설명하자 야당 의원은 김 청장의 답변 태도를 문제 삼았다.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은 "야당 의원 질의에는 수사 중이라며 답을 안 하더니 A씨가 휴대전화 전원을 껐는지는 수사 중인 사항이 아니냐"며 따져 물었다. 앞서 오전 질의에서도 같은 당 이만희 의원은 김 청장의 답변과 관련해 "(김 청장이) 질의에 무조건 수사 중, 조사 중이어서 답변할 수 없다는 식으로 피해간다"며 "논란이 되는 부유물과 관련해 지도선에서 없어진 게 있는지 여부는 팩트 아닌가. 사실 관련 질문에는 성실하게 답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이개호 위원장은 "해경청장이 국감에서 답변할 때는 국민을 대하는 자세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면서 "휴대전화 전원 관련 질문에 유독 답변한 것이 여야 의원을 차별하는 답변이라는 문제 제기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사과하라"고 교통정리에 나섰다. 김 청장은 "여야 의원을 구분해 답변하는 건 아니다. 그렇게 들렸다면 유감스럽다"면서 "앞으로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사과했다.